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1]

  오사카 지방 여행기까지 완료하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여행기를 쓰고나서, 다시 도쿄에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 계속하자니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체류기. 완전무결하게 완성은 짓고 넘어가고 싶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한여름의 도쿄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에 숙박을 잡은 여행객이 하루를 투자해서 둘러볼 수 있는 도쿄 밖의 관광지는 몇 군데가 있다. 대표적으로 하코네, 닛코. 둘 다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각각 독특한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그 외로는 에노시마 & 가마쿠라가 바다와 신사와 사찰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어서 하루 코스로 인기가 높은 편이고, 요코하마는 세련된 도심과 이국적인 모습을 보기위해 모여드는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이다. 이들은 각각 하루종일 돌아볼 생각으로 기운차게 출발해도 밤이되면 기진맥진해서 아쉬움과 함께 숙소로 돌아올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이동시간이 비교적 긴 관광지이므로 이들 모두를 돌아보고 싶으면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일주일이상은 도쿄에서 머물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곳들은 모두 서남, 서, 북쪽의 관광지들이다. 동쪽으로 치바현쪽의 유명한 관광지라고는 디즈니랜드 밖에 모르는데 혹시 가이드에 나와있지 않은 곳까지 찾아내서 일정을 늘리게 된다면 맘 푹놓고 숙소를 일주일 예약해서 도쿄에 머물면서 밤에는 도쿄 시내 관광. 낮에는 근교의 관광지 탐방을 다니도록 하자. “도쿄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면서 볼게 있나?”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한달을 머물렀는데 못 가본데가 많은 이 블로그 주인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 일정은 도쿄에 일주일정도 위클리맨션을 예약하고 위에서 말한 4군데의 관광지와 오다이바, 황거를 각각 낮 일정으로 넣고 저녁때는 소위 번화가로 불리는 시부야, 신주쿠, 긴자, 하라주쿠, 롯폰기를 돌아보고 아침시간이 날때 우에노 공원 같은데를 돌아보는게 어떨까? 아마 내가 처음 일본에 가는 입장이 되어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면 위처럼 잡겠다. 대충 예산은 100만원 정도 나오겠구나.

  아무튼 여행 가이드북 노릇은 그만하고 본래 주제인 에노시마 & 가마쿠라를 소개해보면 에노시마는 도쿄 서남쪽의 섬으로 요트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더불어 섬의 비교적 빼어난 경치가 유명한 곳이다. 가마쿠라는 대불, 사찰등 주로 역사적인 유물이 많은 곳. 이는 예전에 잠시 수도 였던 탓이다.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두 관광지를 묶어서 보며 뒤에 나오겠지만 이 두 관광지를 서로 묶는 열차 자체도 꽤나 유명하다.

  처음에 가마쿠라부터 둘러볼지, 에노시마부터 둘러볼지에 따라 기차를 이용하는 코스가 조금 달라진다. 내 경우는 에노시마부터 둘러보기로 정하고 아침 일찍 이타바시혼쵸의 숙소를 나왔다. 미타선을 타고 스가모에서 다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신쥬쿠까지가서 오다큐선으로 갈아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게다가 중간에 사가미오노역에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가는 열차로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 꽤나 오래걸리는 기차여행이므로 노선을 꼭 확인해서 이상한 역에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또한 일본의 기차는 보통, 쾌속, 특쾌, 통근열차등 같은 구간을 다니는 녀석이라도 정차하는 역이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잘 골라서 타지 않으면 내릴 역을 그냥 통과해버리는 열차 안에서 안타까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ㅅ-

 오다큐선은 신쥬쿠역이 종점이라서 출발하는 열차의 넉넉한 자리에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국철인 JR이 매꿔주지 못하는 곳곳의 철도망을 사기업들이 나서서 철도를 건설해 매꾸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철이 좀 깨끗한 느낌이 있었다. 이 날은 일본 전철 특유의 떠드는 사람 없는 조용한 분위기와 잘 조절된 에어컨, 그리고 창밖의 따뜻한 햇빛까지 일정하게 덜컹거리는 진동조차 몸에 리듬감을 실어주는 기분좋은 아침의 기차 여행이었다.

일본은 잘 정비된 하천이 많은데 산책로로 많이 활용된다

 

  가는 도중의 밖의 구경도 하고 안내 방송에 웃음 짓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때 처음으로 둘이 다니는 여행이었다. 이 전까지는 모두 혼자서 돌아다니느 여행) 열차는 곧 사가미오노 역에 도착하고 여기서 플랫폼을 바꿔 기다리다가, 어찌보면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듯한 열차를 타고 다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향해갔다. 한여름에 주말, 그리고 화창한 날씨 덕택인지 열차 안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남녀들로 가득했고, 모두들 검게 그을린 피부를 마음껏 드러내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심하게 그을린 피부. 뭔지 모를 이유로 울어대는 어린 아기가 열차 유리창에 균열이 갈 정도로 울어대는데 젊은 부모는 히히덕거리면서 자기들 끼리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에 다소 불쾌했지만 다행히 얼마가지않아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역사

 

  에노시마는 특히 여름에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이유야 말할것도 없이 여름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닷가에는 윈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가득하고, 수상스키,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바다위, 바다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는 다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기본적인 해수욕은 기본이고 말이다. 이렇게 이 곳이 발달하게 된 원인에는 지역적인 이유가 가장 큰 데, 이 곳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는 요코하마, 도쿄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 곳 이외에는 모두 항구 도시로 개발된 곳들, 따라서 자연적인 백사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이 몰리고 화려해지고 유명세는 또 다른 유명세를 낳아서, 이 곳은 한국사람들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만화 슬램덩크의 무대가 되기도 했고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에노시마의 모습은 흔하게 찾아 볼수도 있다. 사실 또 에노시마는 유명한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역에서 가득한 사람들을 뚫고 나와 일단 편의점에서 식수를 샀다. 바다위에 놓인 다리며, 꽤나 높은 곳까지 솟아있는 에노시마를 한바퀴 돌 생각을 하니 왠만큼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서야 탈진할 것 같았기에 넉넉한 양의 생수 보충. 햇빛이 온세상을 가득 매운 이런 날에는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자판기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나 일본처럼 자판기 포화상태의 국가에서는 150엔이 150원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 마져 일으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사이에 당신의 손에는 에비앙 생수, 혹은 미쓰이 사이다가 들려있기 마련이다. 몇 십엔이라도 아끼려면 미리미리 사놓자. 수통을 채웠으면 고지로 돌격이다.

밤되면 예뻐질 듯. 일본에서 봤던 ‘태양의 노래’라는 드라마에 나왔다.

 

  에노시마는 시마(島)니까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있어서 두발로 방문할 수 있다. 지도도 없고, 그렇다고 가이드는 더더욱 없는 우리지만 바다위에 장애물 없이 떠 있는 에노시마를 향해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가는길에는 여름 스포츠를 즐기러온 많은 청춘 남녀를 볼 수 있는데, 아예 여름만 되면 여기서 장기 숙박하고 해안가로 출퇴근 하는지 피부는 온통 까맣게 그을려서 인종을 구분할 수 없게 해가지고 다닌다. 남녀를 불문하고 또한 화끈한 여름 패션을 보여주니까..

다리를 건너면 에노시마. 저래뵈도 꽤 높다.

 

  사실, 남태평양이나, 하다못해 오키나와 처럼 깨끗한 물은 아니고, 모래사장도 깔끔한 베이지색의 고운모래가 아니라, 약간 칙칙한 분위기가 나는 바다지만 도쿄 근교에 이런 곳이 없어서 인기인 듯 하다. 냉정하게 보면 꽤나 더러운 우리나라 동해 바닷가 물 보다도 살짝 더 더러운 느낌이 나기는 한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양쪽으로 그런 물에서도 손발이 팅팅 불어가면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지평선(?) 까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여름만 되면 끌어당기는지 그 매력은 수만년간 변하지도 않았다. 옛날 원시인들이 배고픔에 고통 받고있을 때, 낚시라는 새로운 식량공급원을 찾아서 신이나 바다로 뛰어든 것이 유전자에는 새겨져 있지만 막상 오늘날에는 뛰어들고보니 배는 안고팠다는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작은 육지가 에노시마.

오늘 찍은 사진 중 젤로 유명한 위치

 

  자, 이제 등산인가? 하면서 워밍업하고 있는데, 옆에서 커다란 핼멧을 쓰고 스쿠터에 탄 소녀가 우당당탕 소리를 내면서 저 도리이를 지나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올라간다. 뒤를 이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스쿠터 멈추세요!” 하면서 뒤를 쫓는데 사람들이 양옆으로 물러나느라 시간이 걸려 추격이 쉽지않다. “야루네~”하면서 사람들이 뭔일인가 구경하고, 나도 마찬가지. 소녀는 저~ 꼭대기 까지 스쿠터로 올라가 산길 어딘가로 감쪽 같이 사라진다. “드라마 찍나?” 그리고 보니 이 근처에서 찍는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카메라가 없다. 항공촬영? 에드벌룬 하나 떠 있는데 설마? 뭔진 모르겠지만 실제 상황인 것 같다. 어찌 도망가려고 섬으로 달아나지; 봉쇄하면 잡힌다. 섬의 구석진 곳에 요트라도 대기시켜 놓은건가?! 등산이나 하자.

조금 더 올라가면 신사가 나온다

 

  말은 등산이나 사실 산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경사의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하므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관광객은 친절히 마련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유료) 섬 전체는 중간까지 한바퀴 도는 관광로가 있고 가장 깊숙한 곳 까지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길이다. 바다 암벽까지 내려갈 분들은 가보고 아니면 그냥 위에서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사실 500엔을 받는 동굴이 끝에 있는데 별로 볼건 없다고 한다. 에노시마 전체는 하나의 무료입장 놀이공원과 같아서 들어가는 건 공짜지만 뭔가 보거나, 타려면 반드시 추가 요금을 받는다. 빈곤한 배낭여행객이라면 두발로 다 돌고 굳이 돈 안써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볼 수 있다.

신사는 하도 많이 가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섬 한가운데 신사가 위치해 있다. 관광을 위한 목적으로 다리가 놓이기 전에 건설된 신사인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섬이었을때 배타고 들어와서 섬에다가 신사를 지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꽤나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그것은 비단 이 신사 입구 뿐 아니라 섬 전체에 걸쳐서 마찬가지다. 아주아주 간편한 옷차림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돌아다니는데도 이미 처음부터 비오듯하는 땀은 어쩔수가 없었다.

방금 사이렌을 울렸던 경찰차

 

   힘겹게 도리이 하나를 통과하고 보니 아까 아래서 시끄럽게 스쿠터를 추격하던 경찰차가 더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면서 멈춰서 있었다. 사실 길도 더 없는데 어쩌자고 이런데 까지 올라와서 시끄럽게 하는지, 무리하게 올라가려고 바닥에는 스키드마크, 주위에는 타이어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로 가득했다. 이미 스쿠터에 탄 소녀는 오른쪽 길로 달아나고 난 후 같이 보이는데; 이 이후로는 이 추격자와 도망자를 만나지 못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뭔가 심각한 범죄자였을까? 설마 주차위반 같은 걸로 이렇게나 요란하게 쫓아오는 것인가, 일본 경찰은?

다 올라오고 나니 꽤나 멀리까지 보인다

  꽤나 올라와서 신사 앞에 도착했지만, 어디까지나 신사까지지 섬 전체를 둘러보려면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주로 경치 좋은 전망대는 육지쪽을 향해서 설치되어있고, 반대쪽으로는 해안까지 내려가보지 않고서는 잘 보기 어려웠다. 한쪽은 커다란 섬. 반대쪽은 거대한 태평양이다. 따지고 보면 일본도 섬이지만, 생활하고 있다보면 섬이라는 인식은 점점 희미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비록 우리나라는 섬은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무의식 속에 국가의 경계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와서 꽤나 오래 살아도 이질감은 없고 특별히 섬이라는 인식은 안들 것 같다. 유럽처럼 국경이 땅에 선 긋는 식이라면 헷갈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에노시마에 간다하니 “아, 그럼 가마쿠라까지 묶어서 보는게 좋겠네?”라고 조언해주던데, 가마쿠라에 가봤냐고 물으니 소풍으로 왔다는 말이 많았다. 가깝고 유적지가 많아서 역시 소풍용 장소인가. 우리나라의 서울대공원 보다는 쪼금 더 교훈적인가.

신사의 본당

 

  날도 더운데 그늘도 없는 신사 구경은 서둘러 마치고 양쪽으로 나있는 섬의 일주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옆으로 돌아나오다 한국에서 온 사진찍는 일행을 마주쳤다. 일본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많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확연하게 구분되는 외모때문에 쉽게 일본인인지 아닌지 구분 할 수가 있다. 특히 2명 이상이 모여다니는 한국에서 온 여성 관광객 일행을 보면 말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는데, 과연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는데 보면 그냥 아는 것이다. 느낌으로.

그늘을 원하지만 없다

  보기에도 따뜻하고 태평하며, 아까의 작은 소란만 없었으면 범죄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동네이다. 이런 마을은 사람 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살기 좋은 듯 보이는데, 길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굳어진다. 일본은 개보다 고양이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인데 도심의 주택가에서도 어디엔가 숨어있는 고양이들이 때때로 나와서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한밤중에 눈에서 레이져를 쏘면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내가 더 섬뜩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의 고양이들은 그렇게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지도 않고 단지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따뜻함만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어슬렁 거리면서 그늘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

계단은 계속 이어진다

  깔끔하게 정리된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양 옆으로는 바다 경치를 즐기면서 각종 식사를 할수 있는 찻집과 식당이 늘어서 있다. 주인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와이카가데스까?” 하면서 소심한 호객행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계단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지나갈수록 나중에 다시 이 길을 돌아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워지는 것이다. 뭔가 익사이팅한 놀이거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야 이리오지 말고 에노시마 역에서 바다에 뛰어들었어야 옳겠지만, 조용한 관광지의 풍경과(정말 이렇게 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박하지만 깔끔한 맛이 있는 경치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단, 지나친 상술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도 또한 오면 불쾌해 질 수도 있다.

  집에서 아침을 때우고 빵을 몇 조각 사서 가방에 넣어왔다. 물론 관광지에서 뭔가 사먹으면서 드는 식비를 아끼려고 한 것. 뒤돌아 생각해보면 관광까지 와서 이렇게 돈을 아껴가면서 생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후회가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여행하면서 책을 가지고 가는 사람과 같은 경우 아닐까. 여행에 와서는 여행에 오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에 집중을 해야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먹는 것, 보는 것, 말하고 듣는 것. 이런 체험을 위해서 여행을 하고 기쁨이 존재 하는 것인데.. 라고 귀국후에 생각을 고쳐먹고 조금 후회.

[2]편에 계속.  

일본 체류기 – 오사카(간사이) 편 [6]

 드디어 37일간의 일본 체류를 마치고 한국으로 날아가는 날이 되었다. 대학생 시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내 인생에 있을까? 단순히 ‘체류’만이 목적이라면 비행기 탈 돈만 있으면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지만(영구적 90일 무비자!) 조금이나마 일본인들의 사회에 끼어들어 생활 패턴을 그들과 같이 할 기회는 두번다시 안올지도 모르는 것이고 말이다. 앞으로도 일본 회사에 취업 한다던지 할 계획도 별로 없으니까. 비유하자면 “일본 사람들로 가득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차들 구경한 정도” 될까? 그런 의미에서 일본 체류기가 아니라 일본 체험기가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이 체류기도 끝나갈 무렵이 되고 했으니 정리 차원에서 재정적인 면을 살펴보자. 일본 여행 게시판이나 지식인을 둘러봐도 “일본 여행 다녀오는데 얼마나 들까요?”라는 질문이 수위권을 다툴정도로, 빠듯하게 알바 뛰어서 해외 여행가는 집념의 젊은이들에게는 돈 문제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정답은? “쓴만큼 든다.” 지출은 스스로 돈을 내는 것이지 일본이 거대한 호텔이라서 하루밤 자는데 5000엔씩 까는 것도 아니고;

  1. 우선 여행의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배, 호텔|민박, 체류기간)
  2. 정보를 모으고 (비행기 티켓, 민박 숙박비, 하루 사용할 교통비 식비)
  3. 얼마나 유동적인 여행을 가능하게 하느냐에 따라 여유 자금을 준비하는 것.

 나의 경우는 단순 계산으로 하루 식비 1500엔 정도에 교통비로 평일에는 800엔정도 쓰고 주말에는 2일동안 만엔정도 할당했더니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더라. 물론 나중에 예정에 없던 오사카 여행이 있어서 긴급 수혈을 받긴했지만. 여기에 숙박 시설에 따른 요금과 쇼핑을 위한 돈을 준비하면 되겠고, 사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적응력을 발휘해서 적당하게 살아가는게 또 인간 아니겠나.

 여행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지막 날의 일정은 오사카 시내 관광과 오사카 성 둘러보기. 5시 20분 비행기라서 늦어도 4시 전에는 오사카에서 출발 해야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건지, 조금이라도 더 일본을 즐기려는 마음에 피곤도 잊은채 일찍 일어나 집을 챙기고 방을 나왔다. 카운터에 있는 할머니에게 열쇠를 돌려드리니 기계적인 동작으로 500엔을 꺼내 돌려주시면서 잘가라고 말해주셨다. 마치 일본을 떠나는 것에 대한 인사처럼 들렸다.

 빠듯 하기는 해도 오후까지는 시간이 있기에 그 동안의 관광을 위해서는 코인 락커에 집을 맡겨야 했다. 우선 간사이 공항까지 출발하는 열차가 있는 난바역으로 이동했다. 간사이 공항행 열차가 출발하는 개찰구 근처에 있는 적당한 코인 락커를 찾고 한달이 넘는 동안 사용한 흔적이 묻어있는 짐을 가득 채운 캐리어를 빠듯하게 락커 안으로 밀어 넣고 아침에 받은 500엔을 넣고 24시간 동안의 안전을 보장했다. 물론 나는 8시간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코인 락커를 한번도 써본일이 없구나” 하긴 무리도 아니다. 코인 락커를 사용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다. 하지만 동생 뻘인 사우나나 피트니스 클럽에 있는 녀석들이야 늘 써왔으니까 어색함은 없었다.

 아침 식사로 적당한 것을 찾다가, 찾는 시간이 아까운 나머지 눈에 보이는 맥도널드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맥도널드를 선택하는 것은 늘 이렇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민할 시간이 아까운 경우. 맥도널드는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너무 미국식이다. 들어가서 이제는 익숙한 발음으로 빅맥을 주문했는데, 아침 시간이라 빅맥은 안되고 아침 메뉴에서 고르란다. 베이글과 콜라를 받아서 금방 해치웠다. 아침 메뉴라 양이 적구나.

오늘의 일정은 이 난바역에서 시작한다

 

  이제 식객과 헤어져 혼자 행동하기로 한다.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헤어지는게 나을 것이다. 나는 일단 오사카 성으로 가서 둘러보고 다시 난바역으로 돌아와 약간의 쇼핑을 한 후 간사이 공항으로 향하기로 정했다. 가이드북에는 오사카 성까지 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도쿄 가이드만 가지고 왔다) 난바역에 있는 관광안내소 앞의 PC를 이용해서 찾아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안내원은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난바역에서 표를 사고 뭔지 모를 JR철도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야마노테센과 비슷한 순환선. 야마노테센서울 메트로의 2호선이 같은 순환선이면서 노선도에 녹색으로 표시되는 것은 우연인가 모방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리나라 1호선의 풍경과 너무 닮았다

 

 아침부터 그야말로 최고의 더위. 돈은 생각치 않고 사람이 쾌적하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에어컨을 펑펑 틀어대고 있지만 태양의 관할 구역안에서는 어쩔수가 없다. 열차안에서 시원함을 느끼다가 개방되어있는 역 플랫폼으로 나오니 정말 빨리 둘러보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역시 아침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월요일 아침에 오사카 성으로 놀러오는 일본인은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날씨라면 공원의 의미도 없을 정도.

역에서 나오니 이런 풍경이

 오사카 성은 거대한 공원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데 공연 주위로는 고층 건물들이 많아서 마치 황거에 갔을때 긴자도쿄 역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다른 곳까지 여유있게 둘러볼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고 그늘을 찾아 태양을 피해 은밀히 오사카 성까지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는 것이 목적. 벌써부터 땀에 젖은 티셔츠가 눌러붙기 시작했다. 이런 차림으로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이다. 3일동안은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왠지 배낭 여행객 처럼 보이기가 싫었다. “나는 일하러 왔다구”

해자도 도쿄 황거보다 넓은 느낌이 든다

 몸은 그늘을 쫓고 눈은 가운데 우뚝하게 솓은 오사카 성을 쫓으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땀이 많이 날 것 같으면 페이스를 낮추고 또 약간 시원해지면 또 바삐 걷고. 일본의 성들은 대부분 파괴된 것을 다시 복원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오사카 성의 경우도 완파 되었던 것을 완전히 새로 지은 것인데 예전의 자취라고는 주춧돌 몇 개나 남아있을까? 완벽하게 예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성이 히매지성 뿐이라는데 못가본 것이 아쉽다. 일본의 성을 가보려면 오사카 성은 가지 말고 히매지 성을 가는 것이 좋겠다. 왠지 TV에서 엄청나게 홍보하던 영화 “일본침몰”에서 오사카 성 위로 화산 폭발물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열심히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이 오사카 성이지만 정 중앙에 있기 때문에 어느 쪽 입구로 들어와도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목마름에 생수를 사서 손에 들고 또 열심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늘도 없고 땀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무렵. 오사카 성 아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 같은게 있을리 없기 때문에, 올라가 보려면 힘들 것 같아서 밖에 있는 벤치에서 땀을 식히면서 쉬기로 했다. 앉아 있으려니 우리나라 아람단 아이들 100여명이 저~ 아래서 우르르 올라오더니 매표소 앞에서 대기하고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얘들은 지치지도 않나? 이날씨에.” 땀을 식히고 이제 올라가보자. 입장료가 얼마였더라 500엔은 넘었던 것 같은데.

 위에서 말했듯 오사카 성에서 옛 모습의 자취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형만 복원했지 내부는 최신식의 콘크리트 건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한 전기등이 상영되고 있으며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유물은 다 박물관에 가있고 크게 볼만한 것도 없는 것이 사실. 둘러보고는 조금 실망했다. 올라가는 계단, 내려오는 계단이 따로 있어서 혼란을 막도록 하고 있었고, 일단 걸어서 끝까지 올라간 후에 내려오면서 각 층에 전시되어있는 유물을 관람하도록 되어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서 올라가는데 우르르 뛰어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아람단 학생들. “얘들아. 여기는 올라가는 계단이라니까;” 뒤이어서 따라 내려오는 강남 xx 초등학교 학부모님들; 검은색 정장차림의 안내원들도 말이 안통하니까 주의를 줄 생각도 안하고 그냥 지켜만 보고 서있었다.

 다 올라갔다. 아 시원해. 아람단 일행 여행 가이드가 여기있었구나; 높은 곳에 올라오니까 놀랄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어서 걸어오면서 흘린 땀은 다 날려버릴 수 있었다.

오사카 시내가 멀리까지 보인다

 

 꼭대기의 관람층은 동서남북 4방향으로 둘러보게 되어있어서 어느 방향이든 오사카 전체(까지는 아니고)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정도 높이라고 하면 아주 높은 고층 빌딩 수준도 안되지만, 주위가 공원으로 방해 받을 만한 건물이 없는 관계로 꽤나 멀리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분 정도 둘러보니 주위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금방 질려버렸지만 저 아래의 더위를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몸의 열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릴때까지 일부러 좀 시간을 끌면서 기다렸다… 됐다! 이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면서 전시물을 관람하는 것이다.

 오사카 성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 건축되었는데 그가 강력한 중앙집권의 권력을 구축한 후 하나의 상징처럼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생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놓은 전시물도 있어서 쭉 둘러보니 시간을 잘 가더라. 음성은 일본어지만 옆에 한글로 설명이 되어있어서 참고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임진왜란 부분에 있어서는 옆의 한글 설명과 일본어 음성 설명의 어휘 선택이 미묘하게 달라서 좀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뭐, 비난이야 할 수 있겠지만 강제성은 없는거니까. 위인으로 숭상하는 것 까지는 않고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는 사람 정도의 느낌. 천황이라는 존재가 예나 지금이나 이어져서 내려오는 만큼 모든 존경과 영광은 그에게 최우선적으로 돌려져야 하는 것이 일본 역사의 딜레마가 아닐까. 아무리 훌륭한 위인도 천황의 아래 있는 것이니까. 또 엄연히 지금도 천황이 존재하고 말이다.

자, 이제 저 길을 지나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한층한층 꽤나 시간을 들여서 구경하고 난 후. 1층으로 내려와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좀 쉬다가. 다시 12시의 뜨거운 더위로 나갔다. 햇빛도 맹렬하게 우주공간을 뚫고 나에게 돌진하지만, 나도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역을 향해 돌진했다. “이제 땀따위는 어찌되든 상관없어.” 올때의 역이랑은 다른 역을 거쳐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봐야 하나 전의 역이긴 했지만. 일본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수건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땀을 닦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남녀노소 상관없이 일반적인 손수건이 아니라 푹신한 흡수가 잘 될 것 같은 그런 것을 들고 다닌다. 그러면서 수시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거나 하는데, 만약 목에 걸고 다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타쿠로 알겠지?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 줄이 왔다갔다 한다

 다시 난바로 돌아왔다. 이제 부탁 받은 책과 내가 살 책, 그리고 몇 가지 문구용품, 돈이 남으면 음반 몇 개를 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막막하게도 뭐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난바 정도라면 번화가이므로 왠만큼 돌아다니면 다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착각. 문구점에는 내가 원하는 상품이 없었고(설마 도쿄 한정!?) 서점에도 내가 원하는 책이 없었다. 사실 가장 큰 에러는 빅카메라에 들러서 잠깐 둘러보자고 했던 것이 헤드폰 코너를 발견 했는데 수십만원짜리 헤드폰을 샘플로 다 들어볼 수 있는게 아닌가! 하나하나 다 들어보느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게다가 최신식의 Synthesizer까지 발견해서; 소리를 들어보느라 쇼핑할 시간을 거의 내지 못했다.

 어느 사이에 시계를 보니 3시가 가까운 시간.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공항에 일찍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일단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 1000엔이나 하는 티켓을 사고 플랫폼으로 내려가니 왠지 타고 싶게 생긴 열차가 대기 중이었다. 특급열차 하루카. 간사이 공항까지 논스톱으로 달리는 대신에 더 비싸다; 괜히 싼 티켓 샀다가 저거 타서 돈 더내지 말고 그냥 완행을 기다리자;

하루카!

 이윽고 도착한 열차에 몸을 싣고, “자! 이제 정말 일본을 떠나는구나” 왠지 아쉬워서 쓸데없는 주위의 풍경을 잔뜩 찍었다. 심지어 열차 안내방송까지 녹음해왔다; 디지털 카메라의 메모리가 비어있는 만큼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바다위를 매립해서 만든 공항인데, 쓸데없이 크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확장 공사 중인데 인천 국제 공항등등 동북아시아의 허브 공항 위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서 실제 수용하는 규모보다 훨씬 크게 공항을 짓는데나. 그래서 돈 낭비라는 말도 있고 그렇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천공항도 실제 이용률이 규모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는 말이 있던데 얘네도 마찬가지구나.

바다 위를 달려서 공항에 도착한다

 오히려 규모에 비해서 엄청나게 붐비는 LAX(LA 국제공항)같은 곳이 있는 반면에 돈을 쏟아부어서 으리으리하게 만들어도 이용해주지 않는 곳도 있고. 중요한 것은 공항이 아니라, 나라 자체가 주는 매력이다. 아무튼 공항에 도착.

지은지 얼마 안된 오오라가 풍긴다

 이제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한국에서 올때 오는 날짜 확정을 안했기 때문에 일본 체류기간 동안 오는 날짜를 예약할 필요가 있었다. 회사에서 시간이 남는 동안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간사이-인천행 비행기를 확인하고 예약을 했었다. 우선 시간표를 확인하고 보니 5시 20분 비행기가 그나마 적당해 보여서 일본 대한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쌩뚱맞게 자동응답기 대답이 처음부터 한글로 튀어나와 놀랐다. 아무튼 비행기 예약 번호를 누르고 상담원 연결을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대한항공의  …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일본인이 한국어로 전화를 받았다. 약간 어색한 발음이었지만, 이러면 이야기가 편하다. 상황 설명을 하고 비행기 예약을 했으면 한다. 예약번호를 불러주었다.

“알겠습니다. 처리되셨습니다.”

 일본어로 설명해야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복잡한 한자어 몇개를 미리 알고 전화했는데 한국어로 다 되니 편하지만.. 그렇다면 사실 일본인은 국내에서 거의 대한항공을 이용 안한다는 거구나. -ㅅ- 이제 그렇게 예약한 티켓을 발권해야 한다. 대한항공 카운터를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윽, 이분은 안되겠다.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로 하느니 그냥 일본어가 낫다.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러 왔다고 일본어로 하니까 그 분도 얼른 일본어로 바꾼다. “원래 도쿄에서 돌아가는 것으로 비용을 지불했는데, 간사이 공항이라 티켓 값이 더 싸다. 차액을 돌려주겠는데 어떻게 받겠느냐?” 묻길래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느냐?” 했더니 현금은 안되고 “차후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해당 금액의 쿠폰을 주겠다.” 고 하길래 OK. 해당 금액의 쿠폰을 받고 발권을 하고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몇가지 할 일이 있었다. 일본에서 쓰다 남은 엔화를 USD로 환전할 것. 그리고 면세점에서 남은 동전까지 긁어 모아서 몽땅 쓸 것.

 환전소는 꽤나 여러군데의 은행에서 나와있었지만 대충 비슷할 것 같고 고액도 아니어서 그냥 아무데나 갔다. 환전소 앞에서는 미스 유니버스 출전자들이 매는 나라 이름이 세겨진 어깨 띠 같은 것을 한 아저씨가 안내 가이드로 활약하고 있었다. 탑승 항공편을 적고 무슨 돈에서 무슨 돈으로 환전할 지 적고 액수를 적는다. 남은 돈이 1만엔 정도 되는구나. 미스 유니버스 아저씨가 옆에서 과잉 친절로 이것 저것 참견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사양하겠어요. 실제 카운터에 가서 신청서와 엔화를 들이 미니까. 접수 직원이 의아하다는 말로 뭐라고 되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못들어서 “에?” 이러고 있으니 “Can you speak English?” “아뇨 일본어로 괜찮아요.” 했더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인데 왜 USD로 환전하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가요.” 라고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환전해준다.

 면세점에 들렀다. 남은 엔화는 500엔. 도대체 이걸로 면세점에서 무엇을 살수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또 별로 기대는 안하면서 둘러보고 있으니까 딱 눈에 띄었다. 와라비?라고 적힌 교토의 전통 먹거리라나. 결국 물건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쓰기 위해 산 것이라 한국에 돌아와 냉장고에 오래동안 묵혔다가 버리고 말았다. 약간 먹어봤는데 양갱 비슷한 맛이 나는 것이 맛도 이상하고;

 이제 탑승시간이 슬슬 다가와서 게이트로 향했다. 모노레일 열차 비슷한 것을 타고 게이트까지 이동해서 티켓에 적힌 곳으로 이동. 비행기가 준비중이다.

갈때는 보잉747. 올때는 뭐였지?

 

 대한항공은 일본 공항에서 JAL이 정비해주고, 아시아나ANA가 정비해준다고 들었다. 일본 국적기가 우리나라에 왔을때는 그 반대고 말이다. 따라서 JAL직원들이 대한항공 비행기를 정비해주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회사 생활, 여행지를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이래저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윽고 탑승 시간이 되었고 나는 이번에도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했다. “안녕 일본”

태양은 태양이지 한국의 태양, 일본의 태양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