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중인 회사다.
역시 뭔가를 팔아야 하는 회사는 영업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근무 시간에 회사에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디자이너 한 명, 그리고 오늘 미팅이 없는 영업 사원이 외의 5명은 전부 어딘가로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 거다. 덕분에 나는 짐을 상자에 넣는 육체 노동을 담당. 디자이너 한 분과 그 일을 지금까지 하고 놀고 있는 것이다. -ㅅ- 디자이너인 오카다 라는 분이 주위를 돌아보지 않았으면 역 주위에 빅카메라, 이세탄 백화점등이 있다고 한 시간 정도 돌아보고 와도 좋다고 했지만, 역시 이런 더운 날씨에는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 안에 있는 것이 좋은 생각이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서 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 사실 일본은 외국의 사정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도 같다. 한국처럼 영어를 반드시 잘해야 취직이 된 다던지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이랑 대만을 헷갈린 다던지, 한국이 어떤 글자를 쓰는지 모른다던지, 그런 일도 있는 것이다. 한국이라 하면 먹을 것과 겨울연가 밖에는 별로 연상되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 한국에 대해 받은 질문 중에는 야키니쿠(불고기)와 기무치(김치)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사람들은 밥에 항상 김치를 같이 먹나요?’ 라던가 ‘한국에 가면 불고기를 엄청 싸게 먹을 수 있다는데 정말 인가요?’ 라던가 뭐 그런 것이다. 내 사수로 있는 ‘야바시’라는 나랑 동갑에 같은 달에 태어난 남자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서 이런저런 다른 질문도 한다. ‘한국에는 소주를 반드시 한잔 딱 따라서 한꺼번에 다 먹나요?’ 라던가 ‘신화나 세븐 알아요?’ 라던가. ”참이슬’ 좋아해요?’ 라던가.
일본 사람들은 뭔가 심하다 할 정도로 남을 칭찬한다던가. 인사를 한다던가. 그런 ‘예’에 대한 겉치례 문화가 발달 되어있는 것 같다. 전화를 받을 때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것도 그렇고, 누가 회사를 방문했다가 갈 때에는 비록 자기와 관계없는 사원 하나하나에게도 모두 인사하는 것도 그렇고, 인사할 때도 90도에 가깝게 심하다 싶을 정도로 굽힌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좀 낮 간지럽다고나 할까. 오버 한다 고나 할까 생각이 들지만 그런 게 일본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건 가보다.
일본 사람들은 별로 밥을 많이 안 먹는 것 같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점심때는 모두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일 했는데, 아무리 못해도 비빔밥이라던가, 백반, 하지만 여기는 오히려 제대로 된 밥을 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 모두들 야키소바 라던가 컵라면, 아니면 편의점에서 파는 간단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어서 점심시간만 되면 ‘점심 사러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는 나가서 편의점에서 사온다. 저렇게 먹고 어떻게 늦게까지 일을 하나 싶은데, 다들 배고프다는 소리 없이 잘도 일을 한다.
또 하나 식습관에서 다른 것은 한국도 여성의 경우는 핸드백이라던가 가방에 플라스틱 병으로 된 녹차라던가 생수라던가 그런 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일본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그런 자신 만의 음료를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지나친 일반화인가? 아무튼 우리회사 모든 사람은 심지어 50넘은 사장님까지도 녹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마시곤 한다. 기린 이라던지 산토리 같은 음료 회사의 매상이 엄청나게 높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음료수 하니까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는 분리수거가 엄청 철저해서 우리나라는 해봐야 PET 병, 유리병 정도로 구분하는데, 여기서는 투명한 PET병, 녹색 PET병, 황색 PET병 등 색으로 다시 또 구분해서 버린다. 따라서 쓰레기장 가보면 쓰레기 분리함 종류가 엄청 많다. 분리해서 버리기도 귀찮을 정도. 그런 습관이 몸에 배이지 않은 다른 나라 사람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출근 시간은 8시 15분,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나는 6시 조금 넘으면 회사를 나오는데, 일주일 가까이 일하면서 나보다 먼저 집에 가는 사람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눈치껏 파악하면 다들 7시 이상까지는 알아서 일하는 것 같다. 출근 시간도 8시 15분인데 퇴근 까지 그 정도 라면 근무 환경이 최악인 회사로 소문이 났겠지만, 여기는 불평 없이 잘 다니는 건지 회사를 옮기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직원이 20명 정도인 회사지만, 44년째 이어져 내려왔다니 이런 것이 일본 중소기업의 힘인가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원 20명이면 몇 년 내에 망하던가, 아니면 돈을 벌어서 규모를 늘리던가 둘 중의 하나 일 텐데 말이다. 이 회사의 구인 광고를 보니까 잔업 있음. 이라고 써있던데, 다들 이런 업무를 예상하고 입사 한 건가 싶다.
이 곳은 다치카와. 사실 일본에 온지 일주일도 안되었으니 이 곳이 대충 한국으로 치면 어떤 곳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대충 따져보면 부평이라던가 의정부라던가, 안양이라던가, 구리라던가,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약 30분 정도 전철을 타면 서울로 진입할 수 있는 외곽의 중심지. 처음에는 약간 시골틱 한 곳을 예상했는데 와 보니 역도 크고 백화점이 3개나 역에 붙어있고 버스 노선도 엄청나고 결코 도쿄의 중심지의 번화 정도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회사가 토라노몬(몽?) 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데, 긴자와 롯뽄기 사이에 있는 곳으로 오피스들이 모여있는 중심가 같은 느낌의 곳인 것 같다. 서울로 치면 종로쯤 될 것 같다. 종로에서는 남산타워가 보이고, 그 곳 토라노몬에서는 도쿄타워가 보인다. 회사 이사에 맞춰서 나도 주말에 이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사 할 곳은 이타바시혼쵸 던가 하는 곳으로 회사에서 전철로 30-40분 정도 걸리는 곳. 야바시상이 일본의 출근 시간 전철은 대단하다고 겁을 줘서 살짝 두려워진다.
일본의 전철에 대해서 2가지 놀랄만한 점을 발견했는데, 하나는 그 엄청난 요금. 1시간에 1000엔 생각하면 대충 맞아 떨어지려나. 어제 치바까지 갔다 왔는데 1시간 30분가량의 전철 여행에 1700엔을 썼다. 우리나라 돈으로 15000원쯤 하려나. 우리나라야 서울에서 인천까지 가는데 1시간 넘게 걸린다 해도 2000원이 안 되는데 일본은 역 몇 개 갈 때마다 요금이 팍팍 늘어서 전철회사는 절대 적자를 안 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택시도 2km에 660엔. 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 정도다. 또 하나 놀랄만한 점은 엄청난 노선 수이다. 도쿄 시내도 복잡하지만 도쿄를 아우르는 광대한 범위의 전철 노선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도쿄 전철이 엄청 복잡하다고 이야기 했더니, 일본 사람도 헷갈린다고 하더라.
다치카와의 사무실과 숙소까지의 거리는 정말 가까워서 점심 때 집에 걸어가서 밥을 먹고 와도 괜찮을 정돈데, 다음 주부터 토라노몬이면 점심 값으로 또 엄청나게 들 것 같은 느낌. 이번 주에 멋도 모르고 영업 현장을 따라다니는 바람에 돈을 과다 지출 했는데, 이제 좀 아껴 살아야 관광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이라 순서가 좀 이상하지만.. 일본인들은 한국 음식에 대해서 맵다는 것 밖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신라면 처음 먹고 엄청 매워서 혼났다는 일본 사람에게 쫄면을 먹게 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다. 확실히 일본에서 파는 일본식 음식에는 매운 맛이라는 게 별로 없다. 고추장이라던가 고춧가루라던가 그런 것을 안 쓰니까 특별히 매운 맛을 낸다는 게 와사비 정도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와사비의 매운맛이랑 고추의 매운 맛은 미묘하게 다르니까.. 사실 오늘 점심으로 신라면을 99엔 SHOP에서 사먹었는데 (99엔이다, 조그만 컵으로) 역시 보통의 신라면. 이 정도라면 매운 것도 아니잖아 라는 느낌으로 한국인의 단련된 혀를 확인 했다.
오늘은 나도 집에 가서 이사 준비를 해야 할 참이다. 내일은 토라노몬의 사무실에서 이사가 언제 끝나서 집에 돌아오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짐 정리를 하고 다른 숙소의 사람들에게 비행기의 예약 법이라던가 물어보고 인사를 하고 와야겠다. 계속 간다 간다 하고는 안 찾아간 것은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서 움직이기가 싫어지는 그런 것 때문. 계속 정신적인 긴장감이 강하기 때문인지. 하루 종일 일본어를 들어서 해석하느라 고생 하다보니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새로 신은 신발이 오래 걷기에는 발이 아프기 때문인지. 아마 복합적인 이유일 것 같지만 말이다. 세탁은 저쪽의 숙소에 가서 주말에 하고. 어짜피 주말에 집에 있어야 할 것 같으니. 설거지, 청소는 해야 하나 -ㅅ- 한국인의 좋은 인상을 위해서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몸이 말을 안들으니.. 어쩐다; 쌀은 2kg 이나 샀는데 처치 곤란 상황이다. 물론 다 싸 들고 가야겠고, 우유는 오늘 다 마셔버리고, 보리차는 57팩인데 1팩 썼다 -ㅂ-; 계란은 2개 남았는데 오늘 하나, 내일 하나 먹고; 참치는 오늘 다 먹고. 라면은 오늘 하나, 내일 하나;; 역시 먹는 것. 다 처리 하지 않으면 이사에 짐만 될 뿐이다. 가지고 온 것 중 버리는 것도 없으니 무거워지면 곤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 뿐이지만..;
오늘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내일은 하루 종일 이사니, 짐만 나르는 일이 계속 될 것이고. 그리고 나면 주말. 한국에서 친구가 올 것 같고. 그렇게 일본 생활의 1/5이 지나간다. 2일정도는 엄청 불편하고 왠지 다른 환경에 적응 하느라 피곤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뭐 그냥 그냥 흘러간다. 회사 사람들도 이름도 다 외웠고,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성격인지도 대충 파악 했으니까 말이다. 4주 기초군사훈련에 들어 갔을 때 처음 2~3일은 이렇게 어떻게 4주를 생활하나 싶었지만, 뭐 시간은 잘도 흘러 4주가 지나는 것이다. 여기서도 처음 2일은 시간이 엄청 안 가지만, 5일째인 오늘은 눈감았다 뜨니 벌써 퇴근인 것이다. 아마 주말은 더욱더 빨리 흘러가지 않을까 한다. 토요일은 이사로 바쁘고, 일요일은 친구가 오니 같이 주변이라도 돌아보는 것으로 해야겠다.
그만 쓸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데, 사무실에 단 2명. 도대체 다른 일이 없으므로 계속 쓰는 것으로 하겠다. 이제 5시 30분인데도 여전히 아무도 돌아오지 않고, 사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추정. 그리고 나는 어김없이 6시가 조금 넘으면 회사를 나가는 것이다.
일본어로 의사 소통을 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지금의 상황에서 약점은 단어, 즉 어휘력의 부족이랄까. 흐름은 파악되는데 하나하나 단어가 비다 보니 못 알아 듣는 상황도 발생. 한국에서 이런 것을 염려해서 전자사전을 가져왔는데, 실제 대화 상황에서는 전자사전을 찾아서 해석한다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고. ‘.. 떼 난데스까?’ 라고 다시 물어보면 조금 더 자세하게 몸 동작으로 설명해준다. 그러면 대부분 알아듣는 상황이 되고 문제없이 종료. 역시 위에서 언급한 예의상 립 서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어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한국에는 나보다 일본어 잘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요. 라고 답변. 사실 엄청나게 많지 않은가. 대충대충 하는 사람이야 영어 쪽이 많겠지만, 어느 수준 이상으로 하는 사람은 일본어 쪽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일본에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엄청나게 많이 타고 다녀서 역 근처의 자전거 주차장에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많은 자전거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이 모두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도 우산을 한 손으로 잘 받쳐들고 타고 다니는 것이다. 왠지 여학생이라던가 교복을 입고 한 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또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자 하면 운동신경 발달하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역시 물어봤는데, 교통비가 비싸니까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타고 다니는 것이 싸게 든다고 한다. 또 그만큼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편리하게 도로가 되어있기도 하고 말이다. 올라갈 수 없는 둔덕 같은 것이 없이. 대부분의 자전거에는 앞쪽에 바구니가 달려 있는데 가방이라던가 장을 본 물건이라던가 올려놓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전거 행렬을 보고 있자 하면 자전거가 일본 제 1의 화물 운송 수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일본에 있는 자전거 대수 만큼 미국에는 자동차가 있는 것일 까나. 미국에 갈 때 생활이라던가 비교해 보면 재미있겠다.
운송수단에서 연상되었는데, 이곳에 올 때의 대한항공 기내식.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꿔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기내식을 줘야겠다면, 2시간 이니까 거창한 식사는 필요 없을 것이다. 굳이 밥을 줘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식단은 빵, 버터, 물, 그리고 묵(?), 불고기, 밥. 이었는데 이 불고기 라는 것이 정말 불고기라는 우리나라 대표음식의 이미지를 버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씹기가 힘든 부분이 들어있다. – ㅅ-; 그냥, 우리나라 전통의 약과나 떡이나 식혜나 그런걸 주면 어떨까. 밥과 불고기로 단가를 올려놓고 질을 낮추는 쪽 보다는 나아 보이는데 말이다. 뭐, 맥주 같은 것 공짜로 주는 것은 참 좋지만 말이다. 곧 먹게 될 미주왕복 대한항공 기내식이랑 역시 비교해봐야겠다.
6시 10분전. 이제 끄적거리는 것은 그만 하고 슬슬 마무리 지으면서 집에 돌아가야겠다. 왠지.. 이렇게 쓰고 있어도 무슨 글을 쓰는지 주위 사람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니까 마음 가는 대로 쓸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