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에는 꽤 혼났다. 혼났다라기 보다는 “뭐뭐를 하면 안된다.” 정도의 가이드였지만 그래도 그때는 뭔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이 명확했고 그것에 따라서 착실하게 벗어나지 않고 살면 뒤쳐지지 않는, 뭐 조금만 열심히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면 남들보다는 앞서간다고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나에게 어떤 가이드나, 내가 잘못했을 때 명확하게 “무엇이 잘못이니 어떻게 고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학생과 선생님, 자녀와 부모 같은 절대적인 지시와 복종의 인간관계라서 피지배자의 지배자에 대한 영향력이란 것이 미미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자신의 포지션을 경쟁하는 사회란 곳은 그렇게 크건 작건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서로 조심스럽다고나 할까. “넌 뭐가 잘못됐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할 만한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과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정말 더 중요하다. 뭐가 잘못되어가고 있는데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요즘의 상황이라면 이러한 선생님이나 아버지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더 이상 그러한 역할을 해 줄 존재가, 완전한 멘토가 내 주위에는 더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휘정씨 뭐가 잘못됐으니까, 어떻게 해.”라는 그런 한마디가 요즘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