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스쿠터를 달려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폭이 넓은 큰길을 하늘을 보면서 달려오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폭이 좁은 이차선의 도로를 터널을 지나 오는 방법이다. 어느 쪽을 좋아하냐고 누가 물어보면 나는 주저 없이 터널을 지나 오는 길을 좋아한다고 답하고, 또 실제로 그 길을 지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여기에 얼마전 누군가가 “왜?” 라는 질문을 했고, 나는 다음 처럼 답했던 기억이 있다.

“일단 터널로 들어가면 꽉 막힌 것 같잖아? 하늘도 보이지 않고, 양옆도 두꺼운 타일로 뒤덮여 있어서 보이는 것은 저 끝의 희미한 밝은 빛이고 뒤로는 돌아갈 수가 없는 거지. 그리고 스쿠터를 타고 달려보면 알겠지만, 웅웅웅 하는 내 엔진소리가 벽에 부딪혀 반사되는 소음에 다른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아. 오직 앞의 밝은 빛과 다른 모든 소음을 차단시키는 엔진소리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터널 속을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아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이지. 팬으로 억지로 끌어들인 답답한 터널 속의 공기가 산 속의 청량한 공기로 바뀌고, 순간 하늘이 보이면서 세상이 펼쳐지지. 그리고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웅웅웅 거리면서 귀를 시끄럽게 하던 소음이 ‘뻥’하면서 순간 고요해 진다는 거야. 나는 이 순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터널을 지나다녀.”

그렇게 내 주위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변화하는 경험을 즐기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드는 의문은 과연 내가 느끼는 것 만큼의 실제의 변화인가 상상속의 변화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하루는 실험을 해보기로 작정하고, 여느 때처럼 터널에 진입해서, 좋아하는 터널을 빠져나오기 직전에 살며시 눈을 감고 귀로 들리는 소리에만 집중했다. (매우 위험한 짓이지만;) 기대했던 ‘뻥’하는 순간의 소리는 없었다. 앵콜 공연이 없는 것처럼 서운했지만, 나는 여전히 터널을 통해서 학교를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