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5년이 되었다. 아쉬운 것은 해가 한해, 두해 지날수록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 하나하나가 점점 과거로 멀리 사라져 그 흥분, 감동, 슬픔을 떠올리는게 힘들어 진다는 점이다. 이제 25년째를 살고 있지만. 단연코 내가 살아온 시절에서 최고의 순간은 고등학교를 다닌 3년이었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의 뿌연 먼지.
봄이되면 교문 진입로 양옆으로 가득 핀 벛꽃.
점심시간이 되면 당번이 밀고 오는 급식 카트 소리.
전일제의 토요일이면 PC방으로 변하는 컴퓨터실.
인기있는 여학생을 보기위해 2층 도서실로 몰려든 남학생들.
야자시간 중간에 나가서 사먹는 컵라면.
지리산으로간 수학여행에서 봤던 귀를 기울이면.
수능보는 날 나 하나만을 위해 학교까지 찾아오신 담임선생님.
그리고 이 모든 추억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 3년을 함께한 친구들.
누구에게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있을때면 그때마다 정말 신나서 어쩔줄 모르면서 흥분해서 끝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게 된다. 또 이런 기억들을 더 생생히 느끼고 싶고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가끔은 고등학교 시절의 ‘과천’이라는 세계를 실제로 보고 밟아보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가끔 ‘너 너무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에 빠져 사는거 아냐?’ 라고 물어보게 되기도 하지만. 어쩌랴, 정말 정말 좋은걸.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나름대로 정말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못했다. 몇가지 실수를 했고 또 그 실수는 지금까지 이어져 나름대로 내 삶을 내가 원하는대로 이끄는데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 조금만 더 좋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단조로운 삶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던 좋다. 미성년으로서 가질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마음껏 펼치면서 그 시절을 추억으로 가득차게 만들라는 것이다. 체육시간에는 죽어라 뛰어야되고. 수업시간에는 딴 짓을 해도 좋으니 깨있어야 하고. 누구를 좋아해도 죽도록 좋아해야 하고. 친구들하고는 마음껏 소리질러야 한다.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공부가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만 해라. 그런 와중에 자신이 정말로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도 지치지 않는 것을 하나라도 발견하는 것에 고등학생까지의 생활이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2번 똑같은 일이 반복될수는 없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사람은 심호흡을 크게하고 허리를 펴야하고. 과거속에 살고 있는 나는 현재의 나에게 항상 잔소리를 해 대야 하나보다.
저한테는 과천고가 지옥이었죠…