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일에 그렇게 끝이 있음을

회사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분이 퇴사하셨다. 팀을 이루는데 있어서 누구도 할 수 없는 역할을 하시던 분이기에 아쉬움이 참 많다.  또 앞으로도 같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배워갈 일이 참 많을텐데,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다. 

그렇게 모든 관계에 그렇게 끝이 있음을 알고 나서부터는 항상 그 끝을 생각하게 된다. 이게 끝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두려울까, 외로울까. 때문에 조심스러워지고, 신중해지고, 소극적이 된다. 상처 받기 싫은 본능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이별을 극복하기 힘들때면 항상 나는 내 인생의 끝을 생각해본다. 수 많은 헤어짐과 만남이 내 인생 속에서 반복될터이지만, 내 인생을 끝, 진정한 의미의 모든 것과의 이별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반복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각자의 물컵에 나누어 담긴 물처럼 동질의 원형 속에서 나뉨과 합쳐짐의 반복일 뿐이다. 결국 차원이 다른 곳에서, 형태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가 하나가 될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영원한 이별이 있기에 잠시의 이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여름이 간다

육지를 바다로 만들어 버릴 기세로 비가 쏟아 붓는 부산에서의 한 밤중이다. 게스트 하우스 앞에는 젊은 대학생들로 북적대고 수강 신청 걱정을 하는 그들의 대화가 부럽기도 하다. 

절반은 놀았던 것 같은 2012년의 여름도 이제 마무리다, 할 일도 많은데 이리 놀아야 되나 걱정도 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이렇게 여유있게 언제 또 보낼까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스케쥴도 무리있게 잡고 바쁘게 보냈던 8월도 벌써 끝. 방학숙제를 끝까지 끝까지 미루다가 개학을 맞은 초등학생이랑 별로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재작년도, 작년도 올해도 부산 바다를 걸으면서 파도가 일깨워준 나의 아쉬웠던 점들은 똑같은데, 일년이라는 각각의 시간 사이 동안 정작 나는 얼마나 성장했고 바뀌었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결국 바다에 도착한 내 앞으로는 피할수도 없는 인생의 중요한 허들들이 끊임없이 다가올텐데 더 이상 잠시 쉴 시간도 없고, 도피할 곳도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 바닷가에서 서성이며 파도에 젖지 않게 조심스레 걷기는 싫은데.

가을이 오기 전에, 태풍이 오기 전에 여름이 가져다 준 에너지를 잘 갈무리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