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이용해 어머니를 모시고 일본 간사이 지방을 다녀왔다.
10년 전 같은 곳을 여행한 적이 있다. 세부(細部)를 보지 못하는 여행객의 시선 탓이겠지만 오가는 풍경, 수 층을 자랑하는 도다이지(東大寺) 본당의 기둥, 기요미즈데라(靑水寺)를 올라가는 계단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수 백년 동안도 변하지 않은 유적 사이에서 오직 나 만, 십년의 세월만큼, 그 인생의 십분지 일 이상을 늙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이건만 그 십년의 세월이 마치 진공같다. 십년 전 지겹게 먹은 야키소바 빵의 맛이 마치 몇 주 전의 기억처럼 생생하다.
아직 젊다는 말로, 건강하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이러한 현실도 저런 십년 전으로 사라져버린 소소한 기억마냥 쉽게 사라져버리는 것이구나. 소년이로(少年易老)라면 청년은 얼마나 더 늙기 쉬운가. 부단하지도 않은 인생은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