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의 단편

회사에서 내 옆자리에 앉는 하마미치 에이지씨.
공장과 영업부와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늘 바쁜 그는 하루종일 외근을 나가있는 일도 많다.
그런 그와 공장 견학을 갔을때 차에서의 대화.

“일본에서 차 라이트를 반짝거리는 건 ‘아 먼저 가세요’ 이런 의미잖아요. 한국에서 라이트를 반짝거리는 것은 ‘내가 먼저갈꺼니까 가만히 있어!’ 라는 의미에요. 반대로.”

“도쿄 근방은 그런 의미지만, 일본도 다른 지방에서는 한국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곳도 있어요.”

일본도 지방에 따라 성격이 다양한가보다.

영업사원인 하기와라 사야코씨.
그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여행을 온적이 있다고 한다. 명동이라던가 와본일이 있는 것 같지만 꽤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어디에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기억을 물어보니..

“한국에서 귀국을 위해 공항에 가는데 상당히 이른 아침 비행기였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에 앉은 할아버지가 꼿꼿하게 부동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자고 있는거에요. 근데 갑자기 움직이더니 가방에서 빵을 꺼내서 먹기 시작하는 거에요. 눈을 감은채로. 그 상태로 가방에서 음료수까지 꺼내서 아침식사를 끝냈는데 도중에 한번도 눈을 안뜨는거에요. 그래서 신기한 할아버지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출국하기 위한 검사대에 그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거에요.”

한국인도 겪기 힘든 일을 겪어서 그게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그녀에게는 남아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인 다카하시 히로시씨.
그는 나이를 잘 모르겠지만 나랑 비슷해보이는데, 꽤나 게임 광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건너간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큰 흥미를 보이는데..

“한국에는 PC방이라는게 있어서 일본사람들이 빠칭코 가게에 엄청나게 앉아있는 것처럼 모두들 앉아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어요. 일본이 혼자서 하는 게임문화라면 한국은 온라인으로 같이 하는 게임이 아니면 안되지요.”
“일본에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라던가 꽤 인기가 있었어요. 일본도 점점 그런쪽으로 변해갈 것으로 생각되요. 게임 센터라던가 하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역시 영업사원인 야바시 마사히로씨.
씨라는 말을 붙이기 좀 그런데, 나와 동갑에 같은 월에 태어난 그다. 일본은 군대가 없기 때문에 올해 졸업해서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이라는데.

“신화(신와라고 발음했다) 알아요?”
“신와? 그게 뭔가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데 왜 춤추고 그러는 애들 있잖아요”
“아~ 신화요. 신화”
“알고 있구나, 요즘 여자애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친구중에도 보아를 좋아하는 녀석도 있구요”

욘사마에 이은 한류 스타는 누굴까. 참이슬 선전에 장동건이 나와서 한국어로 광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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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들도 오늘로 마지막이네.
돌아보면 역시 즐거웠다.

에비스-다이칸야마-시부야-하라주쿠-오모테산도-시모기타자와-신쥬쿠

 .. 하루 코스로 잡고 싹 돌았다. 아침 8시에 나가서 집에 들어오니 7시가 다 된 시간; 말 그대로 찍고 온 셈인데, 어짜피 거리 구경과 쇼핑으로 유명한 거리들이라.. 산것은 조그만 선물 하나.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다리만 튼튼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에비스-다이칸야마-시부야 코스는 걸었고, 시부야-하라주쿠는 야마노테센으로 한정거장. 하라주쿠-오모테산도는 역시 걸었고 하라주쿠에서 시모기타자와까지는 신쥬쿠까지 야마노테센으로 간 후 오다큐센으로 갈아타고 갈 수 있다. 이렇게 돌아다녔는데도 JR 하루 프리패스를 사는 것 보다는 매번 표를 사서 다니는 것이 싸다.  

간단한 감상.

에비스 – 볼꺼 별로 없다. 대충 보고 다이칸야마로 고고
다이칸야마 – 이국적인 건물들이 매력이지만, 구역 자체가 좁기때문에 빨리 둘러볼 수 있다.
시부야 – 그 유명한 시부야다. 일본 젊은이의 문화에서 뭔가 즐길 것이 있다면 역시 이 곳이 메카.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음료수를 얻었기에 이미지 UP. 곳곳에 유명한 장소와 맛집이 위치.
하라주쿠 – 어울리지 않게 메이지 신궁앞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묘한 문화적인 격차가 존재하는 곳. 흑인 삐끼들은 3~4개국어를 구사하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파르페가 유명하다는데.
오모테산도 – 긴자보다 더 명품거리.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이쇼핑만으로도 즐거울 것. 쇼핑을 하고 나오면 고객이 사라질때까지 90도로 인사하는 종업원이 인상깊다.
시모기타자와 – 돈없는 젊은이라면 이곳에서 쇼핑을 즐기자.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구경에 시간가는줄 모를 것. 대학로처럼 소극장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많은 인파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신쥬쿠 – 무슨 말이 필요있을까. 일본 최고의 유동인구를 가진 곳이며 그 사람들을 잡기위해 수많은 업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곳. 한국인 관광객을 정말 많이 봤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모든 장소가 사람들로 붐빈다. 모든 장소가 한번쯤 가볼만은 한 곳. 일본의 문화를 단시간에 많이 체험하려면 이 코스가 최고가 아닐까? 게다가 가까운 곳에 모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