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일요일의 여유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멀리까지 가보는 여행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토요일에는 도쿄 근교에서 갈 수 있는 여행지 중 손꼽히는 닛코에 갔다왔다. 닛코 사람들의 관광지에 대한 프라이드도 대단해서 안내책자를 보니 Nikko is JAPAN 이라고 써 있을 정도였다. 과연 그렇게 아름다운 곳일까? 직접 확인하고 온 것이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긴자선 지하철을 타고 아사쿠사 역으로 이동. 도부 아사쿠사 역에서 오늘의 닛코 여행에 더이상 교통비가 들지 않게 해줄 닛코 프리 패스를 구입했다. 4400엔. 왕복 철도와 닛코에서의 도부 버스를 2일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티켓이다. 그리고 근처의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2개와 과자, 음료수 등을 구입. 점심을 해결할수 있도록 준비하고 7시 10분 출발 도부 닛코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요코하마에 갈때는 시간도 짧았을 뿐더러 대도시끼리와의 연결이라 창밖의 풍경이 변함이 없었지만, 닛코행 열차에서는 1시간 정도 달리자 일본 농촌의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갈때는 2시간 5분. 9시 15분쯤이 되자, 열차의 종점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신기한것은 도부 아사쿠사 역에서 출발할때는 길었던 열차가, 종점에 도착하자 달랑 2량의 열차가 되어있었다. 중간에 다른 부분들은 분리되서 다른 방향을 향하므로 처음에 앉을 때 자리를 잘 잡아야 할 것.
닛코는 크게 2 부분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신사와 절들이 모여있는 부분과, 온천과 폭포, 호수가 모여있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부분이 그것. 하루에 다 둘러보기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고 해서 서둘렀는데, 신사, 절 부분 그리고 호수, 폭포 정도만 볼 경우에는 (이름은 다 까먹음;;) 하루에도 충분. 그리고 하나 중요한 것. 갈때는 일기예보를 잘 확인하고 가자. 비가 오는 날에는 가봐야 언덕을 올라갈때의 아래 풍경. 케이블카. 호수 풍경. 폭포. 하나도 안보인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것 때문에..; 내가 간 날에도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는데; 일본인은 하나도 없고 외국인만 우글우글한게 그러한 사전정보를 모르고 속아서 간 것인듯 했다.
아무튼 역에서 내려서 출구로 나가면, 앞쪽 분수대 옆으로 버스를 타는 곳이 있다. 버스의 종류는 관광지가 넓게 퍼져있는 만큼 다양한데, 린노지등 세계문화유산 신사들을 둘러보려면, 주엔지온천행 또는 세계문화유산 순례버스를 타면 된다. 제일 앞쪽. 아사쿠사 역에서 구입한 프리패스가 있다면 그냥 내릴때 기사 아저씨한테 프리패스를 보여주면 무료로 무제한 승차가 가능하다. 2 종류의 버스 중 아무거나 타고 신쿄라는 정류장에서 내린다. 버스 내에서는 평면 TV로 한글 안내가 나오는 관계로 정류장 이름을 몰라서 내릴 곳을 놓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신쿄에 내려 조금 올라가면 보이는 붉은 다리가 바로 신쿄. 무슨 승려가 건너가려고 하는데 뱀이 와서 다리를 놓아줬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비가 와서 그런지 수량이 풍부해서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계곡 물과 적당한 안개가 멋졌다. 하지만 건너가는 것은 이 신쿄를 통해 갈수는 없고 신쿄 옆의 최신식의 콘크리트 다리를 통한다. 신쿄를 직접 밟아보려면 앞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면 된다. 다리 위에 올라가는 것 만으로도 돈을 받다니, 닛코 여행 내내 너무 상업성이 강하게 느껴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 시작이 바로 이곳이다.
다리를 건넌 후 도로를 건너면 위쪽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곳이 오르막길이 나타나는데 올라가면서부터가 본격적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신사와 절들의 단지(?)이다. 물론 이러한 소중한 관광자원을 공짜로 보여줄 수는 없는 것. 조금 올라가면 보이는 커다란 절의 옆에는 매표소가 있고 이러한 신사들을 묶어서 볼 수 있는 공통 관람권을 팔고 있다. 성인은 1300엔. 어짜피 모두 둘러볼 것이라면 개별 구입하는 것 보다 이쪽이 훨씬 저렴하니 무슨 신사 둘러보는데 이렇게 비싼지 불평말고 하나 구입을 하자. -ㅅ- 처음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붉은 절. 이름은.. 모르겠다. 사실 한글로 나와있어도 이름을 외울까 말까한데 고유명사 외우는 실력 0점에 가까운 나에게는 무리다.
아무튼 이 절이 여기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무료 관람물이다. 이 절의 왼쪽으로 올라가는 커다란 길로 쭉 올라가자. 도쇼구라는 가장 유명한 신사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신으로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커다란 길이 우거진 나무 숲 사이로 나 있고, 곧 양옆의 기둥과 그 기둥 사이를 잇는 판대기(?)로 이루어진 일본 신사 특유의 문을 두개정도 지나면 드디어 본격적인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중간에 왼쪽으로 담장과 함께 이어지는 멋진 길이 나타나는데 일단 생략하고 전진을 하자. 나중에 다 보게 된다. 그쪽으로 가면 괜히 공통 입장권에서 잘라내는 부분이 복잡하게 되서 2조각의 표를 들고 다니는 일이 생기게 된다. – ㅅ-;
들어가서 왼쪽으로 나타나는 건물 위에는 원숭이 12마리(?)가 조각되어 있다. 인간의 세상살이를 원숭이를 통해 표현했다고 하는데 특히,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입을 막은, 즉,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3마리의 원숭이가 유명하다. 사람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곳은 역시 유명한 것이 있다는 증거이니 빠지지 말고 따라붙어서 관람하도록 하자. 입장권이 얼만데; -ㅅ – 또 단체 관광을 온 사람들이 있다면 입구부터 가이드가 붙어서 차례차례 설명을 해주니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일행인척 따라가면서 무료로 자세한 설명을 듣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아무튼 이 원숭이 무리들을 뒤로하고 계속 올라가면, 손을 씻는 물도 나오고 이것저것 건물들이 나오고, 지금 공사중인 건물도 있고, 엄청 굵고 높은 나무도 나오고. 이러한 것들을 지나서 도쇼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건물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것. 이름은.. 역시 까먹었다. 아무튼 위의 조각들 하나하나 며 섬세한 조각이 수없이 붙어있고, 금빛으로 빛나는.. 사실 진짜 금이겠지만 외관. 으리으리한 이 건물은 도쿠가와 가문의 부와 권력의 상징이래나 뭐래나. 하지만, 이와 같은 완벽해 보이는 치밀함 속에서도 다소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하나 있는데 안쪽에 들어가서 오른쪽에서 2번째 기둥. 즉, 위 사진에서 오른쪽에서 2번째 기둥의 바탕 조각 무늬가 다른 기둥들과는 위아래가 거꾸로 되어있다. 설명에 의하면 완벽한 건물을 만드는 것은 신의 노여움을 살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실수 한 듯 남겨놓았다는데.. 사실 진짜 실수가 아닐까. 진실은 그 시대, 만든 사람밖에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위의 건물을 등지고 돌아서면 정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참배할 수 있는 메인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 이것인데 저 정면의 보이는 문은 사진으로 알겠지만, 빨간색 철책으로 막아놨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고 옛날 부터 장군 이상의 계급만 저 문을 통해 들어가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참배 했다는데, 누군가 몰래 들어간 사람이 없을까. 사실 저 앞에서 사진 찍다가 갑자기 뛰어들어가도 못잡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ㅅ- 일반인은 옆의 쪽문으로 들어가서 신발을 벗어놓고 내부의 건물로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다. 나야 뭐 한국인의 입장에서니까 구경정도지만, 일본인들은 안에서 박수 두번 딱딱 치고 묵념. 말 그대로 참배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있다.
이 정도로 도쇼구의 관람을 마치면 이제 아까 들어올때 봤던 담장 옆 멋진길로 가보자. 또 하나의 신사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도쇼구를 보고 온 사람이라면 도쇼구의 압도적인 화려함에 눌려 이쪽의 신사는 별로 볼 것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사실 끝까지 들어가봐도 기념품을 파는 일본 특유의 복장을 한 아가씨들 밖에 볼 것이 없다. 이런식으로 신사 1개, 그리고 또 다른 절 1개를 돌면 공통권을 사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본 것이다. 내부를 돌다보면 곳곳에 추가 요금을 받는 구경거리 들이 있는데 돈이 넘친다면 입장권을 사서 전부 보도록 하자. 여기 한번 오려면 교통비만 몇만원이다.
이렇게 세계 문화유산 관람을 끝냈다면 아까 그 곳의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 다시 주엔지 온천행의 버스를 타면 유명한 고개를 올라갈 수 있다. 이니셜D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이름은 까먹었지만, 아무튼 꼬불꼬불 U턴에 가까운 커브를 수십번 돌면서 올라가는 등반이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까마득한 경치가 압권이라지만, 역시 날씨가 나쁘면 볼수가 없다. 역시 케이블 카를 타는 것도 무의미 하다고 할 수 있다. 날씨가 좋아서 케이블 카를 타고 싶다면 올라가는 중간에 내리면 되고, 케이블 카가 별로고 경치구경도 관심이 없다면 끝까지 올라가서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종점에는 역시 유명한 폭포하나와 넓은 호수가 하나. -ㅅ- 있는데 내가 간 날은 날씨가 꾸리꾸리해서 역시 꽝.
가시거리 30m
아무튼 물은 아주 맑고 깨끗해서 깊은 곳까지 보였다. 아무래도 산 꼭대기에서 고인 물이어서 그런지. 여기까지 봤다면 대~충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닛코를 구경한 셈이다. 주엔지 온천 방면이 아니라 다른 버스를 타면 야생 원숭이라던지, 온천이라던지, 서양의 마을을 구현해 놨다던지 이런저런 볼 거리가 있는 모양이지만, 당일 치기로 온 여행자에게는 그림의 떡. 다시 아까 그 버스를 타고 닛코역으로 내려가면 된다. TO-BU라고 써있는 버스만 프리패스로 이용 가능하다. 이런저런 다른 버스들도 있는데 잘못 타지 않도록 주의해서 역으로 내려가서 도쿄행 기차를 타면 오늘의 여행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각종 폭포까지 가는 산책길이라던가, 일본 특유의 정원처럼 꾸며놓은 곳을 볼 수 있는데, 시간이 남는 다면 그러한 곳 까지 둘러보면 좋을 듯 하다. 곳곳에 절, 신사가 위치하고 있어서 볼꺼리는 많다. 그리고 걸어오면서 본 건데, 왠지 모르겠지만, 닛코는 카스테라가 유명한 것 같다. 어쩌구 저쩌구 카스테라 본점. 이라고 광고하는 가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는데, 다들 금박을 입혀 놓은 것 처럼 번쩍번쩍 하는 포장지로 쌓인 카스테라를 팔고 있었다. 도대체 왜 카스테라가 유명한지 모르겠지만, 돈이 남는다면 사보는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