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를 바다로 만들어 버릴 기세로 비가 쏟아 붓는 부산에서의 한 밤중이다. 게스트 하우스 앞에는 젊은 대학생들로 북적대고 수강 신청 걱정을 하는 그들의 대화가 부럽기도 하다.
절반은 놀았던 것 같은 2012년의 여름도 이제 마무리다, 할 일도 많은데 이리 놀아야 되나 걱정도 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이렇게 여유있게 언제 또 보낼까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스케쥴도 무리있게 잡고 바쁘게 보냈던 8월도 벌써 끝. 방학숙제를 끝까지 끝까지 미루다가 개학을 맞은 초등학생이랑 별로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재작년도, 작년도 올해도 부산 바다를 걸으면서 파도가 일깨워준 나의 아쉬웠던 점들은 똑같은데, 일년이라는 각각의 시간 사이 동안 정작 나는 얼마나 성장했고 바뀌었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결국 바다에 도착한 내 앞으로는 피할수도 없는 인생의 중요한 허들들이 끊임없이 다가올텐데 더 이상 잠시 쉴 시간도 없고, 도피할 곳도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 바닷가에서 서성이며 파도에 젖지 않게 조심스레 걷기는 싫은데.
가을이 오기 전에, 태풍이 오기 전에 여름이 가져다 준 에너지를 잘 갈무리해놔야겠다.
쏟아붓는.
히히.
내년엔 같이 가자. 부산바다는 아닐테지만 :^)
그럽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