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을 싫어한다. 도로에 나가면 머리가 아프다.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어깨가 아프고 발 끝이 저린다.
도로에는 질서가 없다. 정직하게 줄을 서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반반이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과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 반반이다. 참는 사람과 못참는 사람이 반반이다. 매순간 사고가 없는 것이 신기하다. 강력한 벌금이 질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도로에서의 운전이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게임이라면 머리가 덜 아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른 룰을 가지고 다른 게임을 하는 중첩된 공간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질서가 없다. 어떤 이에게는 생계의 수단이자 밥벌이의 공간이고, 누구에게는 비오는 날 음악을 들으며 낭만을 즐기는 데이트 장소이자, 누구에게는 그저 한시 바삐 어디로 가야하기 위해 이용하는 통로이다. 각자는 도로를 이용하는 목적이 다르고, 지켜야 할 규칙이 다르다. 하나의 ground rule 을 만들기 어렵다. 모두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규칙을 어겼을 때 주는 패널티의 경중마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런 공간에 있을 때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정했다. 최대한 나의 손해가 없도록 보수적으로 움직일 것, 나의 책임이 없도록 최소한의 규칙은 준수할 것, 그리고 다른 규칙을 따르고 있는 사람을 이해할 것.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으려 하거나, 왜 질서가 없는지 탓하지 말고 그저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