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중요한 것은 잃어봐야 내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젊음, 관계, 우정, 건강 같이 인생의 목표가 될 만한 것들은 가지고 있음에도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어렵다. 이 것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돈을 주고 살수도 없으며, 누군가에게 자랑하기도 어렵다. 그저 ‘나’를 이루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내게서 떼어놓았을 때의 나는 생각할 수 없다. 젊은이가 노년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겠나, 건강한 사람이 병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나. 마치 여자에게 남자의 삶을 상상하는 것만큼 어렵다. 자아는 반분(半分) 하면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오래된 시간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면도날 처럼 날카로운 면으로 색이 다른 점토 처럼 붙어 있는 나의 젊음을 조금씩 떼어낸다. 젊음은 생명력을 읽고 침식처럼 사그라진다. 면을 천천히 조각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낸다. 그 변화는 더뎌서 나는 알기 어렵다. 어제의 나와 오늘은 나는 다르지 않다. 10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10년 전의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었음을 문득 알게 된다. 더 발랄할 생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미래에 대한 커다란 희망, 앞으로 생겨날 새로운 관계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이 더욱 더 충만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가진 것들을 더 잘 살펴 볼 걸. 이걸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더 해볼 걸.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순간도 10년 후에는 내가 가진 것으로 충만할 것이다. 잃어보지 않고도 내가 그것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것. 그것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도 항상 필요하다. 불완전한 나를 마주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라도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 것이 언젠가 잃어버릴 것이 분명해서 더 소중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