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마지막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전산쟁이로써 수십년을 들어오던 그의 기행 스토리가 막을 내렸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무언가 인간적인 슬픔이나 동정 같은 것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또 죽을 때까지 그런 상태로 마무리했다는 것이 지켜보는 범인으로서 견딜 수 없이 숨막히게 한다.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해도 그의 죽음으로 인해 하나 절실히 깨닫는 점은 있다. 그가 누누히 강조하고, 또 세상을 살아가는 미물로서의 사람이라면 “인생은 유한하다” 라는 점은  늘 명심해 두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생의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우리는 하나하나 보잘 것 없는 일에 너무도 많은 에너지와 정열 그리고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해 우리의 인생을 헌신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은 스티브 잡스가 그의 인생으로 보여주고 또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그의 짧은 인생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한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내 교육의 일환으로 며칠의 숙박 교육을 받았는데, 질병으로 인해 인생의 마지막을 살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그들이 인생에서 후회하는 것은 돈을 못벌어서, 여행을 못해서, 스포츠카를 못 몰아봐서 등이 아니라 내 주위의 나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에게 왜 더 고마움을 표현 못했는지, 왜 자신의 사랑을 더 나누어 주지 못했는지 하는 것 들이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짧은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사랑 받기를 기다리면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늘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쏟아 부어야 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기가 가진 것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조건을 사랑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표현해야 한다. 평생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살아도, 죽을 때는 내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반드시 후회 할 것이다. 죽은 후의 사랑 표현에는 따뜻함이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그의 생 마지막에는 그의 일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여한 없이 표현했기를 바란다. 그의 명복을 빈다.

내가 내 생각보다 더 괜찮다는 것.

예전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사람이 어떻게 무엇을 배워가는지 알고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내가 경험하면서 내 성격이 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치 Reverse-engineering을 하는 것처럼 완성된 인격체의 특질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기억속의 어떠한 사실과 현재의 어떤 사실을 연관지어서 인과 관계를 알아내는 것은 수학 문제를 풀고 이를 뒷 페이지의 정답과 맞추어 보는 기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내 성격을 그렇게 제 3자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보니, 사실 나에게 부족한 자신감 같은 것을 더 가져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격하게 길러지고, 못해본 것이 많고, 혼자 살아본적이 없는 나로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해본다던가 튀어보인다던가 하는게 힘든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서도 되고 더 목소리 높여도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서는 결코 “잘난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을 파고 들면 들수록 알게 된다.

스스로의 용기로 조금 더 나서고,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