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많은 세상이다. 나처럼 툭하면 양비론을 펼치는 평화주의자에게도 어쩔 수 없이 결투에 나서야 할 때가 왕왕 발생한다. 어떤 싸움은 무엇이 옳은지 결국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보고도 싸운다. 어떤 싸움은 내가 옳은지는 상관없이 남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어서 싸운다.
세상에 옳은 것이 어디 있으랴. 세상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이 옳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그 굳건한 에너지로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최면에는 알게모르게 사욕(私慾)이 작용하여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어 있다.
나 편한 것, 내가 배부를 수 있는 것이 믿고 싶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싸운다. 내것이 있고, 내 몸이 있으니 본래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에너지가 Zero-sum의 싸움으로 그치지 않도록 법이나 규범, 크게는 문명(文明)이 바르게 사람들을 인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