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이건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인데, 몇 주 동안을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뭐 사실 불면증이 뭔지 나도 잘 모르고 막연하게 잠을 못자는 증상 정도로만 지금도 이해하고 있지만.. 잠을 못잔 이유는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내가 주어진 생명으로 룰루랄라 10년동안 본능적인거 이것저것 다 누리고 삶의 에너지에 충만해서 살다가 막상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난 후 또 그 개념을 이해하고 난 이후에는 그 우주와도 같은 공포에 질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거다. – ㅅ- 즉, 밤에 눈을 감으면 다시 눈을 뜨지 못한다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이 다가와서 그 어둠에 심장이 눌리고 숨이 멎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두둥. (나는 누구나 다 이런 체험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덤덤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거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는지?)
 
그래서 고통 받고 있을 무렵,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괜찮은 해답을 얻었으니 이는 2가지. 아버지로 부터의 조언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에서 였다.

비급 : 이름하여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 인생은 자신의 목숨을 바칠 대상을 찾는 여행과도 같은 것이라 하겠다. 어떤 학문적인 성취일수도 있고, 예술 작품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 과정일 수도 있고, 타인을 위한 봉사, 혹은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성애 등등. 자신이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을, 인생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대상을 찾아내는 순간 이러한 공포는 사라지고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교훈.

이것을 잘 마음속에 넣어놓았다가 다시 그런 공포가 엄습할때마다 마치 드라큘라를 상대하는 십자가처럼 휙 꺼내서 어둠과 공포를 물리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미성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