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3일간

1. 도쿄에서 오사카까지의 야간버스라는 것.
돈 없는 배낭여행객이나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되어서 지정된 장소에 가니 온갖 종류의 사람들로 우글우글. 가족단위의 여행객부터 대학생. 심지어는 할머니까지 신칸센이외의 이동수단은 이게 유일한 것인가; 평일 비성수기라면 3900엔. 가장 성수기라도 4600엔이면 이용할 수 있으니 싸긴 싸다. 신쥬쿠에서 난바까지 7시간 30분정도 걸렸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15분간 2번 휴식! 계속 고속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려주니 자기도 좋고, 사실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잘 준비를 해 오기도 한다. 운전사가 2명이 타서 교대로 운전을 한다. 성수기 예약은 필수. 내가 갈때는 거의 모든 차가 만석이었다.

2. 오사카
덥다. 37-38도를 넘나든다. 도쿄보다 확실히 더 덥다고 한다. 이런 날씨에 교토 등 버스를 이용해서 걸어다니는 여행을 하다가는 버스기다리는 시간동안 탈진하기 일쑤다. 짐은 최대한 숙소에 놓고; 옷도 가볍게, 해를 가릴만한 것을 준비해서 돌아다니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노트북을 안심하지 못해 가지고 다닌것이 얼마나 체력 소모가 컷던지, 기요미즈테라, 금각사 정도만 간신히 보고 철수해야했던 아픈기억이;

3. 교토
볼것은 많은데 걸어다니기는 무리고,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겠다. 역에서 나오다가 보면 500엔짜리 1일 무료 패스를 파는 곳이 있는 데 그곳에서 한장 구입하면 하루종일 버스가 무료. 3번만 타도 이득이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정류장에서 유적지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되는 곳들이 많으니 유의. 또한 유적지의 입장료도 만만치 않다. 핵심적인 것만 보도록 하자.

4. 박물관
교토, 나라 박물관은 일본의 3대 국립박물관의 하나로 꼽힌다는데. 정말 볼 것이 많다. 우리나라 처럼 외세의 침입으로 유물들이 손상되지를 않아서 그런지 수백년 지난 책들도 말끔하게 어제 쓴것처럼 보관되어있는 것에 놀랐다. 또한 일본 유물뿐 아니라 중국, 한국 유물들도 있으니 참 괘씸하지만, 잘 해놨고 볼거리는 많다는 거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꼭 들러보도록 하자. 그리고 나라에서는 상비된 PC에서 일본의 모든 국보를 사진으로 조회하는 것이 가능했다. 놀라운 것은 해설까지 완벽하게 한글로 번역해서 제공한다는 사실. 일본 생활 전반적으로 느낀것이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컨텐츠의 깊이라던가 양은 정말 엄청나다.

5. 숙소
하루 2명에 2300엔짜리 숙소에서 잤는데.. 숙소는 돈을 아끼지 말도록 하자. 일본 일용직 노동자들이 장기 숙박하는 숙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거미, 바퀴벌레등과 같이 잘 생각이 아니라면 적어도 4000엔은 이상되는 숙소에서 머물도록 하자. 인터넷이 안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던지;

일본 생활의 단편

회사에서 내 옆자리에 앉는 하마미치 에이지씨.
공장과 영업부와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늘 바쁜 그는 하루종일 외근을 나가있는 일도 많다.
그런 그와 공장 견학을 갔을때 차에서의 대화.

“일본에서 차 라이트를 반짝거리는 건 ‘아 먼저 가세요’ 이런 의미잖아요. 한국에서 라이트를 반짝거리는 것은 ‘내가 먼저갈꺼니까 가만히 있어!’ 라는 의미에요. 반대로.”

“도쿄 근방은 그런 의미지만, 일본도 다른 지방에서는 한국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곳도 있어요.”

일본도 지방에 따라 성격이 다양한가보다.

영업사원인 하기와라 사야코씨.
그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여행을 온적이 있다고 한다. 명동이라던가 와본일이 있는 것 같지만 꽤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어디에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기억을 물어보니..

“한국에서 귀국을 위해 공항에 가는데 상당히 이른 아침 비행기였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맞은편에 앉은 할아버지가 꼿꼿하게 부동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자고 있는거에요. 근데 갑자기 움직이더니 가방에서 빵을 꺼내서 먹기 시작하는 거에요. 눈을 감은채로. 그 상태로 가방에서 음료수까지 꺼내서 아침식사를 끝냈는데 도중에 한번도 눈을 안뜨는거에요. 그래서 신기한 할아버지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출국하기 위한 검사대에 그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거에요.”

한국인도 겪기 힘든 일을 겪어서 그게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그녀에게는 남아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인 다카하시 히로시씨.
그는 나이를 잘 모르겠지만 나랑 비슷해보이는데, 꽤나 게임 광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건너간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큰 흥미를 보이는데..

“한국에는 PC방이라는게 있어서 일본사람들이 빠칭코 가게에 엄청나게 앉아있는 것처럼 모두들 앉아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어요. 일본이 혼자서 하는 게임문화라면 한국은 온라인으로 같이 하는 게임이 아니면 안되지요.”
“일본에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라던가 꽤 인기가 있었어요. 일본도 점점 그런쪽으로 변해갈 것으로 생각되요. 게임 센터라던가 하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역시 영업사원인 야바시 마사히로씨.
씨라는 말을 붙이기 좀 그런데, 나와 동갑에 같은 월에 태어난 그다. 일본은 군대가 없기 때문에 올해 졸업해서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이라는데.

“신화(신와라고 발음했다) 알아요?”
“신와? 그게 뭔가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데 왜 춤추고 그러는 애들 있잖아요”
“아~ 신화요. 신화”
“알고 있구나, 요즘 여자애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친구중에도 보아를 좋아하는 녀석도 있구요”

욘사마에 이은 한류 스타는 누굴까. 참이슬 선전에 장동건이 나와서 한국어로 광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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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들도 오늘로 마지막이네.
돌아보면 역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