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

S.O.S! 메이데이 메이데이.

긴급상황 발생. 통장 잔고가 바닥이 드러났다. 이러다가는 음식점에서 자랑스레 긁은 체크카드가 잔고부족으로 결제가 안되서 접시를 닦아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수입원이 없다는 것. 입금시킬 돈이 없다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빛이야 갚으면 되고 카드야 돌려막으면 그만인것을 밑천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된다는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돈 벌날은 까마득하고 부모님에게 다시 용돈을 받아 쓰는 삶으로 전환해야 하나.
공부만 하고 학교에서만 서식하는 복학생과 4학년생의 포스를 최대로 발휘하고 살아야하나.

암울…

앞으로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누적 평점이나, 토익 점수나, 자격증 취득이나. 숫자나 소유의 관점에서 인생의 점수를 살펴보면 나름대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유머러스 해진다거나. 체력을 키운다거나. 피아노를 잘치게 된다던가 하는 즐겁게 살기 목표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생활이라는 것이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금방 해결될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인생을 걸어가면서 오래된 열쇠고리 처럼 꾸준히 주머니 속에서 들락날락 거려야 할테지만..

일본과 미국을 돌아다니는 방학 동안의 이런저런 체험 속에서 느낀 약간의 힌트라면 아니 힌트랄 것도 없는 1000피스 조각 퍼즐에서 한조각을 맞췄을 뿐인 이야기이지만.. 결국 스케일의 문제라는 것이다.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에서 가장 높은 산의 가장 높은 부분, 그 조그만 공간 속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은 하나씩 하나씩 테두리를 지워가면서 커지고 또 사람이 많은 사회로 한걸음씩 내려오고 있는 중이라는 거다. 내가 속한 그 조그만 부분에서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테두리를 하나 지우고 내 스스로가 더 커지는 순간부터 그 전까지의 모든 고민도 같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번 방학동안의 여행에서 나와 같은 영역에서 바글대며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떠나서 저 산밑의 커다란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마치 내가 하는 고민 따위는 빙하기 시절에 얼어버린 화석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또 그것을 해결하지 않은채로도 그냥 얼은채로 놓아두고도 영향받지 않는 삶을 살수 있다는 점을 또한 깨닫게 한 것이다. 구애받지 않고 내려오는데 힘써라. 그들은 또 그렇게 말해주었다.

맞는 말이다. 고민을 하나하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고민이 감히 범접할수 없는 곳으로 내가 옮겨가면 된다. 물론 나는 게을러서 오는 것을 막는 것 보다 내가 움직이는 게 훨씬 힘들겠지만 적어도 태어난 이상 이 춥고 좁은 산꼭대기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 같은 멋진 해변까지는 가봐야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