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약한 범신론자이며 불가지론자에 가깝다. 인간의 능력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미지의 영역은 신의 영역이라고 내버려 두자. 인격신이건 자연신이건 일단 알 수 없는 영역이라고 정의한 이상 신의 형상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러한 미지의 영역보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현실의 영역이 나에게 훨씬 중요하고 내게 주어진 짦은 인생 동안 그 부분만을 생각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모든 종교 영역에 논리의 칼날을 들이대는 태도는 불편하다. 물론 저자의 글 솜씨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결론은 교리에 대한 융단폭격이다. 종교의 해악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는 바가 있지만 종교가 가진 순기능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마치 종교는 해로운 점이 많으니 종교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 같다.
이기적 유전자는 교양 과학 서적 느낌이 강해서 ‘지식’을 얻었다는 느낌인다. 이 책은 설득 당하거나, 반론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몇 년이 지난 후 최근의 저작이 아닌 대표작을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