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목표라면?

바뀐 잠자리에 뒤척이던 어제 저녁에는 문득 많은 날들을 살았고, 또 그 보다 더 많은 날들이 남았음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일이 있었던 최근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내 인생에 스스로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말들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우선 세상의 다양한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물을 이해하거나 현상을 이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해는 ‘관찰’이나 ‘기억’에서 더 나가 ‘해解’라는 한자가 의미하듯이 그것이 어디로부터 기원했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을 포함한다. 사물을 이해하려고 공학을 배우고 언어를 이해하려고 말을 배우고 시간을 이해하려고 철학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수히 많이 갈라진 물줄기를 거꾸로 거스른다면 나는 그 근원의 샘물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만약 그 근원을 찾는 것이 신의 영역이고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면, 혹은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면 나는 하나의 사물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참신한 시각을 누구보다도 먼저 발견해 내는 것쯤은 가능하지 않을까? 즉, 무엇을 새롭게 ‘해석’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는 위에서 말한 ‘이해’의 과정을 거꾸로 되돌아가는 일이리라. 어떤 것에 대한 ‘이해’가 그 극極에 달할 때 이를 다시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것으로 ‘합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 영역에서의 연금술을 위한 나만의 시각과 나만의 능력을 발견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일생을 거쳐 올라갈 산이자, 또 나머지 일생을 거쳐 내려갈 산이라는 생각을 하자 그것의 경외감에 눌려 쉽게 잠이 들었다.

프로게이머의 특별한 게임 방법

  2004년, 한참 스타크래프트가 인기 있던 시절이었다. 다른 많은 벤처 기업들이 그랬던 것과 같이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야근을 할라치면 일상처럼 저녁 식사 후에 스타크래프트 한 게임을 즐겼다. 회사에는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다가 군 문제 때문에 회사에 입사한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연습생 신분으로도 있었고 정식으로 프로게이머 협회에 등록이 되어 있다고 했다.

  그 친구가 게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놀라운 점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점이 나와 그 친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생각됐다. 그것은 게임을 전지적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마치 자신의 인격을 두 개로 분리 시켜서 하나의 인격은 순간적인 반응과 빠른 손놀림을 위해 게임에 몰입하게 해 놓고, 다른 하나의 인격은 모니터 멀찍이서 게임을 보면서 마치 훈수를 두는 것처럼 게임에 참가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것을 알 수 있냐 하면, 게임 중에 내가 다가가면 나와 마치 TV에 나오는 게임을 함께 관람하는 것처럼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몸으로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대편은 뮤탈리스크 4기가 나왔으니까 저글링은 몇 개 이상 없을 거에요. 여기서 제가 저글링만 계속 뽑아도 흔들어줄 수 있죠.”

  나는 온통 게임에 몰입하고 내 모든 정신은 순간순간 상대의 공격에 반응하기 바쁜데 어떻게 저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여유라고는 하지만 물론 손놀림은 한치의 느려짐이 없지만 말이다. 그러고는 결국 게임을 자신이 예상했던 시나리오 대로 진행 시켜서 승리를 거둔다.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을까? 얼마나 많은 상상이 필요했을까?

  다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반응에만 대처하기 바쁜 사람은 결국 그 끝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대화의 처음과 끝에서 실시간으로 시나리오를 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손쉬운, 또 여유로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그것이 어떤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이건 – 협상, 흥정, 유희, 싸움, 논쟁 등 – 나와 남의 관계 속에 빠져들지 말고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냉정하게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결국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지난 학기 수강했던 Negotiation 과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흔히 속된말로 “통밥을 굴린다고 하는 협상 과정”에서조차, 주어진 데이터를 얼마나 객관화, 정량화 하느냐 그리고 이 것을 바탕으로 얼마나 연습하고 상대방의 반응에 잘 대처 하느냐가 협상의 성공 여부의 거의 전부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결국 위의 게임에서와 같은 이야기 이다.

  실시간(Real-time)으로 이루어지는 무엇에서의 성취는 모든 참여자들 보다 더 상황을 객관적으로, 즉 객관적이라는 것은 그들과는 다른 차원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넓게 판 전체를 조망하려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