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가눌줄도 모르는 아기들을 ‘완벽한 무력(無力)’ 상태라고 표현한다. 아마 무엇인가 영어의 번역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걷거나 뛰는 동물들과 비교해보면 인간 아기의 무력함이란 잘난체 심한 고등 생물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왜 이러한 무력 상태가 필요한가는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마침 기회가 되어 육아 서적 몇 권을 읽어보다 그 답을 찾았다. 이 무력은 생물 진화 과정 중 본능에 의존한 개체와 학습에 의존한 개체가 나뉜 결과물이다.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바닷가 부터 해발 수천미터의 고지까지, 또 열대 우림부터 시베리아 툰드라까지 지구 대부분의 면적에서 살아간다. 사람이 이렇게 무력한 시기 없이 태어나자마자 내제된 본능대로 행동했다면 이 것이 가능했을까?
이 무력한 시기란, 최소화된 본능에 더해 환경에 무한히 적응해 가는 법을 배우는 시기이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던지 하나부터 열까지 학습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원천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른들은 단지 현실의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하는 일꾼이요, 어린 아기들이 발휘한 창의성이 종족과 인류의 미래를 결정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