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가 이야기’는 이번 유럽 여행 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메디치가의 흔적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피렌체와 쉬농소 성을 방문하기 전에 메디치가의 역사는 반드시 어느정도 알아야 하고, 나는 그러지 못해 후회했다.
사람의 생존에 필수적인 1차 산업 이외의 유통, 서비스, 금융, 예술을 발달 시키기 위해서는 잉여 생산량이 필요하고 이를 부(富)라 칭하면, 14~15세기에는 이 축적된 부를 어떻게 쓰느냐가 전적으로 귀족 가문과 왕에게 달려있었다. 메디치가는 이 부를 단순히 ‘소비’해버린 수 많은 다른 가문들과는 달리 금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에 재투자했고 이로 인해 피렌체는 상업의 중심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라는 명성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에서 부를 축적한 많은 가문은 있지만, 명성을 얻은 가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명성은 이 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에 많은 돈을 투자하여 자신의 가문의 명성을 높이려하고, 세습에 관심을 가지고 자녀에게 막대한 부를 상속하며, 권력자에게 로비하고 가문의 안녕을 꾀하는 행태는 당시 이탈리아의 많은 가문이나 현대 우리나라에서나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부를 얻은 가문과 ‘명성’을 얻은 가문의 가장 큰 차이는, 후자는 자신에게 부를 가져다준 많은 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