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사회악인 이유

생존과 관련된 일차적 욕구들이 생기는데에는 외부의 자극이 필요 없다. 배가 고파서 무엇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침대에 누워 천정을 보다가도 생긴다.

하지만 조금 더 복잡한 욕구들은 보고, 듣고, 느낀 외부 자극에 의해 생겨난다. 꽃보다 할배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봤기 때문에 유럽에 가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막연한 일차적 욕구를 보통 Needs라고 하고 구체적 대상이 존재하는 욕구를 Wants라고 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Needs 보다 Wants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욕구 충족에 관해 현대인이 점점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보통 Needs 보다는 Wants가 더 충족시키기 어렵다.

더 다양하고 실감나는 미디어 덕택에 구체적 대상을 가진 욕구는 더 강하게 자극 된다. 이를 촉발하는 미디어는 무제한으로 복제되어 실시간으로 우리의 삶에 끼어 든다. 우리가 고요하고 물질에 초연한 삶을 살도록 내버려주지 않으며 끊임없이 욕구를 자극하거나 적어도 불안을 유발시킨다.

반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화는 그 반대이다. 무제한으로 복제 가능한 디지털 재화나 아주 저렴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보다는 실물을 만질 수 있고, 누구나 가질 수 없으며, 고가의 재화 일수록 소유욕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

따라서 우리가 욕구를 가지는 대상은 희소 자원으로 옮겨가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떨어진다. 흔히 문제(problem)를 기대 수준과 현실의 차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를 빌어 삶의 만족도를 기대 수준과 현실의 차이라고 정의한다면 삶의 만족도, 즉 행복은 점차 떨어진다.

인스타그램 속 멋진 차, 날씬한 몸매, 부유해 보이는 집은 그 사람 하나의 소유지만 수백만 명의 스마트폰으로 복제되어 그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멋진 차를 소유한 한 사람이 느끼는 우월감과 행복의 무게, 그리고 나머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느끼는 불만족의 무게를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가 압도적으로 무거울 것이다.

소통되는 미디어의 속도와 양을 이를 충족하기 위한 재화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그 차이 만큼의 불행, 나는 이것이 정보화 시대의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무력

목을 가눌줄도 모르는 아기들을 ‘완벽한 무력(無力)’ 상태라고 표현한다. 아마 무엇인가 영어의 번역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걷거나 뛰는 동물들과 비교해보면 인간 아기의 무력함이란 잘난체 심한 고등 생물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왜 이러한 무력 상태가 필요한가는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마침 기회가 되어 육아 서적 몇 권을 읽어보다 그 답을 찾았다. 이 무력은 생물 진화 과정 중 본능에 의존한 개체와 학습에 의존한 개체가 나뉜 결과물이다.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바닷가 부터 해발 수천미터의 고지까지, 또 열대 우림부터 시베리아 툰드라까지 지구 대부분의 면적에서 살아간다. 사람이 이렇게 무력한 시기 없이 태어나자마자 내제된 본능대로 행동했다면 이 것이 가능했을까?

이 무력한 시기란, 최소화된 본능에 더해 환경에 무한히 적응해 가는 법을 배우는 시기이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던지 하나부터 열까지 학습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원천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른들은 단지 현실의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하는 일꾼이요, 어린 아기들이 발휘한 창의성이 종족과 인류의 미래를 결정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