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자신감’ 이라는 애매모호한 감정이 계속 끈덕지게 남아있다.

나는 자기 자신의 평가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특히 남들이 나를 평가하는 소리를 들으면 귀가 솔깃하고 꼭 머리 속에 오랫동안 담아 놓는다. 회사에서 같이 오래 일한 차장님이 “휘정씨는 자신감만 기르면 될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신적이 있는데 그 때는 자신감이라는 것이 업무를 처리할 때 일사천리 추진하는 능력과도 비슷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자신감이라는 것이 조금 더 광범위하고 근본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것을 자꾸 느낀다.

자신감은 어떤 믿음이다. 무슨 믿음이냐 하면 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한 믿음이다. 모든 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따라서 이러한 믿음이 있으면 불안이 적어지고 쓸데 없는 걱정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 생각해봤다.

가장 대표적인 인간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누구도 나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결국에는 누구나 나를 좋아할 것이고, 모두 나를 사랑할 것이고, 나의 진가를 알게 되면 나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나르시즘까지 이어질 수 있는 그러한 강한 자신감이다. 살펴보니 이 자신감은 성장과정에서 주위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인간 관계에 대한 자신감의 조건은 자신이 인간 관계를 대함에 있어서 얼마나 Robust 한지를 자각하는 믿음이다. 예를 들면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이 있거나, 아주 견고한 인간 관계를 구축해놓았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 추가적인 인간 관계를 맺기 위해 조급해 하거나 혹은 맺어진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최근에 새로운 인간 군상 속에 들어가게 되어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무리 지어 다니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과 또 다른 행동이 나타나는 가운데 이 자신감이라는 것이 인간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가? 어떻게 하면 나를 동경의 대상으로 포장해낼 수 있을까?

[Orientation] SNU MBA @오크벨리 (2013. 8.12 ~ 14)

photo

SNU MBA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오크벨리에서 열렸는데 사실 여유로운 일정 탓에 채워진 프로그램은 1박 2일 정도면 소화 가능한 것을, 2박 3일로 늘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내 팀워크, 야외 팀워크, 실내 강의, 간담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음주 가무가 이어졌다. 사실 몇 가지 프로그램들을 제외하고는 OT의 목적은 “친해지길 바래”가 아니겠는가. 열심히 통성명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수 없이 많은 사람에게 하고 듣고 외우고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친해졌느냐가 중요한 일.

생각해보니 초면의 사람들이 여럿 모여서 단기간에 친해져야 하는 경험이 꽤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학기 중에는 물론 매년 그랬고, 그 이후를 따져보면 Qualcomm IT Tour 시절, 회사 입사 동기 오리엔테이션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다수가 시끌벅적 하게 떠드는 환경에서 말 하는 것이 영 익숙하지 않고 싫어서 서로 친해져야 하는 상황이 조금 불편하다. 유머가 있고, 개인기가 있고, 재치가 있어서 웃겨주고, 먼저 다가가고 하는 스킬이 없어서 항상, “아 다들 친해지고 있는데, 나만 소외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 Qualcomm IT Tour 에서는 더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 한 7~8년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나니 몇 가지 느끼는 것이 있다. 

우선,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단시간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 나는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여기서 어울린다는 것은 친해지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단순히 같이 놀고 즐거움을 나누고 하는 것을 어울린다고 하면 친해진다는 것은 보다 깊은 이야기를 하고 대중에게 내보이는 면 이외의 면을 서로 공유하는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남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친해졌다고 착각하고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친밀하게 되기까지는 누구나 시간과 노력이 들고 중간의 헤어짐과 소원해짐을 겪는다.

인간 관계라는 것도 서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결국 집단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이러한 Devotion을 꾸준히 가지고 가는 사람들끼리 남게 되어 있다는 점. Qualcomm IT Tour나 동기 모임에서도 초반에는 엄청나게 웃기고 화제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 있었지만, 시간이 몇 년 지나고 보니 모임에 참가를 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 되는 등 마지막에 결국 옛날의 추억을 나누고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의외로 조용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아무튼, 앞으로 학교에서의 1년 반 동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사람들을 첫 번째로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 더 학교를 졸업하고도 더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낼 사람들을 사귀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