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보는 저 머나먼 이라크의 비극이라거나, 수만명이 죽은 동남아의 자연재해라던가.
흔히들 TV에서 채널을 돌리다가 보고는 어머나; 하는 탄성과 함께 약간의 동정과 두려움에 잠깐
젖었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계속 채널을 돌려버리는 그러한 것.
이러한 빠른 회복력이 인종의 차이, 거리의 차이, 살고 있는 세상의 차이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근본적인 인간으로, 내가 아닌 타인으로, 그들의
슬픔이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아주. 미약한 부분인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내 주위의 사람
이건, 친척이건, 가족이건, 사람과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아픔과 슬픔의 부분이라는 것은
정말로 보잘 것 없는 일부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