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의 재생시간이 74분인 이유.

아주 일상적인 것에 왜? 라는 의문을 갖는 것.
명쾌한 이유를 들었을 때의 짜릿함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일조차 귀찮아 하는 바빠 죽겠다는 현대인들한테는 쉽지 않을 일 일수도 있다. 이러한 쾌감만을 주는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라는 책도 우리집 책장에 꽃혀있었다는 사실.

사실 제목과 같이 CD가 74분인 이유도 다른 것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카라얀의 지휘로 디지털 녹음 된 재생시간이 74분이였기 때문이란다. 최고의 작곡가의 최고의 작품을 최고의(?) 지휘자가 역시 세계 최초로 디지털로 녹음했다는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결국 30년이 가까워 오도록 미디어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는 CD의 재생시간을 결정했다니. -ㅅ- 이러한 세기의 발명품도 결국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 결정되 버리는 엔지니어의 비애를 공감하기도 하는 씁쓸한 이야기 되겠다.

인류가 음악을 녹음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연주라는 푸르트벵글러의 51년 바이로이트 실황 베토벤 교향곡 9번도 역시 74분이네. 확인해보니;  

미성년

 이건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인데, 몇 주 동안을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뭐 사실 불면증이 뭔지 나도 잘 모르고 막연하게 잠을 못자는 증상 정도로만 지금도 이해하고 있지만.. 잠을 못잔 이유는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내가 주어진 생명으로 룰루랄라 10년동안 본능적인거 이것저것 다 누리고 삶의 에너지에 충만해서 살다가 막상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난 후 또 그 개념을 이해하고 난 이후에는 그 우주와도 같은 공포에 질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거다. – ㅅ- 즉, 밤에 눈을 감으면 다시 눈을 뜨지 못한다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이 다가와서 그 어둠에 심장이 눌리고 숨이 멎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두둥. (나는 누구나 다 이런 체험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덤덤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거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는지?)
 
그래서 고통 받고 있을 무렵,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괜찮은 해답을 얻었으니 이는 2가지. 아버지로 부터의 조언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에서 였다.

비급 : 이름하여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 인생은 자신의 목숨을 바칠 대상을 찾는 여행과도 같은 것이라 하겠다. 어떤 학문적인 성취일수도 있고, 예술 작품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 과정일 수도 있고, 타인을 위한 봉사, 혹은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성애 등등. 자신이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을, 인생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대상을 찾아내는 순간 이러한 공포는 사라지고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교훈.

이것을 잘 마음속에 넣어놓았다가 다시 그런 공포가 엄습할때마다 마치 드라큘라를 상대하는 십자가처럼 휙 꺼내서 어둠과 공포를 물리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미성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