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스-다이칸야마-시부야-하라주쿠-오모테산도-시모기타자와-신쥬쿠

 .. 하루 코스로 잡고 싹 돌았다. 아침 8시에 나가서 집에 들어오니 7시가 다 된 시간; 말 그대로 찍고 온 셈인데, 어짜피 거리 구경과 쇼핑으로 유명한 거리들이라.. 산것은 조그만 선물 하나.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다리만 튼튼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에비스-다이칸야마-시부야 코스는 걸었고, 시부야-하라주쿠는 야마노테센으로 한정거장. 하라주쿠-오모테산도는 역시 걸었고 하라주쿠에서 시모기타자와까지는 신쥬쿠까지 야마노테센으로 간 후 오다큐센으로 갈아타고 갈 수 있다. 이렇게 돌아다녔는데도 JR 하루 프리패스를 사는 것 보다는 매번 표를 사서 다니는 것이 싸다.  

간단한 감상.

에비스 – 볼꺼 별로 없다. 대충 보고 다이칸야마로 고고
다이칸야마 – 이국적인 건물들이 매력이지만, 구역 자체가 좁기때문에 빨리 둘러볼 수 있다.
시부야 – 그 유명한 시부야다. 일본 젊은이의 문화에서 뭔가 즐길 것이 있다면 역시 이 곳이 메카.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음료수를 얻었기에 이미지 UP. 곳곳에 유명한 장소와 맛집이 위치.
하라주쿠 – 어울리지 않게 메이지 신궁앞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묘한 문화적인 격차가 존재하는 곳. 흑인 삐끼들은 3~4개국어를 구사하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파르페가 유명하다는데.
오모테산도 – 긴자보다 더 명품거리.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이쇼핑만으로도 즐거울 것. 쇼핑을 하고 나오면 고객이 사라질때까지 90도로 인사하는 종업원이 인상깊다.
시모기타자와 – 돈없는 젊은이라면 이곳에서 쇼핑을 즐기자.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구경에 시간가는줄 모를 것. 대학로처럼 소극장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많은 인파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신쥬쿠 – 무슨 말이 필요있을까. 일본 최고의 유동인구를 가진 곳이며 그 사람들을 잡기위해 수많은 업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곳. 한국인 관광객을 정말 많이 봤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모든 장소가 사람들로 붐빈다. 모든 장소가 한번쯤 가볼만은 한 곳. 일본의 문화를 단시간에 많이 체험하려면 이 코스가 최고가 아닐까? 게다가 가까운 곳에 모여있다.

드라마 1리터의 눈물 로케지를 찾아서.

  일본에 온지도 3주가 지나, 가이드에 나와있는 곳들은 거의 다 돌아보게 되었을 무렵. 이제는 남는 시간에 어디를 가야할까라고 고민할 시점에. 문득 그래도 일본까지 왔으니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의 촬영지를 방문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춘천을 찾아가는 겨울연가의 광팬 일본인의 기분인건가. 아무튼 몇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을 찾아봤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일 것. 또 비교적 최근에 본 드라마 일 것. 재미도 없는 드라마,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드라마의 로케지는 가봤자 역시 의미 없음이다. 다음으로는 드라마에서 꽤 의미가 있는 로케지일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리가 가까울 것. 역시 교통비도 무시할 수 없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드라마 촬영지까지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조건을 두고 검색해본 결과.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로케지. 바로 1리터의 눈물. 두 남녀주인공이 처음만나는 보도교. 중간고사 기간에 이 드라마를 보고 -ㅅ- 얼마나 실수다 라고 느꼈던지; 감동적으로 본대다가, 금요일 오후에는 다치카와에서 인턴쉽의 발표회가 있고. 고작 5정거장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로케지를 아침 일찍 가면 교통비 부담도 거의 없을 것 같아서 결정. 주소를 찾아서 지도 상에서 표시한 후 무작정 아침일찍 이곳 숙소를 나섰다.

  보도교가 위치한 JR 미나미타마 역까지 가려면 꽤 복잡했는데, 미타선을 타고 스가모에서 JR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신쥬쿠에서 츄오선으로 갈아타고 다치카와까지 간 다음 또 다시 남부선으로 갈아타고 5정거장 가량을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1시간 30분 남짓의 기차여행. 다치카와까지는 많이 왕복한터라 별 어려움 없이 미나미타마 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역사는 여기, 도쿄가 맞아? 할 정도의 아주 작고 초라한 역이었다. 주위도 사람이 많이 살만한 동네는 아니고 차가 없으면 꽤 교통이 불편해 보이는 동네. 이제 이 곳에서 예상 시간 40분을 걸어야 목표로 하는 보도교까지 도착할 수 있을 터 날씨가 흐려 햇빛이 안나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출구가 하나이기때문에 망설임 없이 나가서 직진, 처음으로 만나는 커다란 길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곧 나오는 3거리에서 왼쪽으로 도는 길. 자세하게 나온 지도 덕분에 별로 헤매는 일 없이 걸어갈 수 있었다. 단, 문제가 되는것이 처음부터 등장하는 엄청나게 긴 오르막길. 자전거를 타고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신나는 레이스를 즐길 수 있지만, 걸어올라가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끌고 나랑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사람에게는 기가 질리게 할 정도로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다. 아무리 햇빛이 안나는 날이지만, 이 상황에서 이미 땀이 흥건. 주변이 전부 공원으로 둘러쌓인 녹지였지만, 그래도 더웠다.

  오르막에 이어지는 약간의 내리막을 지나 땀을 식히려고 천천히 걸어가자 나오는 주택가. 주변의 집도 그렇고 참 잘 꾸며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들도 다 나지막 하고, 공원에 둘러쌓인데다가 가게들의 인테리어도 일본식이 아닌 어디 유럽이나 미국의 마을처럼 꾸며놨더랬다. 금요일 오전이라 놀러나온 유치원생들이 분수대에서 놀고 있었고, 젊은 아줌마(?)들이 유모차에 아기들 데리고 산보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도쿄에서 적당하게 떨어진 교외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2층으로 된 차고가 딸린 자기 집을 가지고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이 일본인의 꿈이라나 머라나 하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이런 동네가 바로 그런 꿈을 이룬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일본은 곳곳에 시설이 잘 갖추어진 야구장이 있는데, 조금 커다란 공원에는 하나씩 있어서 근처의 학교들끼리의 대항전을 하곤 한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하는 국민들이고 또 그래서 그만큼의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기도 하다.  지나가면서 옆쪽으로 공원에 붙어있는 커다란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볼 수가 있었다. 한 팀이 7:0으로 지고 있었지만 재미있어보였다. 뒤쪽 관중석에는 응원나온 부모님들도 보였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도 응원을 하러 나왔는지 뭐라고 외치면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일본의 고등학교는 지금 방학일텐데 참 부활동에 열심히구나. 이런 경기장의 잔디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걸까. 정말 잘 관리되는 듯 보였는데 역시 펜스길이는 조금 짧은 듯 했다.

자 이제 이 커다란 다리가 보이면 절반을 훌쩍 넘어 고지가 저 앞이다. 벌써 30분 가까이 걸어 온 탓에 땀은 비오듯 하지만, 그래도 주위 풍경과 일본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과 공원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기에 공원 사이로 차도가 있고 이러한 다리를 만들어서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다리 하나하나도  각각의 디자인을 가지도록 만들어서 오피스 중심지의 딱딱한 육교와 비교하면 예술 작품처럼 보이게 잘 해놓았다.
다리를 건너자 앞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육상 경기장. 방금전에 봤던 야구장을 훨씬 뛰어넘는 크기에 잘 정돈된 육상 트랙. 그리고 가운데서는 체육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 멀리 스탠드 근처에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뭔가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동네 주민을 위한 행사가 아닐까 싶었다. 공원을 도는 중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을 계속 마주쳤는데, 역시 건강을 위해서 운동에 열심히인것은 우리나라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전에 황거 앞에서도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던 기억이 났다. 이제 이 공원의 오른쪽에 있는 체육관을 지나면 지도상으로는 거의 다 온 것. 마지막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차도로 내려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자 공원의 끝 부분이 나오고 저 멀리 놓여있는 다리가 보였다. 지도상으로는 저 다리가 로케지!  빠른 걸음으로도 4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지나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아마 역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배차시간도 길 뿐더러, 정류장이름도 알 방법이 없어서 무식하게 걸어올 수밖에 없는 이 길. 다리가 불편하면 찾아올 수도 없는 로케지다. 아무튼 이런저런 불평하면서 걸어왔지만, 이 사진을 찍은 상황에서는 마구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힘들어서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언덕을 모두 내려가자 나오는 다리로 올라가는 입구. 사실 이 다리는 공원과 주택가를 연결하는 다리. 즉 공원의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반대편은 언덕으로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있는 주택가의 위쪽 부분과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은 역시 직선으로 쭉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사면과 평면이 교차로 나타나고 있었다. 뭔가 특이함을 추구하면서 꾸미고 싶어하는 일본인의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보도교의 위로 올라가자 보이는 다리의 전체 모습. 드디어 온 것이다. 1년 전쯤의 여름에는 이 곳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날씨가 흐려서 선명하게 찍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 곳이 바로 사와지리 에리카양이 넘어져 있었고. 남자주인공(역시 이름을 못외운다;)이 도와준 그 다리. 드라마에서는 한쪽으로 세워져있는 엄청나게 많은 자전거가 있었지만, 사실 다 스텝이 가져다 놓은 것. 이러한 다리에 그렇게 많은 자전거가 서 있을 리가 없다. 주위에 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약 15분간 주위를 돌고 사진을 찍고, 셀프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했지만, 단 한명도!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없는 이곳이다. 저 기둥은 단지 장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기둥 주위를 둥글게 돌아가면서 지상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존재한다. 이 다리의 위쪽과 아래쪽에도 역시 차로를 건너가는 다리가 있는데 둘다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다리 마다 다르게 디자인 되어있으므로 역시 다리 마다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 다리 이름은 나가미네바시. 아무튼 아무도 안보는 이 다리에서 혼자 뛰어놀다가 다시 온길을 거꾸로 헥헥 거리면서 걸어온 그러한 슬픈 이야기 이다.

  요즘은 사와지리 에리카양을 자이리쉬라는 자이리톨의 짝퉁 같은 껌 선전과, 가네보 였던가. 화장품 선전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금요일에 하는 태양의 노래라는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드라마의 주요한 로케지인 에도시마 근방을 그저께 다녀왔더랬다. 오늘 올린 포스트는 저번주 금요일의 이야기. 시간이 나는대로 그쪽도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