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3일전!

국제선 항공기는 타본 적이 없는 나의 처음 해외 방문이 일본이라는 것은 다소 안심할만하다. 일본은 세계 어느나라랑 매치시켜봐도 우리나라랑 닮은 점이 가장 많은 나라니까 컬쳐 쇼크라는 것이 가장 적지 않을까~ 생각 때문이고, 또 영어 빼고 한국어 빼고 할줄 아는게 일본어 밖에 없으니 언어 학습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뭐, 이래저래 해도 제일 가깝다는게 크지만 말이다. 어쨋건 포르투갈 말을 쓰는 남미에 가는 것 보다는 수십배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한달이 넘는 기간 체류해야 하고 게다가 아주 프리한 여행이 아니라 회사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동안 일을 해야 한다는 상황은 별로 안심할 만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불평이 있건 불안이 있건 3일 남은 이 시점에 투덜거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주위에서 흘러가는 5주와 내 주머니에서 흘러나가는 수만엔을 사용해서 가장 멋진 보상을 받느냐. 하는 것이다.

여행이라고 부르기는 무리가 있는, 즉 일주일을 쪼개보면 근무일 5와 노는 2로 나뉘는 일정이기에 여행자로서의 역할 A와 직원으로서의 역할 B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애매한 5주간. 역시 최고의 행동은 두가지 역할을 철저하게 나눠서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것이다.

직원으로서의 역할은… 사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뭔가 거창한 다짐이라던가 할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한국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은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봐야 지각하지 말 것. 성실 할 것. 등의 원론적인 이야기 뿐이겠지만. 이 이야기는 접어두고, 회사에 도움이 되게 열심히 일한다는 조건이 만족되면 그 다음으로는 나의 멋진 5주간이 되기 위해 할 것들이 남는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일했는데 일본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던지 하는 수많은 차이점들이 눈에 띌 것이고, 왜? 그러한 차이가 있는지 생각하면 문화적인 차이던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A-HA’류의 아이디어던지 뭔가 배울 것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움의 양과 5주간의 멋짐도(?)는 비례할 것이고 말이다.

여행은 어떠할까. 5주간에 주어진 것은 4번의 주말. 즉 8일의 자유시간인데 도쿄를 크게 벗어나는 것은 재정상, 또 시간상 무리가 있고 도쿄 내부의, 근교의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이다. 여행 책자를 쭉 살펴봤는데, 역시 원하는 모든 것을 알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고 숙소에서 인터넷이 지원 된다 하니까 목표만 정해지면 자세한 정보를 찾아서 주말에 떠나는 것으로 하면 잘못된 정보에 속거나 정보 부족에 해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 이외의 세상 모든 것이 바뀌는 경험은 여행 빼고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자극이 나 스스로를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비자 만들다.

얼마전에 여권 발급기를 썼지만,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난이도로 까다롭다는 미국비자 발급 받기에 나섰다. 인터뷰 예약을 8시로 잡아놓고 각종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서 7시쯤 미대사관에 도착했는데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씨에도 줄을 서 있는 약 30명의 사람들.

비자 발급 업무는 8시부터 시작된다기에 약 1시간 정도를 앉아서 기다렸다. 그 동안 택배 신청서도 작성하고 대사관을 둘러싸고 있는 전경들도 구경하고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서 7시 40분경 드디어 뭔가 시작되려는지 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여권을 보이고 신분 확인을 한 후 안으로 입장. 가방이고 뭐고 달랑 준비한 서류와 핸드폰만 들고 갔기에 별로 걸릴 것은 없었고 핸드폰도 그냥 전원만 꺼주세요. 하고 가져가지는 않았다. 전신 스캔 이후에 1층에 가서 택배 신청서를 제출하니, 내 여권에 스테이플러로 부착. 구멍난 여권에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뭐 이 정도야. 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내 신청서를 내보이니 수수료 영수증을 확인하고 역시 신청서를 한꺼번에 스테이플러로 철하고 다음으로 패스패스.

그 다음으로는 나의 예약 증명 서류를 확인하고 신청서에 부착된 바코드를 스캔한 뒤, 역시 부착된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캐논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더라) 그리고 양손 검지의 지문을 채취한 후 2층으로 가서 노란색 구역에서 대기.

아직 영사들이 업무 준비가 안되었는지 15분 정도 기다렸는데 8번으로 의외로 앞번호였다. 아마 4개의 섹션으로 분산되서 그런 듯.

8시 45분 쯤에 드디어 띵동 하고 은행에서 들리는 순번 표시가 1번부터 시작되고, 젤 앞줄에 앉아서 무슨 질문을 하나 듣고 있었다. 8번이 표시되자 앞에 나가서 여권과 신청 서류 뭉치를 내밀고 영사님이 안녕하세요~ 역시 외국인의 발음으로 인사. 나는 Good morning 역시 한국인의 발음으로 인사.

질문은 정말 별거 없었는데, 재학증명서를 보더니 학생증 있으세요. 물어보길래. Yes 하고 건내줬더니 ‘영어 할 줄 아세요?’ 영어로 물어봐서 ‘쪼금요’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영어로 진행. ‘언제 졸업할껀가요?’ 하길래 ‘내년 겨울이요’ ‘좋은 여행되세요~’ ‘감사합니다’ 끝;

입구에서 받아든 광고지에 여행비자 서류 대행 20만원-30만원 써 있던데; 이런걸 20-30만원이나 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역시 인터넷을 잘 모르면 인터뷰 신청부터 막힐 수 있다는 생각에 이해는 감 -ㅅ-;

이제 여권이 도착하면 또 일본 비자를 만들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