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이전 – 튀는 것은 싫어!

책을 좋아해선지. 아니면 TV를 너무 가까이 봐서 인지. 의외로 선천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나는 시력이 상당히 나쁘다. 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빴었다. 어렸을 때라 함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6~7살 때 정도였을 것이다. 그 시절 부터 안경을 썼으니, 다른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특이한 유치원생 중에 하나 였을 것 같다. 아무튼 눈이 안보이게 되서, 안과에서 진찰을 받고 안경을 하나 맞추게 됐는데. 이 안경이란 놈을 써보니 스스로도 거울을 보면 상당히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요즘 처럼 작고, 테가 가볍고 튼튼한 안경이 아니라 80년대의 잠자리 눈처럼 생긴 안경이었으니 말이다. 또 다른 아이들이 안경을 쓴 걸 한번도 못봤으니 나 혼자만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을 가진다는 것도 싫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집에서 안경을 쓰고 유치원으로 걸어가다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안경을 벗어서 가방에 넣어 버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며칠을 마치 안경이 없어도 이상없는 듯 유치원에서만 생활을 했는 데, 결국 이런 가장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어머니가 유치원에 아들이 안경을 쓰게 되었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유치원 선생님은 ‘에? 안경 안쓰고 있던데요’ 이런 식으로 놀라고 해서 결국 가방을 압수수색 당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발견된 안경을 꼼짝없이 써야 했다. 애들의 반응은 역시 예상했던 대로 신기한 듯 쳐다보는 것 이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다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 초등학교 이전의 사고의 과정은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행동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또 어떤 성격이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더 거슬러 올라가서 이러한 성격이 드러난 사건보다는 성격에 영향을 끼친 사건들이 궁금해 지기도 한다.

초등학교 이전 – 가장 크게 울었던 기억

이번 학기에 듣는 대화의 기법 과목에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가장 큰 사건에 대해서 10가지 정도 써보라는 레포트가 있어서 마침 블로그에 적어두기 적당한 주제라고 생각 시간이 날때마다 하나씩 적어두려 한다. 제출기한은 3/20일까지!

내가 가장 크게 울었던 사건의 기억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7살이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우리집은 강서구 신월동에서 관악구 신림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부모님은 내가 7살짜리 아이라 이사를 하는 도중에 다치거나 혹은 다른 문제가 생길것을 염려해서 나를 큰아버지 댁에 맡기셨다. 형은 초등학교 2학년이어서 꾸준히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계속 집에 있어야 했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 혼자만 큰아버지 댁에 맡기기로 결정하신 것 같았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가족끼리 모두 큰아버지 댁에 가서 있다가 저녁이 되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나 혼자만을 내버려 두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도 같이 집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며칠만이라고, 여기서 몇밤만 자면 데리러 온다고 어머니가 달래셨던 것 같다. 사실 얼마 후에 다시 볼수 있다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단지 가족과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막 울면서 매달렸던 것 이었는데. 나중에는 큰아버지였는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강제로 안겨서까지 마구 울부짖었던 것 같다. 나는 잘 울지 않고, 바꾸어 말하면 감정표현이 별로 없는 아이였는데 그때만큼은 정말 두려움과 공포에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의 곤란해하던 표정부터, 큰아버지의 표정. 형이 먼저 신발을 신고 나가려고 하는 모습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쉽게 느끼지 못하는 감정의 영역에 처음으로 그렇게 강렬한 느낌을 새기면서 눈으로 본 영상마저도 같이 스크랩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