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까지 PPT 글자 크기를 올리고 내리고 하다가 문득 손이 멈춰진다.
MBA에 지원할 때는 아침에 회사만 안 나가면 정말로 신나는 일을 잔뜩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고, 여유로운 시간을 잘 써서 신혼 동안 평생 간직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보려 했는데. 숙제를 하다 보니 집에 들어온 부인한테도 ‘어 왔어?’ 한마디 밖에 못했다. 쉬려고 나가보니 잠들어 있고.
외어야 할 것, 풀어야 할 것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데, 겨우 종이컵 하나 들고 담아보려고 애쓰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들고.. ‘내년에 졸업하면 나한테 졸업장 말고 남는 건 뭘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벌써 SNU SMBA 1학기도 끝나간다. 참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고, 3달 전 생각했던 것 만큼, 바랬던 만큼 되어 가는 건가? 관악이 눈에 덮이면 따뜻한 사케나 한잔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