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당신의 머리속에 있는 나의 이미지. 그건 머리 끝에서 부터 발끝까지 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구요. 사실, 전혀 다르다고 말은 했지만, 많이 봐줘서 절반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에 요즘 잠을 못이룬답니다. 저는 그 일을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잘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상상도 못할 만큼,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깜짝 놀라게 잘할만한 일들도 여러가지 있다구요. 예를 들어보라구요? 그건, 기회만 있다면 차츰차츰 알게 될겁니다. 보증하죠. 그리고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저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들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네,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두리뭉실 머리속을 떠도는 연기같은 이미지를 하얀 백지에 흡착(吸着) 시켜버리는 성급함은 서로의 잘못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이해합니다! 서로 다른 길을 평생 살아온 사람이 만나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봐야 절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서로 대화가 필요한 거랍니다. 문자메시지, 전화, 메신져, E-MAIL 따위의 싸구려 인스턴트 음식 같은 녀석이 아닌 정말 소리가 소리로 전달되는 대화라는 거지요. 이런 소통의 중요성은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강조해 왔었다니까요. 정말로! 아무튼, 결론적으로 저의 이러한 100%의 소통을 만드려는 노력에 동참해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즐겁게 기대하세요. 아, 왜 동참해야 하냐구요? 꼭 그걸 제 입으로 말해야 하나요?
[월:] 2008년 03월
토로(吐露)
영어 숙어 중에 stick in이라는 표현을 보면 늘 일본 영화 "오늘의 사건사고" (きょうのできごと) 중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불법 도박 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직원이 사이가 매우 좁게 세워진 두 빌딩 사이에 끼이는 일이 발생하고 출동한 경찰들이 구조를 위해서 노력하지만 결국 하루 밤을 건물 사이에 끼인체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
해가 떠오른 후에야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는 그 장면을 볼 당시에는 단순히 코믹한 해외 토픽감으로 치부했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몇 번이고 머리 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것을 보니 꽤나 단단한 상자속에 담아 마음속에 보관했었나 보다.
요즘 나도 모르게 내쉬는 커다란 한숨에 스스로 놀라는 일이 많다. 런닝머신 위에서 30분을 달릴때, 수영을 하다 물 속에서 숨을 크게 참을 때 등등, 이런 경우 밖에서부터 산소를 갈구하는 숨이라면, 가끔씩 내쉬는 한숨은 내 안에서 무엇인가를 내뱉기 위해서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동 할때는 신체적인 필요에 의한 호흡이라면, 이러한 토로(吐露)는 정신적인 필요에 의한 호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100m를 숨가쁘게 달리는 것처럼 인생을 숨가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회반죽으로 사이를 단단히 메꾼 벽돌들 같은 인생을 조금 관망하고 있자면(이도 쉽지는 않지만), 역시 터져나오는 한숨은 여유와 토로에 대한 동경이겠지만, 그렇다고 쌓아올린 벽돌들을 무너뜨리거나 부실공사로 연명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싶은 것이다. 주말이 점점 소중하게 느껴질 수록 그만큼 열심히 주중을 살았다는 반증이지 않은가? 그냥 묵묵히 쌓아갈 수 밖에 없는 인생이라는 것이 빌딩 사이에 끼인 사람에 투영되서 보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