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편의점

  회사가 있는 이 곳. 긴자로부터 토라노몬, 롯폰기로 이어지는 오피스 중심의 거리에도 수많은 편의점들이 위치해있다. 주거지역, 시골을 불문하고 일본인들의 편의점(콤비니라고 부른다)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점심때가 되면 편의점에는 잡지를 읽으려는 사람, 점심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고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분명히 파는 물품도 다양하고 도시락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있고 편리하기도 하지만, 가격은 상당히 비싼편. 이러한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편의점이 인기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점을 별로 이용하지 않지만, 일본에 와서는 편의점 밖에 없기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한다고나 할까; 일본 사람도 그런 이유인가?
  우리나라에도 있는 편의점들을 여기서도 볼 수 있는데, 패밀리마트, AMPM, 세븐일레븐 등은 한국에서도 본 것 같고 로손이나 데일리 야마자키 같은 편의점은 한국에는 없는 것 같은데. 뭐 간판만 다르지 내용은 다 같은 편의점들. 파는 것도 비슷비슷. 심지어 상품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모으면 접시를 주는 이벤트를 하는 것도 비슷하게 닮았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 물건을 살때에는 직원 손으로 직접 돈을 건내주는 것을 꺼려한다. 뭐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돈을 놓는 접시 같은 것이 있어서 직원이 계산기로 물건 값을 찍어서 알려주면 계산하고 싶은 액수 만큼 접시 위에 올려놓으면 직원이 그것을 세어들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거스름돈을 돌려받을때에는 손님의 손 위에 직접 올려주는 것이 관례이고. 처음에 방값을 계산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겠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쪽의 방에 들어가서 은행해서 쓰는 접시 같은 것을 가져오더니 그 위에 올려놓으라고 하더라. 그냥 손으로 주면 간단한것을. 일본에서는 그런게 손님에 대한 실례로 여겨지는 것일까? 역시 잘 모르겠다.;;

 

 

야스쿠니 신사 – 부도칸 – 황거 – 국회의사당 – 긴자

 닛코 여행의 재정적인 대출혈을 극복하기 위하여! 오늘은 올 때, 갈 때의 지하철 요금 외에는 모두 걸어다니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루트는 제목에 써있는대로. 어제의 닛코 여행에서 꽤 많은 거리를 도보로 이동한터라 다리가 아파서, 지도를 보고 최단거리로 돌도록 계획을 세우고 오후 2시쯤 집을 나섰다. 아침에 나가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일어나니 10시. 아침을 빵으로 대충 때우고 TV 보면서 뒹굴뒹굴 하다보니 1시; 어그적어그적 준비하니 2시;

아무튼 나의 첫번째 목표지는 야스쿠니 신사.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 한다 안한다 요즘 말도 많고, 한국인에게는 참 기분 나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곳이다. 미타센을 타고 짐보초에서 갈아타고 한정거장 가면 되는데, 역 이름은 까먹었다; 아무튼 역에서 걸어서 5분정도 올라가니 보이는 커다란 입구. 바로 저곳이 야스쿠니 신사이다. 한국 TV에도 별로 좋지 않은 뉴스로 자주 소개 되는 이곳. 주말이지만 별로 사람은 없고 의외로 외국인 관광객만 많이 눈에 띄었다. 사실 굳이 여기 참배하러 오는 사람들 빼고 공원처럼 휴식을 즐기러 오는 사람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바로 옆에 기타노마루 공원도 붙어있고 말이다. 앞에 보이는 나무로 된 커다란 도리이를 지나면 바로 메인 건물. 참배하지 않는 사람은 여기까지가 끝이고 참배객은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는 길이 있는 것 같지만. 여기서 내가 참배할 이유는 없고 그냥 사진이나 찍으면서 둘러보았다. 조금 뒤로 돌아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태평양 전쟁때 죽은 군마나 군견의 영을 위로하는 동상이 있고 커다란 전시관도 하나 있는데 1층은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지만, 2층으로 들어가려면 300엔이던가 하는 요금을 내야한다. 그냥 1층만 둘러보기로 했는데 역시 태평양 전쟁때 활약했던 제로(0)기, 라던가 커다란 대공포? 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금 씁슬한 기분을 뒤로 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나와 기타노마루 공원으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기타노마루 공원 입구에는 이런저런 공연으로 유명한 무도관이 위치해있다. 일본 아티스트로 무도관에서 단독 공연을 가져야 어느 정도 지명도를 인정 받을 정도라는데.. 아무튼 공원은 깨끗하고 숲속으로 난 길과 호수를 조화롭게 잘 꾸며놓아 아스팔트 위를 걸어온 더위를 조금은 식힐 수 있었다. 목적지는 이 공원을 넘어 더 가야하니 부지런히 걸어서 드디어 황거 도착. 사실 구분이 어떻게 되는지 애매한데, 원래는 천황이 사는 곳의 정원이지만 일반인에게 개방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으로 된 조그만 조각을 받아야 하고 이를 정원을 빠져나갈때 다시 제출해야한다. 역시나 천황의 정원이라 정말 깨끗하게 정리된 잔디와 공원. 이렇게 넓은 땅을 정원으로 쓴다니 비록 정치적인 권력은 없지만 아직 천황에 대한 예우라던가 그런 것은 확실하구나 싶었다.
위는 이 정원의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다. 도쿄 한가운데의 땅값도 제일 비싼 땅. 주위는 온갖 고층 건물로 둘러 쌓인 이곳에 천황은 살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도 천황이 사는 곳 지하는 못지나간다. 따라서 도쿄의 전철/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가운데가 황거라고 표시되어있고 둥그렇게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원을 둘러보고 남쪽으로 다시 입장권을 내고 나가면 저 멀리 또 다른 공원이 하나 나타난다. 해자라고 하나. 성 주위를 둘러쌓고 깊게 파내려가 물로 채워놓은.. 그런것을 끼고 한바퀴 빙 돌면 다시 엄청 나게 넓은 광장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마라톤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산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의 정원이 나무와 잔디로 매꿔져 있다면, 이번 공원은 사람들과 자갈밭으로 매워져 있는 셈이다. 오른쪽으로 해자를 따라 돌았더니 나오는 다리. 도쿄에 왔다는 상징과 같다는데. 역시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혼자 돌고 있는 나로써는 그냥 풍경을 찍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름이 뭐라 했더라.. 메가네바시 던가. 그러한 이름 이었을 것이다. 다리 건너편에서는 제복을 입은 아저씨 들이 부동자세로 서있었고 그 뒤로는 육중한 철문이 있었다. 그 철문을 넘어서면 천황이 사는 곳이구나. 이 문을 통해서 1년에 2번 들어갈 수 있다는데..  

이러한  천황의 앞마당을 빠져나와 계속 남쪽으로 가면 일본의 정부 건물들이 밀집되어있는 구역이 나온다. 안내판을 봐도 어디를 봐야할지 알수는 없었고, 대충 사진이나 찍고, 또 국회의사당까지만 걸어갔다오자고 결정.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면서 걸어갔다왔다. 건물 앞에는 일본인인데도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이 있을까. 국회의사당 앞에는 무슨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우리나라 전경차 비슷한 차들이 여러대 대기중이었다. 안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철판으로 둘러싼 차도 있었고..;

이제 오늘의 도보여행 마지막 코스. 긴자로 접어들었다. 긴자에서 토라노몬 카미야초로 이어지는 거리로 들어서는 길도 보였다. 중간에 이 길로 빠져서 걸으면 회사까지 갈 수 있는 것이리라. 회사 사람이 말해준건데. 그 길은 일요일 낮에는 도로 한가운데 누워서 낮잠을 자도 될 정도로 차며 사람이 다니지 않는 유령도시가 된다고 했다. 역시나 평일에 비해 엄청나게 한가한 거리. 반면 조금 더 걸어 긴자역 근처에 도착하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출근시간 신쥬쿠 역에서 본 광경만큼은 못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건 정말 오랜만; 서울에서 조차 사람 많이 다니는 곳을 꺼려하는 나이지만, 주말 관광만을 해야하는 나로써는 이러한 복잡한 쯤은 참아야한다; 주말이라 길은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해서 보행자들의 천국이 되어있었다. 아래와 같이 미츠코시 백화점의 대형 스크린에는 배용준씨가 롯데 면세점에 오라고 광고를 하고 있고. – ㅅ-


쇼핑에는 관심이 없는 나는 단지 사람구경만을 할 뿐. 소니 쇼룸 정도를 둘러보고 오늘의 일정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