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죽을 만큼 힘들다면, 잠이라는 도피처로 도망가지 않고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의 첫, 차가운 햇살까지 뜬 눈으로 뒤척일 만큼 괴로웠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외면하지 않고 맞서고 있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거대한 힘이지만, 나에게 맞설 무기라고는, 주문을 외우듯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릴 지금의 괴로움 임을 몇 번이나 스스로 각인 시키는 것 뿐이 남아있질 않다. 그 이외의 모든 생각들은 내 마음에 남은, 손바닥 만큼 남은 안전지대를 금방 집어 삼킬 듯 넘실거린다.
하지만,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이에 이렇게 죽을 만큼 괴롭지 않다면 언제 또 이렇게 괴로울 수 있을까. 평생을 통틀어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고민을 이 시기에 한다는 것이, 왜 더 열정적으로 살지 못했는지 십 수년을 후회하며 곱씹을 추억거리 하나 없이 사는 것 보다는 반드시 옳은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열심히 좌절하고, 더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