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역사 – 미셀 보

자주 쓰이고,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 중에 ‘자본주의’ 만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애매모호 함이 어느 정도는 줄어든다.

자본주의는 투입된 자원 대비, 산물의 가치가 더 높아져서 나에게 이윤이 축적되는 과정을 추구하는 강력한 욕구에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교환의 방법, 생산의 방법, 노동의 이용 방법, 자본 획득의 방법 등 다양한 변종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핵심은 ‘축적된 이윤’‘끊임 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행태를 사회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경제적 풍요를 이룩하는 방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저자가 젊은 시절에 쓴 부분과 노년에 쓴 부분의 문체, 분석의 깊이, 세련됨 등이 많은 차이가 있어서 마치 다른 책을 읽는 듯한 단점이 있지만, 자본주의를 막연히 기업 간의 경쟁이나, 자유주의 시장 경제로 국한해서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많은 깨달음을 줄 만한 책이다.

고시원과 스타벅스

20160706_194507_HDR

같은 가격으로 두 잔의 커피를 사는 사람과 하루 밤을 사는 사람이 있다. 두 잔의 커피를 사는 사람들은 훤히 보이지만 하루 밤을 사는 사람은 도통 보이지를 않는다. 가난은 감춰야 하고 고상한 취향은 드러내야 한다.

같은 건물이지만 두 개의 다른 세상이 기묘하게 공존하면서 서로는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 세상은 2차원의 격자로 세상을 갈라 놓는것에 만족하지 않고 3차원의 계층으로 분리시킨다.  오직 돈 만이 소리 없이, 보이지 않게 이를 넘나들 수 있다.

돈이 무엇이고 부가 무엇인지 사실 잘 느껴지지 않는다. 부는 내가 만족하는 나의 삶의 모습으로, 간접적으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삶의 모습이, 내가 자랑하고 싶은 나의 커피가, 소유와 소비로서 증명된 내 삶의 가치가 어디서 왔는지 조금 더 곰곰히 생각해서 알 필요는 있다.

내가 마시는 커피가 위층 고시원에 사는 이들의 노동이 바탕이 되는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 내가 누린 부는 누군가의 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