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배우고 있는 각종 파생 상품은 결국 시장 참여자들 간의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내가 얻는 이득이 있으면 분명히 누군가는 정확히 같은 양 만큼의 손해를 본다. 주식 시장도 다르지 않은데, 주식 시장은 기업의 활동을 촉진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의 해석이 그나마 조금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파생 상품 시장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장이 완전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기여하는 것, 그리고 기업 운영에 있어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측면에서 필요한 것까지는 납득이 간다. 하지만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이 회피한 리스크는 소멸하지 않고 누구에게 전가되는 것인가를 잘 살펴보면 이도 역시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그 시장의 변동성을 누군가에게 전이 시켜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흔히 자본주의에서 그렇듯 더 이상 사고를 발전 시키지 않고 “기업이 잘 되는 것”이 사회의 일등 가치인 것처럼 여기고 이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희생에 대해서 묵과한다면 결국 리스크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너무 많은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는 사회 구성을 위해 필요한 보다 중요한 것들이 고통 받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요즘은 아무도 시장의 완전한 효율성과 부의 분배, Invisible Hand를 믿지 않는다. 끊임없는 실험과 검증, 가설과 적용, 평가와 개선이 반복되는 공학의 근면함이 금융의 탐욕성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제 양쪽을 다 배운 만큼,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 볼 의미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