그나마 노력해서 나름대로 여기까지 왔다. 화려한 추억은 별로 남기지도 못한채, 남들이 보면 무식하게 희생했다고 할만큼 재미있는 많은 것들을 모른채 우직하게 걸어오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사회는 이만하면 됐다고 너는 이정도로 충분하니 지금처럼만 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것은 넓은 집에서 좋은 차를 가지고 사치롭게 살거나, 남의 위에서 권력을 누린다거나, 영원히 산다던가 하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법에서 정해진 만큼의 노동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남은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소박한 것을 열심히 또 해보고, 일주일에 한번쯤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좋겠고, 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르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사회는 그렇게 살기도 너무 힘들다. 나는 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고, 나의 아내도 그에 버금가도록 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살 곳은 안정되지 않았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더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점점 더 작은 것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고 그렇게 나마 얻은 것을 음미하기도 전에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은 균형이 잡혀 있지 않고, 누군가는 그가 사회에 기여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산다. 우리 아버지처럼 극도의 도덕주의자는 이것을 범죄라고 말했다. 그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나도 끊임없이 불균형한 세상과 균형잡힌 이상향 사이에서 갈등한다.
“공정”은 어디에 있고 “도덕”은 어떻게 사회에 정착되는가? 책은 읽을만큼 읽었고, 부조리는 겪을 만큼 겪었다.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간의 무한 경쟁만이 있는 사회라면 미디어나 교과서에서 그러한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무기를 갈고 닦으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이 것은 또다른 위선만 가득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