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페르낭 브로델

자본주의는 인간의 몇 가지 습성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정확히 이해하려면 인간의 유구한 역사와 특질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너무 방대하기에 13세기 이후 서양 사회를 살펴보면 100%는 아니지만 95% 이상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6권이나 되는 긴 서사를 읽는 것에는 2달이 넘게 걸렸지만 그 백미는 4권의 마지막 결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자본주의가 어떠한 토양에서 자라는지를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이 부분을 조금 인용해본다.

1) 활력이 넘치고 진보하는 시장 경제

잉여의 부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시장 경제는 자본주의의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그것이 충분 조건은 아니다.

2) 가문의 영속성과 연속적인 축적이 가능하도록 계서화된 사회

내가 모두 소비하지 않고 부를 축적하고 이를 내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사회가 용인할 수 있도록 계급화 되어야 한다.

3) 세계 시장이라는 고도의 이익을 누리는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서의 이동 

단순한 시장 경제에서 현대와 같은 자본주의로의 파격적인 성장은 항로의 발달, 통신의 발달, 표준화된 금융 시스템을 통한 세계 시장의 등장으로 비로소 가능해 졌다.

 그동안 자본주의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서적이 없다는 것이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낸 거대한 계(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것을 역사적인 측면, 지리적인 측면, 사회 계층적인 측면, 부의 교환과 흐름에 대한 측면에서 살펴볼 수는 있지만 이를 하나의 시점과 하나의 층(層)으로는 절대 살펴볼 수 없는 것이다.

선견지명이란

Freakonomics Podcast는 흥미로운 경제 상황을 매주 자세히 풀어서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주제 중 Bitcoin에 관련된 내용을 듣다가 놀라운 선견 지명이 있어서 기록에 남긴다.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이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있다. 1912년 생이고 2006년에 고인이 되신 분인데, 아래는 이 분이 1999년에 인터뷰한 내용 중의 발췌이다. (참고로 1999년은 이 분이 한국 나이로 88세가 되는 해이고 아마존닷컴은 1997년부터 책이 아닌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으며 네이버는 바로 그 해 설립되었다.)

 “MILTON FRIEDMAN: I think that the Internet is going to be one of the major forces for reducing the role of government. And the one thing that’s missing, but that will soon be developed, is a reliable e-cash, a method whereby on the Internet you can transfer funds from A to B, without A knowing B or B knowing A, the way in which I can take a 20 dollar bill and hand it over to you and there’s no record of where it came from. And you may get that without knowing who I am. That kind of thing will develop on the Internet and that will make it even easier for people to use the Internet. Of course, it has its negative side. It means that the gangsters, the people who are engaged in illegal transactions, will also have an easier way to carry on their business. (인터넷에 힘입어 정부의 역할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라지고 또 대체될 것 중 하나가 신뢰할 수 있는 전자 화폐입니다. 인터넷에서 A와 B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손쉽게 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지요. 내가 20 달러를 가지고 상대한테 보내주고 또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는 기록도 없습니다. 또한 상대는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없죠. 이러한 것이 인터넷 상에서 개발 될 것이고,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더 편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겠죠. 갱스터와 같은 불법적인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그들의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정확하게 요즘의 비트코인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비트코인이 어떻게 동작하고 기존의 전자상거래와 어떤 면에서 다르며 어떠한 부작용이 일어날지를  15년 전에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마치 요즘 사람의 비트코인에 대한 논평을 보는 것 같아서 듣는 동안 소름이 돋았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자신이 80세가 넘어서 이용되기 시작한 인터넷을 배우고 기존의 학습에 적용해서 그 당시 젊은 사람들도 예측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을 가졌다는 것은 놀랍다.

Freakonomics는 그 당시의 젊은 사람들의 비교를 위해서 비슷한 시기(1998)의 폴 크루그먼의 미래 예측을 들고 있다. 살짝 조롱하는 것 같은 뉘앙스인데, 그도 마찬가지로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이고 밀턴보다는 무려 41살이 어리다.

 “The growth of the Internet will slow drastically, as the flaw in ‘Metcalfe’s law’ – which states that the number of potential connections in a network is proportional to the square of the number of participants – becomes apparent: most people have nothing to say to each other! By 2005 or so, it will become clear that the Internet’s impact on the economy has been no greater than the fax machine’s.” (인터넷의 성장은 멧칼프의 법칙 – 네트워크의 잠재적 연결의 수는 그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 에 있는 결점이 명확해지면서 급격히 둔화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별로 할말이 없다! 2005년까지 경제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은 팩스의 영향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미래를 정확하게 보는 능력은 부단한 학습의 결과일까? 아니면 단지 운에 가까운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