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동안 금전상의 이득으로 환산될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이라면 고작해야, 500원짜리 복권 당첨에 지나지 않던 내가 2006년 여름에는 토탈 500만원이 넘는 불로소득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행운에 겨운 인생으로 탈바꿈 했었다. 하나는 일본 무료 탐방이고 또 하나는 미국 무료 탐방이었는데, 이제는 잊혀져가는 이 사건들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일년가랑 블로깅의 절반가량을 문서화 작업(?)으로 투자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해서 이제 일본에 대한 정리 작업은 대충 마무리 지은 것 같다. 이제는 Qualcomm IT TOUR 2007의 참가자들도 모집하는 중이고 해서 서둘러 머리 속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또 새로운 다음 기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조금 적어볼까 해서 시리즈를 스타트 해본다. (근래에 IT TOUR로 검색해서 이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꽤나 많이 눈에 띈다)
퀄컴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인지하던 안하던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회사이다. 당장 핸드폰을 쪼개보면 퀄컴에서 생산된 칩이 반드시 들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회사인데 이는 대부분이 언론에서 접한 “우리나라에서 로열티를 수천억원씩 벌어가는 회사”라는 기사를 읽고 가진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벌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그 기술을 이용해서 우리가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대중에게 민감한 돈 문제는 접어두고,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우리나라 이공계생들이게 퀄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약간이나마 이익을 환원하고자 생긴 행사가 매년 개최되는 이 Qualcomm IT TOUR이다.
운이 좋게도 산업기능요원시절 퀄컴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후에 복학을 해서 학교 게시판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모집공고가 떳을때, 비록 학점, 영어 공모전 용 스펙으로는 영 아닌 상태였지만, 이 경력하나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쁜 학기중에도 불구하고 한번 도전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본인 인생 최초로 공모전에 말이다. 뭐, 결과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이 좋게 합격.
합격과정이니, 선발은 어떻게하며, 절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혹은 미국을 가기 위한 준비과정 같은 것은 이 글을 쓰는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혹시 궁금하다면 개인적으로 문의하시고, (글 중간중간에도 조금씩 언급되겠다) 출발 당일로 시간을 옮겨보도록 한다.
간단한 프로그램의 소개라면, 약 일주일정도의 기간으로 Qualcomm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디에고를 중심으로 로스엔젤레스까지 돌아보는 코스가 되겠다. 견학과 관광이 적당히 섞여있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는 매년 틀은 비슷했지만, 약간씩은 변동이 있었다.
일본에서 귀국한지 6일째의 일요일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의외로 긴장감 없는 출발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한달의 타지생활에 비해서 일주일은 너무 짧기 때문인 것인지.
서해바다를 건너 인천국제공항으로 고고싱
참가비용은 전액 퀄컴측에서 부담한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용도로 쓸 돈만을 준비하면 되는데, 나의 경우는 일본에서 사용하고 남은 생활비를 달러로 환전해서 가지고 왔었다. 그래봐야 200달러가 안되는 비용. 나중에 의류를 쇼핑하면서 정말, 더 환전해서 가지고 올껄하고 후회를 했었다. 아무튼, 결론은 돈은 안들수도 있고 무한대로 들수도 있으나, 다 본인 소유의 물건을 사는데 드는 것 이라는 말.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범한 여행사측에서 투어전반에 걸친 관리 통솔을 맡아주시는데 예정된 장소에서 예약서류를 받고 보딩패스를 발급받고 짐을 부치고 쇼핑을 한 후 탑승 게이트로 모이라는 말이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안면을 익힌 다른 참가자들, 그리고 그 전에도 알고 있던 참가자들과 함께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쇼핑을 하고 (아직 비행기도 안탓는데 쇼핑;) 그리고 게이트로 가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프로그램 자체가 미국에 가서 둘러보고 견문을 넓힌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 내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다양한 타대학을 아우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것에 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다녀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투어도중 뿐 아니라 그 전, 그 후까지 그러한 기회가 있으면 철저하게 참가하고 서로 친해지는 것이 더 즐겁게 미국에서의 이벤트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능하면 비행기타기 전에 많이 친해져라!
비행기에서 푹 자라는 주최측의 배려인지, 비행기는 밤11시쯤 출발이 예정되어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때 발생한 영국 공항에서의 액체 폭탄 적발 사건때문에 미국행 항공기의 검색, 보안이 철저해져서 입국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 결국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12시가 다 된 시간으로 기억된다.
탑승할 비행기
대한항공의 보잉777기다. 앞쪽이 매끈하게 빠진것이 747기와 비교된다. 아마, 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이용하는 항공사는 항상 국적기가 될 것이다. 마일리지로 제주도 정도는 갈 수 있어 보인다. 장시간의 비행은 처음이라 다소 걱정. 버스타고 서울서 부산만가는 4시간의 여정에도 지겨워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나인데, 11시간이 넘는 덜덜덜 거리는 비행기안에서는 얼마나 지겨울까? 등등 푹 잘 수 있으면 좋은데, 그도 힘들 것 같다. 만원인 비행기. 일본과 미주노선은 항상 만원이라는 말이 사실인지. 뭐, 아무튼 걱정 속에서도 탑승하게 되고, 날라가게 된다.
타자마자, 밥도 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소란스럽고 해서 숙면을 취하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사실 이 시간은 집에서도 잘 시간이 아니다. 지겨움에 화장실도 몇번 갔다 와주고 어떻게 하면 푹 잘 수 있을까 고민도 해보고, 창밖을 보면 태평양과 보름달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만 해보기도 하고 하다가 문득 집어 쓴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Holst의 행성 조곡 중에 주피터. 음악에 파묻혀서 비행기를 타고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꾸면서 잠들 수 있었다.
지도에 북아메리카 대륙 등장
잠에서 일어나 지도를 보니 북미대륙이 등장해 있었다. 문명의 발달은 수십만년전에 몇세대에 걸쳐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지나 북아메리카로 이주해 갔던 인디언 선조들이 걸었던 길을 고작 수시간만에 되집어 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현지 시간으로 한 낮이라 창밖은 햇살이 가득했고, 역시 창문을 다들 가린채 식사 시간이 몇번이고 지나갔다. 이착륙시에는 창문 가리개를 항상 열어놓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상시에 창문으로 내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지.
LAX,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 도달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비행기는 고도를 낮추면서 착륙준비에 돌입한다. 랜딩기어를 내리고, 5, 4, 3, 2, 1. 바퀴가 땅에 닿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한다. “안녕 미국”
그러자 미국도 “안녕”해준다
입국심사관이 머라고 물어볼까 걱정스래 고민했는데, 덩치 큰 흑인 아저씨가 아주 알기 쉬운 발음으로 “미국에는 무얼 하러 왔습니까?” 하길래 “서부지역 여행하러 왔습니다.” 간단히 대답하니 아무 말 안하고 통과시켜준다. 굳이 “퀄컴사에서 초청해서 일주일간 샌디에고에 있는 본사와 각종 여행지를 둘러볼 예정입니다.” 라고 대답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20대 여성인 경우에는 까다롭게 심사하는 듯 보이는데, 원정 성매매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군중을 향해서 손도 흔들고, 왠지 모를 도너츠 냄새를 맡으면서 공항을 빠져나가니 이미 밖은 오후가 늦은 시각. 서둘러 샌디에고에 있는 숙소로 향해야 했다. 아! 그 전에 식사를 해야지. 이번 투어기간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버스가 주차되어 있었다. 범한여행 미국지사 소속인가? 이름하여 해바라기 버스. 투어기간 내내 해바라긴지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알았다.
안전벨트가 없는 대신 화장실이 있는 버스
공항을 빠져나가는 버스에서 거리의 차를 보고서야 “아, 미국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차는 별로 없고 거리의 대부분은 일본차들이 점령. 일본에가서 외제차가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얘네는 자국차 많이 안타나”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이렇게 도요타, 혼다차를 사주니 일본에서는 다 외제차만 타도 자동차 산업이 유지 될 것 같았다. 고속도로에 들어섰을때의 넓직넓직하니 별로 땅값에 신경 안쓰고 지은 도로들, 커브는 시공하기 귀찮아서 안만들었다는 듯한 고속도로는 인상적이었다.
환영
날짜 변경선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왔으므로 하루를 뺀 날로 계산에 한국에서의 어제 저녁인 것이다. 왠지 인생이 하루 늘어난 기분이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 하루를 더하게 되므로 손익계산은 0. 일단 변변치 않은 기내식에 다들 허기져 있음을 알아채고 통솔자이신 이사님께서 우리를 한국 식당으로 안내하셨다. 첫날 첫 식사부터 고기부페. LA는 정말 한국 사람들이 많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한국 식당에 한국 종업원에 한국 메뉴를 가지고 서비스를 하는 곳이 영업중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입구를 통과하면 한국으로 텔레포트되서 한국에서 먹고, 출구를 나오면 다시 미국으로 텔레포트 되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허기를 고기로 달랜 일행은 앞으로 제공될 식사에 대해서도 기대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있고, 지정된 숙소에가서 숙박하는 것 이외에는 예정된 스케쥴이 없는 오늘. 하지만, 비행기에서 충분히 잤는데, 어찌 또 잘수가 있을까. 숙소는 퀄컴 해드쿼터에서 가까운 호텔로 정해져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서 룸메이트가 지정되고, 각자 카드키를 발급받고 일단 방에 짐을 두고 다시 1층의 바로 모이는 것으로 했다. 첫날부터 주류 파티!
첫날부터 병맥주는 무제한 제공
병맥주를 무지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분위기 정말 좋았다 -ㅅ-)=b 사실 버드와이져나, 밀러나, 쿠어스 등의 흔히 우리가 미국 맥주라고 알고 있는 맥주도 그 본래 상표에 대한 권리는 네덜란드였던가. 유럽 나라중의 하나가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로 화장실에 가보니 “유일한 진짜 미국 맥주는 … 하나 뿐입니다!” 라는 자국 맥주 권장 광고가 붙어있었다. 다양한 맥주를 4병정도 마시고 술이 다 떨어졌을 무렵.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고 다들 잠자리로 들었다… 지만 실제로 몇명이나 푹 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5기 및 이후 참가자 분들에게 권하기는 버스에서 자고 호텔에서는 밤을 새워서 놀라고 권장하고 싶다. 마지막날에 밤을 새우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방으로 돌아왔지만, 잠은 오지 않고
노트북을 켜보니 잡히는 무선랜. 오호라, 인터넷 Free. 잠시 웹서핑을 하고, 메신져를 들어가보니 역시 아무도 없고. 이래저래 시간을 죽여보고 피곤을 유도해봐도 잠은 오지 않았지만, 이 때는 순진하게.. 자버렸다! 침대는 체구가 큰 서양인들을 반영하듯이 엄청 크고, 욕조는 넓은대신에 얕았다. 세면도구야 치약빼고 모두 제공. 룸서비스가 왔다가면 바닥에 내려놓은 것은 모두 갈아준다고 한다. 벽에 걸려있는 것은 다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안치워준다는 말씀. 내일부터는 이제 본격적인 관광 & 견학 일정의 시작이다.
그리고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중에서 참가자들의 얼굴이 자세히 나오지 않은 사진만 골라서 올린다. 혹시, 본인 얼굴이 나오는걸 싫어할 분들도 있을것이고, 모자이크등은, 어찌하는지 모른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