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 유감

  사실,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E100이라는 MP3 플레이어의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보고,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관리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때 장문의 아이리버를 성토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막상 포스팅 하자니, 내가 그 회사 경영진도 아니고, 또 남 지적하는 말 자주 하는 것도 싫어서 그냥 지워버렸다. 또 “E100이 하위의 보급형 기종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P35라는 비교적 상위? 어쩌면 가장 비싼 라인에 속할지도 모르는 제품을 사용해보고는 완전 실망이 아니라 절망해서 몇가지 아이리버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IT 계에 발담그고 있는 나로서도 이러한 점들은 좀 되새겨서 명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어느 정도 레벨일지 판단 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 꼭 필요하다.

  회사에서 외주 용역 계약을 맺을때도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협횐지 어딘지에서 정한 기술자의 숙련도를 기준으로 분류해서 인건비를 계산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어 내라고 할때,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의 일을 해 내는지 전문성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잦은 퇴사와 입사로 고작 당사자의 말과 과거 해왔던 프로젝트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겠지만, 그래 어쩌면 희망사항 일수도 있겠지만 정말 필요하다. P35의 유지 입력을 받아서 발생하는 이벤트 핸들러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정말 이 것 밖에 최선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순간적으로라도 이 정도로 화면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스크롤이 되거나 어그러지면 간단하게 바꿔서 더 개선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소프트웨어 인력의 기술이 최근의 화려해지고 복잡해지는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혹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모두 이러한 복잡한 기기를 유지 관리 개발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 소수의 핵심 고급엔지니어를 더 채용하고 하급 개발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한국의 무조건 개발자는 싸게 더 싸게 채용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마인드때문이 아닐까?

  • 소프트웨어 형상관리는 안하는 것 같다.

  이전 버젼의 펌웨어에서 고쳐졌던 버그가 이후 버젼의 펌웨어에서 다시 발생한다던지, 새로운 펌웨어에서 바뀌긴 바뀌었는데 뭐가 바뀌었는지 문서가 없다던지, 혹은 게시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클레임이 몇 달이 지나도 반영이 안된다던지 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안그래도 테스터가 부족해 무수히 많은 버그들을 껴안은채로 출시하는 마당에 이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도 부족한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E100에서 파일 재생 앞부분에 잡음이 들린다던지, 혹은 Fade out 기능이 해제가 안된다던지 하는 문제는 정말 몇시간이면 수정할 수 있을텐데 몇달씩이나 끌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안한채 있는다는 것은 클레임을 처리하는 버그 트래커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업데이트 할때 뭐가 바뀌었는지 명확하게 설명도 없다. 결국 본인들도 잘 모른다는 것 아닐까?

  •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출시를 하지 말던지 기능을 빼라

  P35를 보면 이것저것 기능은 많다. Wifi도 되고, DMB, 기본적인 PMP 기능에 간단한 오피스 파일을 볼 수도 있고 다양한데, 어느 하나 제대로 완벽하게 되는게 없다. 부팅하면 엄청나게 많은 메뉴의 갯수에 놀라게 되지만, 다들 뭔가 만들다 만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나같이 다들 느려서 쓸 수 없을 지경이고 설명은 부족하고.. G센서를 넣었다는데, PDF 뷰에서는 지원이 안된다. 있는 하드웨어를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럴 것이면 뭐 하나라도 제대로 되는 것들만 넣어서 출시를 했으면 좋겠다. 어제는 내장 Web 브라우져로 인터넷을 해보고 “이런 기능을 넣어서 돈받고 팔면 부끄러울 텐데”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iRiver가 다룰 수 있는 기술력의 한계는 딱 MP3 플레이어까지 였나보다.

  • 사용자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iriver

  P35의 플레이 스크린 화면을 보면 왼쪽에 앨범 이미지가 나오고 위에 곡 이름이 크게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기본적으로 곡 탐색 기능 이외에 자주 쓰는 것들이 음장 설정, 한곡 계속 반복하게 설정 등이 있을텐데, 위 플레이 화면에서 그 기능은 “미디어가 없습니다.” 아랫줄에 Normal이라고 아주 조그만 글씨를 누르면 음장, 그리고 그 옆에 별 5개 옆의 역시 잘 보이지도 않는 화살표를 누르면 Repeat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도대체 사용자로부터 입력을 받지도 않고, 또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Frequency 대역별 Visualization은 그 위에 앨범, 곡, 가수보다 더 큰 공간을 차지하면서(심지어 끌수도 없다) 이런 것는 잘 보이지도 않게 디자인 해 놓은 건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기본적인 기능인 “다음곡을 플레이하기”를 선택해도 플레이 할때까지의 시간이 4초 이상은 족히 걸린다. DB로 곡 탐색해놓고 새로 업로드한 곡은 7초씩 걸린다. 이런걸 도대체 누가 쓰라고 만들었나? 우선 화면에, 메모리 상주된 스크롤 비주얼이라도 보여주고 파일 읽어서 플레이부터 시키고 로딩 완료된 화면 띄워도 늦지 않다. 일단 다음 음악 듣기 버튼을 눌렀으면 눈은 그렇다 쳐도 귀로 듣는 음악은 휙휙 바뀌어야 될 것 아닌가?

  또한 WIFI 무선랜을 설정한때 보안 설정이 된 공유기를 위해서는 Key 값을 입력해야 한다. 이 Key 값이 키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그만한 화면에 뜨는 키보드를 터치로 꾹꾹 입력해야하는데 20자리나 되는 이 값을 “***********” 처럼 표시되는 화면을 보고 어떻게 정확하게 입력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짜피 손에 들고 볼 것인데 옆에서 누가 몰래 훔쳐보지 않게 입력할 수도 있고, 하다 못해 *로 표시되는 기능을 켜고 끄는 옵션이라도 하나 넣어놓으면 안되나. 어제 사용하면서 이런식으로 쌓인 불만이 한두개가 아니다. 사용자가 답답하지 않게 만들어야 된다. 나는 고작 한학기 짜리 강의를 들었을 뿐이지만, iRiver 개발자나 테스터들은 HCI를 고려하려는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iRiver 제품을 많이 썼다. 그만큼 애정도 있다. 딕플의 제일 처음 나온 버젼부터, E100, P35까지 MP3 같은 핸드핼드 디바이스는 거의 iRiver 제품만을 써왔다. 일본에 거주할 때도 퇴근 길에 iRiver MP3P를 목에 걸고 다니는 일본 사람들은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웠는데, 요즘은 하나씩 나오는 제품들을 사용해 볼때마다 정말 실망만 늘어간다. 사람들이 많이 사주고 인기가 있을때 최고를 유지하려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지, 이렇게 얇팍한 기술과 상술로 돈을 벌 생각을 하면 안된다. 제발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고 그 다음에 무엇인가 추가할 생각을 해라. 기본이 안되어 있는 기업이 자꾸 넓게만, 또 멀리만 보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동유럽 배낭여행 2009 [4]

07.17

할슈타트로 이동

  기차를 이용한 교통이 발달되었다고 하는 유럽이지만,  반면, 그 역사가 오래된 탓에 구질구질한 열차를 타야되는일도 많다. 그나마 오스트리아 열차들은 깔끔하고 청결했지만, 이후 동유럽에서 운행되는 열차들은 족히 내 나이는 되었을 듯한 열차들도 많았는데, 열심히 청소를 한다던가, 고장난 곳을 즉시 고쳐야 한다던가 하는 서비스의 개념도 별로 없어서 그냥 감수하고 타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할슈타트로 이동하면서 탔던 열차는 마치 미래의 은하철도를 타는 듯한 최신식의 시설에 방금 출고 된듯한 먼지 하나 없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창 밖으로의 멋진 광경과 더불어 이러한 여행이라면 하루 종일 열차만 타고 돌아다녀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사파리를 하는 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열차에서 환상적인 창밖 풍경을 감상하다

  할슈타트는 소금 광산을 위해 만들어진 조그만한 마을이다. 아무래도 바다를 접하지 않는 내륙지방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염전 같은 것이 없으므로 소금을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옛날 바다였던 지반이 융기해서 생긴 곳을 파고 들어가 마치 석탄을 캐내듯 소금 덩어리를 캐내는 방법으로 부족한 소금을 구했나보다. 이를 이 마을에서 배를 통해 주위의 대도시로 운반하고는 했다 한다. 마을의 광부를 위한 시설이나, 선착장을 운영하기 위해 생겨난 아주 조그만 마을인데, 워낙 주위의 높다란 산들의 경관이 뛰어나고 호수와 가까이 붙어있어서 다양한 경관을 한눈에 볼수 있는 인형같은 마을이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같은 것을 그리 신용하지는 않지만, 그런 곳에도 등록되어있다고 하고;

산과 물,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

  수많은 관광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찾아들어 지금은 소금광산도 관광지로 변했고, 주위의 모든 집들이 다 민박, 호스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을 아기자기 하게 꾸미려는 노력도 한창이고 또한 한편으로는 활발하게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다. 너무 이곳 저곳에서 길을 보수하고 건물을 확장하고 하는 통에 시끄러운 공사장 소리로 번잡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관리된 부분이 많아 한번쯤 찾아와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적당한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짤츠부르크에서 빈을 향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서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는 호수 위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나, 산의 푸르름을 몸안에 가득 재충전 할 수 있다.

창문마다 잘 가꾸어진 꽃 

  높다란 건물 사이의 조그만 오솔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으면 조금씩 시간을 거꾸로 돌려 200년, 300년전의 만화영화에서 봤던 유럽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찾아간 날은 다행히 그리 무덥지 않아서, 조그만 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그렇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 코인락커 같은 기본적인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준비되어있지 않아서 무거운 짐을 끌고 간 경우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사실, 8시간 정도 머무를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식사를 하지 않거나 아주 간단하게 먹을 경우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돌아다닐 정도로 손바닥 보다 작은 마을이다. 마을 전체를 빙글빙글 2바퀴 정도 돌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기에, 호수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소금광산까지 운행되는 듯한 케이블카도 보였다.

처음으로 등장한 내 사진

  이 곳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호스텔 보다는 민박, 즉 조식도 포함되고 비교적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서 아침의 이곳 모습이나, 밤의 모습을 꼭 보고 싶지 않다면 그냥 근처의 빈이나, 짤즈부르크까지 가서 숙박을 잡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정말, 작은 마을이라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배 편으로 마을로 들어가게 되는데 나오는 배 시간을 미리 확인해보고 마을을 돌아다니면 배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타워 크레인만 없었으면..

짤쯔부르크의 밤

  할슈타트에서 떠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밀 밭 사이를 열차로 한참 달려 짤쯔부르크에 도착했다. 빈에서 떠날때는 화창하고 따뜻했던 날씨가 짤쯔부르크에 도착하자 바람이 불고 비가 부슬부슬, 쌀쌀하게 변해있었다. 처음부터 빈에서의 숙소 이외에는 숙박을 하나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짤쯔부르크 부터는 도착하는 도시에서 직접 숙박을 구해야 한다.

  우선 열차를 타고 도시에 도착하자 마자 인포메이션 센터에가서 도시의 호스텔들이 나와있는 관광지도를 구한다. 둘째로는 도시에서의 이동을 어떻게 할지 결정한다. 관광도시들은 1day pass 라고 해서 하루동안 무료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팔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볼만도 하다.

  아무튼 짤쯔부르크에서 관광지도를 얻은 후 근처의 호스텔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행 책자에 추천되어있는 호스텔이 가까이 있어서 일단 찾아가 빈 방이 있는지 물었더니 No.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이었던 다른 호스텔에 찾아갔다. 무려 일박에 24유로나 하는 고가 였지만, 더 이상 호스텔을 돌아다닐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싸도 눈물을 머금고 숙박을 결정했다. 캐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빈에서 짊어지고 왔던 밀린 세탁을 하고, 맛없는 맥주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더 이상 밤 늦게 말을 하거나, 걸어다니거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체력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빈에서의 싸구려 메트리스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팠고, 낮에 배낭을 매고 이동한 상태여서 이미 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짤쯔부르크를 샅샅히 살펴주마!

벽의 make new friends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