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설레임에 대학원 합격자 발표를 조회했던 것이 찰나의 시간 전 인 것 같은데 어느 사이에 시간은 흘러 오늘 최종 논문 구술 평가 성적에 도장을 받고 제출했다. 행정적인 절차는 모두 마무리되고 이제 논문 제본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근두근 하면서 마음 졸였던 취직을 위한 노력도 어제 결과를 보고 한결 편한 마음으로 인생의 다음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의 20대는 항상 2년 정도를 주기로 급격한 신분의 변화를 겪었다. 대학 입학 후 신선한 신입생 시절 2년,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2년 6개월, 다시 학교로 돌아간 복학생 신분으로서의 2년, 대학원 시절 2년 그리고 앞으로 남아있는 약 2년. 일단 사회에서의 나의 자리는 마련해두었지만 나는 무엇을 더 준비하고 도전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확실하지는 않다.

20대는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나를 성장시키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하고, 30대부터는 무엇인가 나의 능력을 발현해 보겠다는 두리뭉실한 희망을 가지고 지난 8년간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고, 나의 능력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수레를 반대 방향으로 끌거나 멈추게 하거나 하기에는 턱없이 미천한 것으로 느껴진다. 나의 두 발은 어디를 딛고 있어야 하고 양 손은 어디를 향해 뻗어야 하는 걸까?

Challenge, Challenge, Challenge Everything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야기가 화제로 나올때마다 내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키울때는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늙고 병들어 죽게되면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된다고, 그래서 농담처럼 나보다 오래사는 동물을 키울 것 이라고. 이에 대해 당장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사랑과 기쁨을 추구해야지, 먼 미래의 희미한 불안때문에 당장 실천을 못해서야 어찌하냐는 질책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뜨끔했지만, 역시나 소심하게도 이러한 삶의 자세를 꽤나 오랫동안 관철해온 것이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타의도 많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그렇게 늘 사랑을 보지 못하고 이별을 보고, 희망을 보지 못하고 좌절을 보고, 멀리 뛰지 못하고 웅크리는 내 모습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행동을 요즘은 조금씩 하고 있다. 오늘은 정말 공을 들인 나의 노력이 드디어 손을 벗어나 평가를 받는 순간이다. 포기할까? 시간낭비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꽤나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밀고나가 결국 끝을 본 나 자신에게 조그만 칭찬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