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책을 하나 더 읽었다.

자유와 평등은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숭고한 가치여서 자유에 해악이 있거나 평등이 실현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바꿔말하면 자유와 평등은 절대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달아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 때문에 이런 생각에 의문이 생긴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추구하는가? 행동과 판단이 스스로에 맡겨지는 상황을 선호하는가? 기회의 평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현될 수 있는가?

내 생각에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데카르트의 말이 생각난다. 위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기 위해 수많은 조건문을 붙이는 것보다 결국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이 더 옳다.

독재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부의 불평등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보다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나는 미약한 범신론자이며 불가지론자에 가깝다. 인간의 능력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미지의 영역은 신의 영역이라고 내버려 두자. 인격신이건 자연신이건 일단 알 수 없는 영역이라고 정의한 이상 신의 형상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러한 미지의 영역보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현실의 영역이 나에게 훨씬 중요하고 내게 주어진 짦은 인생 동안 그 부분만을 생각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모든 종교 영역에 논리의 칼날을 들이대는 태도는 불편하다. 물론 저자의 글 솜씨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결론은 교리에 대한 융단폭격이다. 종교의 해악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는 바가 있지만 종교가 가진 순기능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마치 종교는 해로운 점이 많으니 종교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 같다.

이기적 유전자는 교양 과학 서적 느낌이 강해서 ‘지식’을 얻었다는 느낌인다. 이 책은 설득 당하거나, 반론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몇 년이 지난 후 최근의 저작이 아닌 대표작을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