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느낄때, 한밤에 맥주 한잔을 하고 싶다고 느끼는 소소한 욕망도 누군가와 사귀고 싶다는 본능적인 사랑도, 먼 미래에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아련한 꿈 같은 것이 느껴질때는 가만히 삶의 속도를 늦추고 그 욕망을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욕망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을 것에 대한 생각,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히는 노력 등은 날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느리게 흘러가는 사색의 시간을 가지지 않아도 인생은 자연스래 소망하는 것을 향해 전력투구하게 되어있다. 그 반대로 이 욕망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이 나에게 이러한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느낄때, 그 순간의 느낌은 정말로 소중하다. 음악가가 악상이 떠올랐을 때를 대비해서 녹음기를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은 이러한 욕구가 생겼을 때 이를 기록하고 다녀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라고 생각된다. 어떤 욕구를 느끼는 순간, 그 명령의 주체가 동물적인 본능 수준의 것이나, 혹은 더 고차원의 사회적 욕구의 발현인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욕구을 사라지지 않게 호흡을 조절하며 가만히 붙잡아 놓고 꼼꼼한 이성의 자와 측량법으로 재단할 필요가 있다.
첫 째로는 이러한 시간을 가짐으로써 문득문득 드는 욕망의 본질까지 분해하고 파고 들어가서 보다 근본적이고 큰 만족과 쾌락을 얻기 위한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이러한 욕망이 왜 분출되었는지 알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인간에게 나타나는 모든 욕구란 근본적으로 상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단순한 일차원적인 욕망들은 강력하기는 하지만 휘발성인 측면이 강하다. 주기적으로 반복되기는 하지만 나에 대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여기에만 충실하다면 사회에서는 이들을 방탕아로 낙인 찍어버리기 일쑤이다. 욕구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욕구, 특히 사회적인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일차원 적인 욕구를 어느 정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떤 욕구의 조합이 정말 일차원 적인 것만으로 이루어진 나름의 순결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를 자신이 판단하는 사회화와 도덕적인 기준에 맞추어 제어할 필요가 있다.
반면 사회적인 욕구나, 자아 실현의 욕구 (교과서에서 많이 들었다)는 쉽게 달성하기 어렵지만 그 달성의 쾌락은 더 크고 또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또 일차원 적인 욕구가 달성되고 난 다음에야 이러한 욕구가 표출된다. 이의 달성은 반드시 일차원적인 수시로 나타나는 욕구에 대한 희생을 요구한다. 타인과의 지적인 유희를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학습과 이해의 시간을 거칠 필요가 있다.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굴욕의 순간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문득 내가 하고 싶은 어떤 일이 무엇 때문인지, 어떤 심리의 조합인지 알아내고 또 다른 욕구는 어떤 것을 느껴왔고 그것과 상충되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판단할 수 있다면 이러한 욕구 충족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올바로 사회화된 인간으로써 최대한 많은 욕구를 만족시켜 나가는 것이 삶의 과정이라면 이러한 삶의 과정을 가장 적합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전략적인 면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이러한 욕망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 대다수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므로 남이 행동하는 양식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사람의 욕망은 자신에게만 나타나는 특별한 경우는 없다. 불현듯 얼토당토 않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황당한 욕구조차 그 기저에는 누구나, 늘 보편적으로 꿈꾸는 근본적인 몇가지 작은 소망들의 조합이 존재하며 이것이 실제 생활에 투명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이는 마치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의 체현과 같은 것이다.
깊이 있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을 때, 그러한 행동의 바닥에는 나와 다르지 않은, 내가 겪었던 욕구와 동일한 동인이 자리잡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더 깊이있고 올바른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 없이 넘처나는 연애 지침서나, 직장에서의 처세술, 매니지먼트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책들은 바로 다른 사람의 욕구를 어떻게 만족시켜 주느냐에 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기술의 첫번째는 상대의 행동이나 언어로부터 그가 가지고 있는, 자존심이나 사회적 규약에 의해 감춰져 있는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가 얽히고 섥힌 사회에서 얼마나 자신의 욕구를 관철시킬지, 얼마나 양보를 할지에 대한 자신 나름대로의 기준 선이 필요한데 이러한 통찰을 통해 상대의 욕구를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나의 욕구를 최대한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물론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또 이를 이룸으로서 자신에게도 이득이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상대방이 표출하는 일차원 적인 욕구들을 파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터부시하는 욕망들을 드러내기를 꺼려하지만 이는 워낙 원초적이고 강렬하여 같은 동종의 인간이라면 매우 작은 단서만으로도 이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복잡하고 사회적인 욕구에 대한 발현을 알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며 이를 위해서 나의 내부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욕구, 이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작은 단위의 파편들 까지 분해하여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은 위해서 말한 것 처럼, 순간의 욕구가 일어나는 순간 세상을 멈추고 깊이있는 응시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순간에 집중하는 일,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는 일, 그리고 내가 찰나의 순간 뒤에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지 그 욕구를 파악하는 일은 수학에서 미분의 발견과 같은,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가져다 준다는 것에는 틀림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