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adimir Ashkenazy In Moscow with Andrei Gavrilov

Sergei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Andrei Gavrilov/Piano
Vladimir Ashkenazy/Direction

  요즘에는 아쉬케나지가 피아노를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새로 구입한 휴대폰에 넣어서 듣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귀에 더 익숙한 것은 아쉬케나지의 지휘로 1989년에 모스크바에서 실황녹음 된, 집에 가지고 있는 바로 이 음반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을 꼽으라면 쉽게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는데, 아마 한참을 생각한 뒤에 나온 대답 마져 하나를 꼽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그, 모짜르트, 라흐마니노프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하지만 무엇을 가장 많이 듣냐고 누가 물으면 단연코 라흐마니노프 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가장 많이 사랑을 받는 곡이 아닐까 싶다. 영화 ‘샤인’으로 3번이 알려지고 그 난이도로 주목받지만 역시 전통의 강호 2번을 따라잡지는 못한다고나 할까. 그 특유의 유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1악장부터 끊임없이 신선함을 주고 2악장의 말미에 가면 가만히 마음을 비우고 듣고 있어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의 감동을 선사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이 음반은 꾸준히 들었는데, 처음 들었을때의 감동이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도 느껴지는 것을 보니 명곡의 생명력을 느낄 수도 있다. 이 곡도 몇 년 후면 초연된지 100년이 된다.

아쉬케나지가 지휘봉과 피아노 양쪽을 잡은 쪽을 비교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지휘봉을 잡은 음반 쪽을 더 좋아하는데 아쉬케나지의 강인한 피아노 연주보다는 가브릴로프의 섬세함이 좋다.

오늘의 사건사고 (今日のできごと)

이런 영화 좋다.

영화 전체는 하루동안의 일이다. 아주 느린 템포로 진행되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생략이나 축약이 없다.
친절한 영화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조차 호의적으로 변한다.

과장이 없다. 내가 저 상황이었어도 저런 대사를 읊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삼국지 게임을 하고, 만화책의 다음 권을 달라고 말하고.. 영화가 아니라 현실로 보였다.

무리하지 않는다. 고래를 움직일 필요도 없다. 그냥 음향효과와 돌아서는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 가능하다.
자전거 사고를 연출할 필요도 없다. 그냥 소리와 넘어져 있는 사람으로 충분하다.
CG를 쓰거나, 실제 처럼 동작하는 거대한 모형보다는 오히려 그쪽이 충분하다.

위트는 분명히 목적이 있다. 재자리를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것은 아니지만, 한걸음씩 조용히 걸으며 씩 웃음 짓게하는 대사들이 있다.

기대 없이 보아서 좋았고, 영화관에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이래저래 괜찮은 문화생활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곧 영화관이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거대 멀티플랙스 영화관들만 살아 남고 비교적 인기 없는 영화들은 점점 더 볼 수 없게 되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이케와키 치즈루는 조금 나왔지만, 가장 강렬한 인물. 영화가 끝나면 그 사투리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