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다고 믿는 것

싸움이 많은 세상이다. 나처럼 툭하면 양비론을 펼치는 평화주의자에게도 어쩔 수 없이 결투에 나서야 할 때가 왕왕 발생한다. 어떤 싸움은 무엇이 옳은지 결국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보고도 싸운다. 어떤 싸움은 내가 옳은지는 상관없이 남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어서 싸운다.

세상에 옳은 것이 어디 있으랴. 세상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 옳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그  굳건한 에너지로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최면에는 알게모르게 사욕(私慾)이 작용하여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어 있다.

나 편한 것, 내가 배부를 수 있는 것이 믿고 싶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싸운다. 내것이 있고, 내 몸이 있으니 본래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에너지가 Zero-sum의 싸움으로 그치지 않도록 법이나 규범, 크게는 문명(文明)이 바르게 사람들을 인도해야 한다.

종교가 필요하다

종교가 아니고서는 무엇인가를 100% 믿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고 꾸준히 우직하게 나가야 하는데 계속 마음이 조급하고 생각이 바뀐다. 어제 잘 때 생각이 다르고, 오늘 밥 먹을 때 생각이 다른 것을 보니, 사실은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나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확신이란 것이 경험이나 근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이 나에게 믿으라고 시키는 섭리 같은 것이고 그에 순응하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종교에 미친 사람들은 나름대로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한 종교 같은 것이 필요하다. 내가 운동을 못해서 살이찌고 배가 나오는 한이 있어도 무엇인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이러한 열렬한 맹신이 없기 때문이다. 90%에서 10%를 더 끌어올려 전력투구하기는 정말 힘들지만, 이 정도 레벨에 오면 그 10%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앞으로 조금 씩 나간다.

그렇게 미쳐서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