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배낭여행 2009 [4]

07.17

할슈타트로 이동

  기차를 이용한 교통이 발달되었다고 하는 유럽이지만,  반면, 그 역사가 오래된 탓에 구질구질한 열차를 타야되는일도 많다. 그나마 오스트리아 열차들은 깔끔하고 청결했지만, 이후 동유럽에서 운행되는 열차들은 족히 내 나이는 되었을 듯한 열차들도 많았는데, 열심히 청소를 한다던가, 고장난 곳을 즉시 고쳐야 한다던가 하는 서비스의 개념도 별로 없어서 그냥 감수하고 타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할슈타트로 이동하면서 탔던 열차는 마치 미래의 은하철도를 타는 듯한 최신식의 시설에 방금 출고 된듯한 먼지 하나 없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창 밖으로의 멋진 광경과 더불어 이러한 여행이라면 하루 종일 열차만 타고 돌아다녀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사파리를 하는 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열차에서 환상적인 창밖 풍경을 감상하다

  할슈타트는 소금 광산을 위해 만들어진 조그만한 마을이다. 아무래도 바다를 접하지 않는 내륙지방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염전 같은 것이 없으므로 소금을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옛날 바다였던 지반이 융기해서 생긴 곳을 파고 들어가 마치 석탄을 캐내듯 소금 덩어리를 캐내는 방법으로 부족한 소금을 구했나보다. 이를 이 마을에서 배를 통해 주위의 대도시로 운반하고는 했다 한다. 마을의 광부를 위한 시설이나, 선착장을 운영하기 위해 생겨난 아주 조그만 마을인데, 워낙 주위의 높다란 산들의 경관이 뛰어나고 호수와 가까이 붙어있어서 다양한 경관을 한눈에 볼수 있는 인형같은 마을이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같은 것을 그리 신용하지는 않지만, 그런 곳에도 등록되어있다고 하고;

산과 물,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

  수많은 관광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찾아들어 지금은 소금광산도 관광지로 변했고, 주위의 모든 집들이 다 민박, 호스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을 아기자기 하게 꾸미려는 노력도 한창이고 또한 한편으로는 활발하게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다. 너무 이곳 저곳에서 길을 보수하고 건물을 확장하고 하는 통에 시끄러운 공사장 소리로 번잡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관리된 부분이 많아 한번쯤 찾아와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당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짤츠부르크에서 빈을 향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서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는 호수 위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나, 산의 푸르름을 몸안에 가득 재충전 할 수 있다.

창문마다 잘 가꾸어진 꽃 

  높다란 건물 사이의 조그만 오솔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으면 조금씩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년, 300년전의 만화영화에서 봤던 유럽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찾아간 날은 다행히 그리 무덥지 않아서, 조그만 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그렇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 코인락커 같은 기본적인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준비되어있지 않아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간 경우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사실, 8시간 정도 머무를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식사를 하지 않거나 아주 간단하게 먹을 경우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돌아다닐 정도로 손바닥 보다 작은 마을이다. 마을 전체를 빙글빙글 2바퀴 정도 돌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기에, 호수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소금광산까지 운행되는 듯한 케이블카도 보였다.

처음으로 등장한 내 사진

  이 곳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호스텔 보다는 민박, 즉 조식도 포함되고 비교적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 아침의 이곳 모습이나, 밤의 모습을 꼭 보고 싶지 않다면 그냥 근처의 빈이나, 짤즈부르크까지 가서 숙박을 잡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정말, 작은 마을이라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배 편으로 마을로 들어가게 되는데 나오는 배 시간을 미리 확인해보고 마을을 돌아다니면 배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타워 크레인만 없었으면..

짤쯔부르크의 밤

  할슈타트에서 떠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밀 밭 사이를 열차로 한참 달려 짤쯔부르크에 도착했다. 빈에서 떠날때는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씨가 짤쯔부르크에 도착하자 바람이 불고 비가 부슬부슬, 쌀쌀하게 변해있었다. 처음부터 빈에서의 숙소 이외에는 숙박을 하나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짤쯔부르크 부터는 도착하는 도시에서 직접 숙박을 구해야 한다.

  우선 열차를 타고 도시에 도착하자 마자 인포메이션 센터에가서 도시의 호스텔들이 나와있는 관광지도를 구한다. 둘째로는 도시에서의 이동을 어떻게 할지 결정한다. 관광도시들은 1day pass 라고 해서 하루동안 무료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팔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볼만도 하다.

  아무튼 짤쯔부르크에서 관광지도를 얻은 후 근처의 호스텔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행 책자에 추천되어있는 호스텔이 가까이 있어서 일단 찾아가 빈 방이 있는지 물었더니 No.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이었던 다른 호스텔에 찾아갔다. 무려 일박에 24유로나 하는 고가 였지만, 더 이상 호스텔을 돌아다닐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싸도 눈물을 머금고 숙박을 결정했다. 캐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빈에서 짊어지고 왔던 밀린 세탁을 하고, 맛없는 맥주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더 이상 밤 늦게 말을 하거나, 걸어다니거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체력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빈에서의 싸구려 메트리스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팠고, 낮에 배낭을 매고 이동한 상태여서 이미 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짤쯔부르크를 샅샅히 살펴주마!

벽의 make new friends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동유럽 배낭여행 2009 [2]

07.14

   중국 북경국제공항 경유

   하늘은 뿌옇지만 생각보다는 날씨가 좋다. 흙먼지가 섞인 대륙의 냄새(?)가 난다. 약 2시간의 Transfer 시간. 생각보다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우리처럼 환승하는 승객들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간단한 영어도 통하고 생각보다는 느낌이 좋다. 생각지도 않은 기내식을 먹어서 인가보다. 이 공항은 새로 지은 건물인가? 깨끗하고 모든 것이 최신식이다. 체온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열이난다. 새로운 공기와 기압에 적응하는 느낌이다. 기내에서는 가능한 따뜻하게, 편하게, 수면을 취해야겠다.

   탑승 시작

   좁다란 기내에 틀어박혀 있는 것 보다는 밖에서 최대한 스트레칭을 하고 공기를 들여마시고 나중에 들어가는 편이 좋다.

   울란바토르 상공

   기장이 방송으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멋진 경치를 감상하라고 한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말라버린 초원 한가운데 있는 나지막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보로딘의 음악 “중앙 아시아의 초원에서”가 생각난다. 비행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먼거리를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어서. 혹은 그 속도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백년전까지 모든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해발 8800m가 넘는 ‘하늘’에서의 광경을 강인한 체력과 고통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겸손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처럼 하늘에서 나와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지표면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까마득한 창공에서 수키로 떨어져있는 땅과 끝도없는 곳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면 나 이외의 다른 부분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에 압도될 수 밖에 없다. 지상으로의 한계가 있는 View와 하늘로의 한계가 없는 View는 각기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빈 숙소 도착

   역시, 새로운 표지판과 언어, 그리고 건물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명백한 지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숙소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이미 밤이 되어 도착한 숙소의 풍경에는 하루가 저물어 버린 나지막함만이 남아 있었다.

07.15

   빈, 첫날의 아침

   아침 5시부터 일어나서 6시가 될락말락하는 시간부터 숙소를 나섰다. 비교적 도심 관광지에서 가까운 숙소 덕분에 약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볼거리가 잔뜩 모여있는 중심시가에 도착할 수 있다.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거리에 빵을 굽는 냄새와 전차의 종소리만이 가득 차 있었다.

   빈, 구왕궁, 신왕궁

   빈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이자 합스부르크 왕조의 중심도시 답게 오랜 기간에 걸쳐서 증측, 신축된 왕궁들이 다양하게 남아있는데, 이를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역사나 건축에 대해 조예가 깊다면 다양한 건축물들의 세밀한 차이에 집중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약간의 입장료를 내면 실제 궁궐의 방 몇개를 돌아볼 수 있는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빈, 슈테판 대성당

   빈은 구시가가 잘 보존되어있기는 하지만, 최신식의 건축물도 하나둘 들어서고 있는데, 오래된 성당 옆의 이러한 사이버틱한 건물은 수백년의 차이를 한눈에 느끼게 한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문화의 탄탄한 기반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성당의 거대한 몸집에는 그 세월을 버텨온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화재와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그것이다. 눈으로 이들을 확인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았다. 성당 특유의 경건함에 발소리마저 조심스럽게하고 살며시 사진을 찍었다.

  

   빈, 미술사 박물관

   왕궁의 하나를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주로 1400년대 이후의 서양회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왕조에 의해 수집된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의 유물도 볼 수 있다. 내부의 휘황찬란한 장식과 벽화들은 왕족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살았는지 짐작케한다. 이러한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남아있어서 이를 또 다른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루벤스의 그림이 여러점 전시되고 있고 이를 통해 그림의 거대한 크기와 내용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박물관을 빠르게 흝어 보았음에도 3시간이 넘는 관람시간이 소요됐다. 아침 일찍 나선탓에 오후 늦게부터 피로해져서 오늘 하루는 이를 마지막으로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