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이고 능동적인 인터넷 문화

  고속 인터넷 망인 ADSL 설계는 업로드 대역폭보다 다운로드 대역폭이 훨씬 크게 잡혀있습니다. 그 말은 인터넷 망을 설계할때부터 사람들이 업로드보다는 다운로드 중심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말이고 인터넷의 역할도 정보 생산보다는 복제에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예측은 옳게 적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업로드 양은 다운로드 양에 비하면 수분의 일, 수백분의 일도 되지 않습니다. 즉, 작은 양의 비율로 소수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생산해서 인터넷에 공유하고 그 공유된 정보는 그 값어치에 따라 수백개, 혹은 수천개,  최근의 인터넷의 발달로 수십만개로 복제되어서 전세계로 퍼져나갑니다. (복제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라도 인터넷 뉴스를 보거나 게시판의 글을 읽을 경우에도 열람의 수준이 아니라 실제 클라이언트의 메모리로 물리적으로도 복제됩니다. 단지, 지속성을 가지게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겠지요)

  인터넷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더욱이 고속화된 인터넷으로 더욱 더 대량의 정보가 개인에게 전달 될 수 있습니다. 그 대역폭은 최근에는 한 사람이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의 량을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발달했다고 할 수 있지요. 오늘 아침에 봤던 신문, 저녁에 가족들과 봤던 TV 등 모든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를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TV 홈쇼핑 가격이 직장 건너편의 하이마트 가격보다 30% 이상 비싼지 같은 추가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지요. 또한 고속화되고 즉각적인 네트워크가 구성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서 정보가 사람 사이에서 엄청나게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어제 봤던 인터넷에서의 배꼽 빠지는 유머를 선보이면서 유머감각을 뽐내려고 옆자리의 누구에게 운을 띄웠더니 이미 6개월 전에 돌던 유머라고 촌스럽다고 무시되었던 경험이 흔합니다. 또한 다수에 의한 집중 현상도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모든 사람들의 인터넷 활동을 집중 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검색 엔진에 검색어를 넣었더니 가장 상위에 랭크됩니다. 사람들은 집중되고, 사이트는 더 활성화되고 검색엔진은 이 사이트를 더욱 상위로 올립니다. 그 사이트의 정보는 더욱 더 다수의 사람들이 봅니다. 아침 6시 뉴스의 영향력이 클까요, 네이버의 최신 뉴스 목록의 영향력이 클까요? 이미 인터넷은 TV를 추월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미 이렇게 인터넷에 의해 대량 복제된 정보는 사람들 생활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오프라인 생활이 더욱 더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초.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잘 기름칠까지 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하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있는 구조는 정보의 복제라는 측면에서는 효율적일지 모르겠지만, 잘못 활용되면 문제점이 많습니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갈 수록 그 들의 삶에서 인터넷의 의존도는 올라가고 그들의 느끼는 인터넷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향상 됩니다. 이로 인해 무비판적인 정보의 수용이 가속화 됩니다. 조선일보 등의 언론매체는 철저한 검증 필터를 적용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즐겨찾기에 등록된 블로그의 타자에 대한 비난 글은 검증없이 사실인 양 받아들입니다. 소위 인터넷 “마녀사냥” 이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의 된장녀 신드롬도 근원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의견으로 호불호나 판단의 기준이 갈릴 수 있는 정보 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다른 사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분야가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 내용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본 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저의 전공인 컴퓨터 공학 관련된 내용으로 검색 해보았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의 내용 중 5중 2개는 거짓이고 나머지 3개중 1개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애매한 정보였으며 5개중 2개 정도만이 정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비율이 모든 학문 및 인터넷 상의 정보에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이제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 아니라 어느 정보가 정확한지 판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세상에 와 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매체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또 순간적으로 생성되는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는 어떨까요? 흔히 6단계정도만 거치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아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은 메신져 사용자가 1000만이 넘는 시대이지요? 비슷하게 메신져에 등록된 사람도 몇 단계를 거치면 모든 사용자를 아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메일, 메신져, 블로그, 싸이월드 등 개인과 개인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을 통한 정보의 회오리는 이미 이 촘촘하게 구성된 네트워크 망을 타고 몇번이나 우리를 거쳐 휘몰아칩니다. (중복, 뒷북이라는 말이 최근 괜히 친숙하다고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이런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정보를 보고 비슷한 것을 느끼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고. 모든 사람을 인터넷 상에서는 점점 개성이 없는 인격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학교에서 점심 먹을때 하는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어제 인터넷으로 본 웃찾사 동영상 이야기거나, 박지성의 득점 장면에 국한되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사이트가 거대한 힘을 얻게되는 광경을 생각 해보셨는지요. 저는 이런 추세라면 결국 또다른 TV가 인터넷에서 구현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은 단지 조그만 공간을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할당 받을 뿐이지요. TV 중계에서 문자를 보내면 화면 하단에 메시지를 자막으로 띄울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것을 봤습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댓글 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거대한 언론 권력이 인터넷에서 구현될 것이고 이는 사람들에게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자극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왜곡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만큼 왜곡된 언론이 보여주는 시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토픽에 대해서 2,3개 정도의 즐겨찾기 만을 해놓고 선호하는 글만 즐겨 볼때 결국 그것만이 진실이라는 착각을 인터넷 상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지 두려워집니다.      

  소위 우리나라를 두고 인터넷 강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라기 보다는 인터넷 ‘소비’의 강국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정보 획득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그러한 행동 자체도 매우 수동화 되어있다고 느낍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가지 키워드는 생산능동입니다. 어찌보면 같은 의미로 볼수도 있지만 편의상 나누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웹 2.0이라는 말과 UCC라는 말이 (예전의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유행처럼 퍼졌습니다. 저는 원래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또 별로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인터넷 기업 버블 붕괴후 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한 자구책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대충 제가 지금부터 말하려는 내용과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모든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지 않아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적극적인 사용자라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토픽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개진함으로써 인터넷을 새우 토핑이 풍부한 영양가 만점의 피자로 잘 구워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달리는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어 몇몇 뉴스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이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배설 행위가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순기능으로 정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사용자들의 집단 심리 행동을 부추기면서 발생한 대표적인 인터넷의 악기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니다.  

 기업이 UCC에 관심을 돌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 이상 다양하게 변화하는 사용자 욕구의 전체를 기업의 인력과 자본으로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온 항복 선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미루어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업의 주도하에 제작된 컨텐츠가 인터넷에서 소위 뜬 경우는 많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부터 컴퓨터 간의 네트워크가 생성되었던 시설부터 오가는 정보의 주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 그 자체였지 그 주도권을 기업이 뺏어온 것은 극히 후반의 일부분, 빠르게 발전하던 인터넷의 기술을 대중들이 따라잡지 못했던 바로 그 일부분 시간 상의 갭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잠시 본래 주인에게서 멀어져 있던 그 힘을 사용자가 다시 되찾아오려하고 있고, 그 주인공은 자그마한 노력을 더하는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능동이라는 키워드로는 어떻게 풀어 낼 수있을까요? 이 부분은 오류의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접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인터넷 상을 떠돌아 다니는 수 많은 왜곡된 가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은 역시 그 정보가 생성되었을 때 처럼 그 책임을 이용자들의 능동적인 오류 검증 작업으로 넘기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본 신문기사에서는 영국의 유명 백과사전 브리테니커의 정확도보다 오히려 사용자 참여로 만들어진 위키페디아 백과사전의 정확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 졌습니다. 이는 오히려 사용자 참여로 만들어진 백과사전이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백과사전보다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다는 다소 놀라울 만할 결과 발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사용자 스스로의 능동성이 인터넷의 정보를 얼마만큼이나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입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요즘은 웹 2.0을 넘어 웹 3.0이라는 말까지 쏟아내는 언론들도 존재합니다. 늘 그렇지만 인터넷의 역기능과 순기능은 앞으로도 고루 공존할 것 입니다. 인터넷을 소위 배설에 대한 자유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꽤나 많이 존재하고 그들의 이용 자체를 막을 수 없을 테니까요. 인터넷의 소위 기술적이나 사회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하지만, 꾸준히 순기능을 장려하고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하겠습니다. 역기능은 그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욕구만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순기능은 사람들의 열정 없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 입니다. 그 화두에는 역시 ‘생산’‘능동’이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있을 것이며, 인터넷이 사용되고 급속도록 대중속으로 파고든지 20여년이 지나서 사람들이 ‘웹 2.0’이라는 곳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즉 “그 곳에 무언가 있다”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체류기 – 에노시마 & 가마쿠라 편 [1]

  오사카 지방 여행기까지 완료하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여행기를 쓰고나서, 다시 도쿄에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 계속하자니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체류기. 완전무결하게 완성은 짓고 넘어가고 싶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한여름의 도쿄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에 숙박을 잡은 여행객이 하루를 투자해서 둘러볼 수 있는 도쿄 밖의 관광지는 몇 군데가 있다. 대표적으로 하코네, 닛코. 둘 다 기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각각 독특한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그 외로는 에노시마 & 가마쿠라가 바다와 신사와 사찰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어서 하루 코스로 인기가 높은 편이고, 요코하마는 세련된 도심과 이국적인 모습을 보기위해 모여드는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이다. 이들은 각각 하루종일 돌아볼 생각으로 기운차게 출발해도 밤이되면 기진맥진해서 아쉬움과 함께 숙소로 돌아올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이동시간이 비교적 긴 관광지이므로 이들 모두를 돌아보고 싶으면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일주일이상은 도쿄에서 머물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곳들은 모두 서남, 서, 북쪽의 관광지들이다. 동쪽으로 치바현쪽의 유명한 관광지라고는 디즈니랜드 밖에 모르는데 혹시 가이드에 나와있지 않은 곳까지 찾아내서 일정을 늘리게 된다면 맘 푹놓고 숙소를 일주일 예약해서 도쿄에 머물면서 밤에는 도쿄 시내 관광. 낮에는 근교의 관광지 탐방을 다니도록 하자. “도쿄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면서 볼게 있나?”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한달을 머물렀는데 못 가본데가 많은 이 블로그 주인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 일정은 도쿄에 일주일정도 위클리맨션을 예약하고 위에서 말한 4군데의 관광지와 오다이바, 황거를 각각 낮 일정으로 넣고 저녁때는 소위 번화가로 불리는 시부야, 신주쿠, 긴자, 하라주쿠, 롯폰기를 돌아보고 아침시간이 날때 우에노 공원 같은데를 돌아보는게 어떨까? 아마 내가 처음 일본에 가는 입장이 되어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면 위처럼 잡겠다. 대충 예산은 100만원 정도 나오겠구나.

  아무튼 여행 가이드북 노릇은 그만하고 본래 주제인 에노시마 & 가마쿠라를 소개해보면 에노시마는 도쿄 서남쪽의 섬으로 요트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더불어 섬의 비교적 빼어난 경치가 유명한 곳이다. 가마쿠라는 대불, 사찰등 주로 역사적인 유물이 많은 곳. 이는 예전에 잠시 수도 였던 탓이다.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두 관광지를 묶어서 보며 뒤에 나오겠지만 이 두 관광지를 서로 묶는 열차 자체도 꽤나 유명하다.

  처음에 가마쿠라부터 둘러볼지, 에노시마부터 둘러볼지에 따라 기차를 이용하는 코스가 조금 달라진다. 내 경우는 에노시마부터 둘러보기로 정하고 아침 일찍 이타바시혼쵸의 숙소를 나왔다. 미타선을 타고 스가모에서 다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신쥬쿠까지가서 오다큐선으로 갈아타고 한참을 가야한다. 게다가 중간에 사가미오노역에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가는 열차로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 꽤나 오래걸리는 기차여행이므로 노선을 꼭 확인해서 이상한 역에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또한 일본의 기차는 보통, 쾌속, 특쾌, 통근열차등 같은 구간을 다니는 녀석이라도 정차하는 역이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잘 골라서 타지 않으면 내릴 역을 그냥 통과해버리는 열차 안에서 안타까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ㅅ-

 오다큐선은 신쥬쿠역이 종점이라서 출발하는 열차의 넉넉한 자리에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국철인 JR이 매꿔주지 못하는 곳곳의 철도망을 사기업들이 나서서 철도를 건설해 매꾸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철이 좀 깨끗한 느낌이 있었다. 이 날은 일본 전철 특유의 떠드는 사람 없는 조용한 분위기와 잘 조절된 에어컨, 그리고 창밖의 따뜻한 햇빛까지 일정하게 덜컹거리는 진동조차 몸에 리듬감을 실어주는 기분좋은 아침의 기차 여행이었다.

일본은 잘 정비된 하천이 많은데 산책로로 많이 활용된다

 

  가는 도중의 밖의 구경도 하고 안내 방송에 웃음 짓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때 처음으로 둘이 다니는 여행이었다. 이 전까지는 모두 혼자서 돌아다니느 여행) 열차는 곧 사가미오노 역에 도착하고 여기서 플랫폼을 바꿔 기다리다가, 어찌보면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듯한 열차를 타고 다시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향해갔다. 한여름에 주말, 그리고 화창한 날씨 덕택인지 열차 안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남녀들로 가득했고, 모두들 검게 그을린 피부를 마음껏 드러내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심하게 그을린 피부. 뭔지 모를 이유로 울어대는 어린 아기가 열차 유리창에 균열이 갈 정도로 울어대는데 젊은 부모는 히히덕거리면서 자기들 끼리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에 다소 불쾌했지만 다행히 얼마가지않아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국적인 역사

 

  에노시마는 특히 여름에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이유야 말할것도 없이 여름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닷가에는 윈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가득하고, 수상스키,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바다위, 바다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는 다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기본적인 해수욕은 기본이고 말이다. 이렇게 이 곳이 발달하게 된 원인에는 지역적인 이유가 가장 큰 데, 이 곳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는 요코하마, 도쿄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 곳 이외에는 모두 항구 도시로 개발된 곳들, 따라서 자연적인 백사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이 몰리고 화려해지고 유명세는 또 다른 유명세를 낳아서, 이 곳은 한국사람들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만화 슬램덩크의 무대가 되기도 했고 각종 영화 드라마에서 에노시마의 모습은 흔하게 찾아 볼수도 있다. 사실 또 에노시마는 유명한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역에서 가득한 사람들을 뚫고 나와 일단 편의점에서 식수를 샀다. 바다위에 놓인 다리며, 꽤나 높은 곳까지 솟아있는 에노시마를 한바퀴 돌 생각을 하니 왠만큼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서야 탈진할 것 같았기에 넉넉한 양의 생수 보충. 햇빛이 온세상을 가득 매운 이런 날에는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자판기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나 일본처럼 자판기 포화상태의 국가에서는 150엔이 150원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 마져 일으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사이에 당신의 손에는 에비앙 생수, 혹은 미쓰이 사이다가 들려있기 마련이다. 몇 십엔이라도 아끼려면 미리미리 사놓자. 수통을 채웠으면 고지로 돌격이다.

밤되면 예뻐질 듯. 일본에서 봤던 ‘태양의 노래’라는 드라마에 나왔다.

 

  에노시마는 시마(島)니까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있어서 두발로 방문할 수 있다. 지도도 없고, 그렇다고 가이드는 더더욱 없는 우리지만 바다위에 장애물 없이 떠 있는 에노시마를 향해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가는길에는 여름 스포츠를 즐기러온 많은 청춘 남녀를 볼 수 있는데, 아예 여름만 되면 여기서 장기 숙박하고 해안가로 출퇴근 하는지 피부는 온통 까맣게 그을려서 인종을 구분할 수 없게 해가지고 다닌다. 남녀를 불문하고 또한 화끈한 여름 패션을 보여주니까..

다리를 건너면 에노시마. 저래뵈도 꽤 높다.

 

  사실, 남태평양이나, 하다못해 오키나와 처럼 깨끗한 물은 아니고, 모래사장도 깔끔한 베이지색의 고운모래가 아니라, 약간 칙칙한 분위기가 나는 바다지만 도쿄 근교에 이런 곳이 없어서 인기인 듯 하다. 냉정하게 보면 꽤나 더러운 우리나라 동해 바닷가 물 보다도 살짝 더 더러운 느낌이 나기는 한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양쪽으로 그런 물에서도 손발이 팅팅 불어가면서 뛰어노는 사람들이 지평선(?) 까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여름만 되면 끌어당기는지 그 매력은 수만년간 변하지도 않았다. 옛날 원시인들이 배고픔에 고통 받고있을 때, 낚시라는 새로운 식량공급원을 찾아서 신이나 바다로 뛰어든 것이 유전자에는 새겨져 있지만 막상 오늘날에는 뛰어들고보니 배는 안고팠다는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작은 육지가 에노시마.

오늘 찍은 사진 중 젤로 유명한 위치

 

  자, 이제 등산인가? 하면서 워밍업하고 있는데, 옆에서 커다란 핼멧을 쓰고 스쿠터에 탄 소녀가 우당당탕 소리를 내면서 저 도리이를 지나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올라간다. 뒤를 이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스쿠터 멈추세요!” 하면서 뒤를 쫓는데 사람들이 양옆으로 물러나느라 시간이 걸려 추격이 쉽지않다. “야루네~”하면서 사람들이 뭔일인가 구경하고, 나도 마찬가지. 소녀는 저~ 꼭대기 까지 스쿠터로 올라가 산길 어딘가로 감쪽 같이 사라진다. “드라마 찍나?” 그리고 보니 이 근처에서 찍는 드라마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카메라가 없다. 항공촬영? 에드벌룬 하나 떠 있는데 설마? 뭔진 모르겠지만 실제 상황인 것 같다. 어찌 도망가려고 섬으로 달아나지; 봉쇄하면 잡힌다. 섬의 구석진 곳에 요트라도 대기시켜 놓은건가?! 등산이나 하자.

조금 더 올라가면 신사가 나온다

 

  말은 등산이나 사실 산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경사의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하므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관광객은 친절히 마련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유료) 섬 전체는 중간까지 한바퀴 도는 관광로가 있고 가장 깊숙한 곳 까지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길이다. 바다 암벽까지 내려갈 분들은 가보고 아니면 그냥 위에서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사실 500엔을 받는 동굴이 끝에 있는데 별로 볼건 없다고 한다. 에노시마 전체는 하나의 무료입장 놀이공원과 같아서 들어가는 건 공짜지만 뭔가 보거나, 타려면 반드시 추가 요금을 받는다. 빈곤한 배낭여행객이라면 두발로 다 돌고 굳이 돈 안써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볼 수 있다.

신사는 하도 많이 가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섬 한가운데 신사가 위치해 있다. 관광을 위한 목적으로 다리가 놓이기 전에 건설된 신사인 것인가. 그렇다면 정말로 섬이었을때 배타고 들어와서 섬에다가 신사를 지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꽤나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그것은 비단 이 신사 입구 뿐 아니라 섬 전체에 걸쳐서 마찬가지다. 아주아주 간편한 옷차림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돌아다니는데도 이미 처음부터 비오듯하는 땀은 어쩔수가 없었다.

방금 사이렌을 울렸던 경찰차

 

   힘겹게 도리이 하나를 통과하고 보니 아까 아래서 시끄럽게 스쿠터를 추격하던 경찰차가 더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면서 멈춰서 있었다. 사실 길도 더 없는데 어쩌자고 이런데 까지 올라와서 시끄럽게 하는지, 무리하게 올라가려고 바닥에는 스키드마크, 주위에는 타이어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로 가득했다. 이미 스쿠터에 탄 소녀는 오른쪽 길로 달아나고 난 후 같이 보이는데; 이 이후로는 이 추격자와 도망자를 만나지 못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뭔가 심각한 범죄자였을까? 설마 주차위반 같은 걸로 이렇게나 요란하게 쫓아오는 것인가, 일본 경찰은?

다 올라오고 나니 꽤나 멀리까지 보인다

  꽤나 올라와서 신사 앞에 도착했지만, 어디까지나 신사까지지 섬 전체를 둘러보려면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주로 경치 좋은 전망대는 육지쪽을 향해서 설치되어있고, 반대쪽으로는 해안까지 내려가보지 않고서는 잘 보기 어려웠다. 한쪽은 커다란 섬. 반대쪽은 거대한 태평양이다. 따지고 보면 일본도 섬이지만, 생활하고 있다보면 섬이라는 인식은 점점 희미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비록 우리나라는 섬은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무의식 속에 국가의 경계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와서 꽤나 오래 살아도 이질감은 없고 특별히 섬이라는 인식은 안들 것 같다. 유럽처럼 국경이 땅에 선 긋는 식이라면 헷갈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회사에서 에노시마에 간다하니 “아, 그럼 가마쿠라까지 묶어서 보는게 좋겠네?”라고 조언해주던데, 가마쿠라에 가봤냐고 물으니 소풍으로 왔다는 말이 많았다. 가깝고 유적지가 많아서 역시 소풍용 장소인가. 우리나라의 서울대공원 보다는 쪼금 더 교훈적인가.

신사의 본당

 

  날도 더운데 그늘도 없는 신사 구경은 서둘러 마치고 양쪽으로 나있는 섬의 일주 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옆으로 돌아나오다 한국에서 온 사진찍는 일행을 마주쳤다. 일본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많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확연하게 구분되는 외모때문에 쉽게 일본인인지 아닌지 구분 할 수가 있다. 특히 2명 이상이 모여다니는 한국에서 온 여성 관광객 일행을 보면 말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는데, 과연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는데 보면 그냥 아는 것이다. 느낌으로.

그늘을 원하지만 없다

  보기에도 따뜻하고 태평하며, 아까의 작은 소란만 없었으면 범죄도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동네이다. 이런 마을은 사람 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살기 좋은 듯 보이는데, 길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굳어진다. 일본은 개보다 고양이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라인데 도심의 주택가에서도 어디엔가 숨어있는 고양이들이 때때로 나와서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한밤중에 눈에서 레이져를 쏘면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내가 더 섬뜩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의 고양이들은 그렇게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지도 않고 단지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따뜻함만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어슬렁 거리면서 그늘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

계단은 계속 이어진다

  깔끔하게 정리된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양 옆으로는 바다 경치를 즐기면서 각종 식사를 할수 있는 찻집과 식당이 늘어서 있다. 주인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와이카가데스까?” 하면서 소심한 호객행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계단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지나갈수록 나중에 다시 이 길을 돌아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워지는 것이다. 뭔가 익사이팅한 놀이거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야 이리오지 말고 에노시마 역에서 바다에 뛰어들었어야 옳겠지만, 조용한 관광지의 풍경과(정말 이렇게 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소박하지만 깔끔한 맛이 있는 경치를 구경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단, 지나친 상술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사람도 또한 오면 불쾌해 질 수도 있다.

  집에서 아침을 때우고 빵을 몇 조각 사서 가방에 넣어왔다. 물론 관광지에서 뭔가 사먹으면서 드는 식비를 아끼려고 한 것. 뒤돌아 생각해보면 관광까지 와서 이렇게 돈을 아껴가면서 생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에 후회가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여행하면서 책을 가지고 가는 사람과 같은 경우 아닐까. 여행에 와서는 여행에 오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에 집중을 해야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먹는 것, 보는 것, 말하고 듣는 것. 이런 체험을 위해서 여행을 하고 기쁨이 존재 하는 것인데.. 라고 귀국후에 생각을 고쳐먹고 조금 후회.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