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동유럽으로 떠나는가?

  나는 참 집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학교와 직장들이 항상 집 주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다 짜여진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하는 타입? 물론 일상을 내가 잘 정돈해서 변화시키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행처럼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나를 내버려두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싫어한다, 성향에 맞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떠나는 것에 대한 동경은 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더 늦으면 가지지 못할 유일한 기회와 마주쳤을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세계 지도에서 내가 가본 곳과 안가본 곳을 색칠할 것도 아니고 또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더 만들고 싶어서도 아니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할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나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고 배낭을 매고 비행기를 타게 만들었다.

  나는 그 선택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잃을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젊으니까, 젊기 때문에 고작 손해보는 것은 시간과 돈 뿐이다. 얻는 것은 아직 미지의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경험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 인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있는 일이다. 일단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라는 보따리 꾸러미를 짊어지고 돌아올 수 있기를, 또 지금의 두근거림이 여행하는 동안 꼭 그만큼의 뿌듯함으로 바뀌었으면.

컴퓨터 잘하게 생겼다. 도대체 어디가?

오늘은 증명사진을 찍었다. 품질이 중요한 사진은 아니었기에 검색 끝에 시장 끝자락 어드매인가 조그만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사진관, 간판만 최신식으로 바꿔 단 곳을 찾아갔다. 사진은 적당히 찍고 구형 컴퓨터에서 여러장의 내 사진중 어느 것이 마음에 드는지 고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이 지긋하신 주인장 아저씨. “컴퓨터를 잘하게 생겼다” 며 평소에 풀리지 않는 익스플로러 창 크기 문제를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컴퓨터를 잘 하게 생긴 외모를 정의하는 것인지? 의문은 들었지만 ‘아저씨 정답~ 저는 컴퓨터라면 어디가도 빠지지 않지요.’ 그게 티 났나?

몇 시간 후 다시 현상된 사진을 찾으러 방문한 자리에서도 역시 사진관 아저씨는 네이트온 화상채팅 하는 법을 물어보려고 심지어 기다리고 계신 티를 팍팍 내셨다. 사진을 건내주자 마자 내가 휙 돌아서서 나갈까봐. “자 여기사진근데 뭐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띄어쓰기 없음에 주목)

심지어 나에게도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오랫동안 한 곳에서 밥을 먹어온 사람은 그 태가 나나보다. 이유는 알 수 없는 뭔가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