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만 가는 아쉬움에 부쳐

가장 부자일때는 갓 태어나 세상의 공기와 처음 맞닥뜨린 그 순간이다. 무한한 사랑을 받지만(물론 그렇지 못한 매우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따라서 아쉬운 감정이나 외로움을 느끼지도 못한채 그저 어머니에 보살핌 속에 100%의 행복을 느낄 뿐이다. 무엇이 더 필요하랴. 배고픔만 해결되면 천상 낙원이다.

그랬었는데, 세상을 살면서 지식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고, 명성을 얻기 위해 친구를 사귀고, 쾌락을 얻기 위해서 술과 여자를 찾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 쇼핑을 하면 할 수록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잃어간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더 모르는 것들이 늘어만 가고, 친구를 만나면 만날 수록 다른 세상의 더 유명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쾌락을 추구하면 예전에는 신났던 일들이 이제 하나도 즐거워지지가 않고, 쇼핑을 하면 할 수록 버려야 할 쓰레기만 늘어간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다는 것을 깨닿고 매우 아쉬워하는 요즘이지만, 특히 더 그런 것은 바로 인간 관계를 잃어감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관계는 사실 하루 밤의 다툼에 눈 녹는 듯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고,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만남은 즐겁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내 속 깊은 말을 하면 상대가 떠나갈까봐 가식을 떨고, 웃고 떠드는 사이 끈끈할 것 같았던 관계는 하루 밤만 지나도 그 접착력을 잃고 서로의 사이에 휴대전화 조차 뚫을 수 없는 하나의 막을 형성해버린다.

Soulmate라는 나와 완전히 동일한 인격체를 찾고 싶지만, 이러한 인간 관계를 하나의 기성품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오랜 세월을,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르는 세월을 마주치고, 다투고, 그중에 몇몇은 떠나보내고 하면서 그럴 듯하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임을 이제는 어렴풋하게 나마 짐작할 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된 그나마 소득 중 하나라고나 할까.

이 과정에서 잃어가는, 어쩌면 잔인하지만 버려진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이해하고자 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정말 많은 노력으로 그 수많은 사람들과의 relationship을 유지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특히 나처럼 자신에게 쏟는 시간이 특히 많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말이다. 어떤 사람을 처음에 만났다. 처음에 만났을때는 별 생각 없었던 사람이 점차 만날 수록 그 사람이 좋아진다. 정이 든다고 표현을 많이 한다. 그 이후에 어떤 이유에서든 이 사람이랑은 헤어져야,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많이 힘들다. 정 때문에. 따라서 만날 때의 기쁨보다는 헤어질 때의 상실감이 훨씬 크다.

인간 관계를 폭 넓게 가질 수록 이러한 슬픔은 점점 더 늘어만 간다. 이 슬픔이 늘어갈 수록 더 외로워져 또 다른 사람을 갈구한다. 쳇바퀴 돌듯이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그 와중에 나는 점점 잃는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